수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아주 작은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 퀀텀닷은 1982년 러시아 과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뒤 1993년 마크 캐스트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처음 합성했고, 삼성에서 친환경 퀀텀닷 소자를 활용한 첫 번째 상품인 퀀텀닷 TV를 2014년 출시했다. 최초 발견 시점으로 따지면 40년이 다 돼 가지만, 퀀텀닷은 여전히 차세대 소자로 꼽힌다. 아직 퀀텀닷이 보여주지 못한 기술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퀀텀닷이 가져올 미래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돌돌 말리는 디스플레이, 자발광 퀀텀닷
퀀텀닷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TV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색을 구현하는 성능이 현존하는 다른 소재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퀀텀닷을 통해 총천연색을 구현하고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휠 수 있고 심지어 돌돌 말 수도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그리고 피부에도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에 퀀텀닷을 쓰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가능성은 2015년을 전후해 국내외 연구팀들이 이미 실험으로 증명했다. 중국 쓰촨대 국립친환경고분자 물질공학연구소는 셀렌화아연(ZnSe)이라는 물질로 만든 퀀텀닷으로 빛이 나는 투명종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 2017년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에서 개발한 퀀텀닷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퀀텀닷을 이용해 두께는 5.5µm로 매우 얇으며, 색순도가 높을뿐더러 낮은 전압에도 매우 밝은 빛을 낸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의 공통점은 디스플레이의 형태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퀀텀닷을 활용한 디스플레이가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단한 금속도 나노미터 단위로 얇게 만들면 휠 수 있는 것처럼, TV 역시 얇으면 얇을수록 형태를 구부리거나 말 수 있다.
단, 그 정도로 얇아지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디스플레이에 활용된 퀀텀닷이 전기 발광(EL·Electro luminescence)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 발광 퀀텀닷은 직접 전류를 받아 빛을 발하는 입자를 뜻하며, 흔히 자체적으로 발광한다고 해서 ‘자발광 퀀텀닷’이라고 부른다.
현재 개발된 디스플레이에서 활용하는 퀀텀닷은 빛 발광(PL·Photoluminescence)을 한다. 전류를 받아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발광다이오드(LED)와 같은 별도의 광원에서 나온 빛을 받아 다른 색의 빛으로 바꿔주는 색변환층 역할을 하고 있다. 광원이 포함된 현재의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디스플레이와 두께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발광 퀀텀닷을 사용할 경우 광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도 대폭 얇아질 수 있다. 양지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는 “현재 퀀텀닷 디스플레이에는 광원도 탑재해야 하고 퀀텀닷 필름도 수µm(마이크로미터·1µm는 100만 분의 1m) 수준이지만, 자발광 퀀텀닷은 광원도 필요 없고 퀀텀닷 층도 20~50nm 수준으로 상당히 얇아질 것”이라며 “단순히 얇아지는 것을 넘어 퀀텀닷으로는 구부리고 휠 수 있는 플렉시블이나 웨어러블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 다음편 이어보기 [퀀텀닷 완전정복] 제5화 차세대 기술-② 돌돌말고 몸에 붙이고! 자체발광 퀀텀닷
[퀀텀닷 완전정복] 제1화 원리와 합성법-① 총천연색 차세대 발광 소자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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