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머리카락 한 가닥 두께보다 5만 배 이상 작은 퀀텀닷(quantum dot) 기술을 처음 적용해 선명한 색상을 만들어 기존 TV보다 2배 이상 밝다.”(BBC, 2015년 1월 6일)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 세계 최신 전자제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대 전자 정보통신기술(ICT) 쇼인 ‘CES 2015’에 기존에 없던 TV가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간 연구한 퀀텀닷 기술을 접목해 만든 차세대 TV였다. 전 세계 언론은 퀀텀닷 TV의 성능을 극찬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열린 ‘CES 2020’에서 기존의 퀀텀닷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 신제품을 공개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해 디스플레이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3조10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액정디스플레이(LCD) 생산설비를 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설비로 전환하고 2021년부터 대규모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퀀텀닷이 뭐길래 이토록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같은 물질인데, 다른 색깔이네?
퀀텀닷, 우리말로 풀이하면 양자점, 좀 더 풀면 양자물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아주 작은, 수nm (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를 뜻한다. 양자물리의 모든 것을 이 글에 풀 수는 없지만 퀀텀닷을 이해하기 위해 아주 주요한 특징만 몇 가지 말하자면, 우선 양자물리는 아주 작은 크기의 세상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들을 일컫는다.
어느 정도의 크기보다 작은 걸 작은 세계라고 부를지 그 기준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진 않았다. 다만 원자나 분자 또는 그보다 작은 입자들의 세계는 우리가 눈으로 보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굴러간다. 나노물질이 좋은 예다. 입자가 아주 작은 크기일 때는 같은 소재,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 크기마다 다른 색깔을 발한다.
가령 순수한 금(Au)덩어리가 있을 때 우리는 그 크기가 주먹만 하든 전봇대만 하든 금덩어리의 색을 양쪽 모두 노란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금덩어리를 쪼개고 쪼개서 수nm 크기의 금 알갱이로 만들면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이 나타난다. 금 입자가 7nm일 때는 빨간색, 5nm는 초록색, 3nm는 파란색을 띤다. 금과는 조금 다른 이유지만 나노크기의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 역시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발한다.
이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들은 매우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1982년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예배당을 장식하는 색유리 그림인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하던 중 반도체의 주요 소재인 카드뮴(Cd) 화합물에서 이런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존의 반도체가 빛을 내는 원리부터 알아보자. LED 같은 발광소자에서 색을 결정하는 건 LED 내부 반도체 속 전자의 움직임이다. LED의 반도체는 외부에서 전류나 빛 에너지를 받았을 때 전자의 에너지가 얼마나 높아졌다가 다시 떨어지는지 그 변동폭에 따라 빛의 색깔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 전자의 에너지 변동폭은 물질마다 고유하게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LED에서 비소화갈륨(GaAs)은 붉은색을, 인화비소화갈륨(GaAsP)은 노란색을, 질소화갈륨(GaN)은 푸른색을 발하는 전자 에너지 변동폭을 갖고 있다. 그런데 입자의 크기가 nm 단위로 작아지면 물질이 고유하게 갖고 있던 전자 에너지 변동폭에 변화가 생긴다. 상대적으로 큰 입자(7nm)는 변동폭이 작고, 작은 입자(2nm)는 변동폭이 커지는 것이다.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외부에서 에너지가 들어왔을 때 전자가 받아들이고 내뿜는 에너지가 더욱 크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곧 푸른색 계열의 색을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nm 단위에서 상대적으로 큰 입자는 비교적 작은 에너지, 즉 붉은색 계열의 색을 낸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를 ‘양자구속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라고 명명했다.
배완기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기존 반도체의 전기적, 광학적 특성이 소재의 조성이나 구조에 따라서만 결정됐다면 퀀텀닷이 등장하면서 크기라는 변수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며 “기존의 반도체 소재들을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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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닷 완전정복] 제1화 원리와 합성법-① 총천연색 차세대 발광 소자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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