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예쁘고 가녀린 외모, 조곤조곤 다정다감하게 속삭이는 듯한 음성, 밝고 솔직하다 못해 맑고 곱기까지 한 성격의 박보영.

2011년 7월, 서울의 어느 극장에서 배우 박보영을 처음 보고 바로 열혈 팬이 된 송호현 사원이 직접 만났다.

●송호현 사원(이하 송) 으아, 부담스러워서 옆에 못 가겠어요.

너무 예쁜데다 얼굴이… 얼굴이 너무 작아요.

‘박보영 소두증’이란 검색어가 뜨더니 정말… 저 완전 대두처럼 보일 거 아니에요! ㅜ.ㅜ

●박보영(이하 박) 하하. 저 그렇게 작지 않아요~

그 검색어는 하필 컬투오빠들이랑 찍은 사진이 떠서 그런 거예요.

●송 요즘 <피끓는 청춘>이란 영화를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1월 20일 개봉 확정됐던데 와우, 일진 역이라면서요? 매치가 안 돼요~!

●박 그게, 제가 그렇게 나쁜 행동을 하진 않아요.

다만 싸우는 장면이 몇 개 있어서 살짝 걱정되긴 해요, 어린 팬들이 많아서. 태어나서 몸싸움하는 게 처음이어서 안 그래도 잔뜩 긴장했는데, 감독님이 합 짜는 걸 원치 않으신 거예요.여자들의 개싸움을 보여달라며(웃음).

좀 격하긴 하지만 연기일 뿐이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ㅜ.ㅜ

●송 하하. 정말 기대되는걸요. 캐릭터에 대한 도전 정신이 있나 봐요.

공포영화에 미혼모, 그리고 이번에는 일진까지….

그렇게 매번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려면 힘들지 않나요?

●박 안 그래도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해요. 넌 왜 안전한 작품, 잘하는 역할을 하지 않냐.

그런데 제가 좀 그런 게 있어요.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어하는 욕심.

나이가 들어서 경험이 많아지고, 필모그라피가 쌓이면 역할 선택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거든요.

당장은 제 연기가 부족하다 느껴지더라도 부딪혀봐야 넓고 깊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반 발짝이라도 제가 원하는 것에 다가설 수 있을 테니까.

●송 작품은 직접 고르시는 건가요?

배우 중에서도 특히 여배우들은 이미지를 많이 고려할 텐데….

●박 제가 직접 고르되 회사랑 상의를 많이 해요.

대표님은 ‘역할 안에 제가 있는 걸’ 많이 추천해주세요.

제가 보기에는 저랑 전혀 다른 것 같은데 대표님은 아니라고, 제가 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죠.

<늑대소년>만 해도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대표님이 “넌 할 수 있어. 그 역할 안에 네가 다 들어 있다”고 적극 추천해주셔서 하게 된 경우예요.

<피끓는 청춘>은 사실 이미지가 나빠지진 않을까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이미지 걱정 때문에 욕심나는 배역을 거절하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도.

●송 <늑대소년>에서도, <과속스캔들>에서도 노래를 불렀어요.

도대체 왜 부르는 거예요? ^^

●박 그러게 말이에요~ 저는 안 부르려고 하는데 감독님들이 자꾸만 시키세요.

<늑대소년> 때도 감독님께 분명히 말했거든요, 노래는 부담스럽다고.

근데 감독님이 절대 잘 부를 필요 없다고,

그냥 아마추어가 혼자 부르는 것처럼, 설렘을 담은 느낌으로만 부르래요.

<과속스캔들> 때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노래를 어쩜 그렇게 잘 부르냐”고 한 마디씩 하길래 제가 미니홈피에까지 남겼어요.

‘저는 한 곡만 불렀을 뿐, 제가 부른 게 아니다’라고 기자님들께도 수없이 말했는데 기사에 안 실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어쩌죠? <피끓는 청춘>에서 또 불렀어요. 근데 이번엔 좀 웃겨요. 꼭! 보세요.

●송 연기를 안 했다면 보영씬 뭘 하게 됐을까요?

●박 음… 초등학교 국어 선생님? 책 읽는 걸 엄청 좋아했거든요.

책을 읽고 있으면 마냥 행복했어요.

중학교 때는 문학 선생님이 무척 좋은 분이셨고요.

고등학교 때는 직업보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일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거든요. 결국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직업을 찾은 것 같아요.

배우는 여러 가지 역할을 경험하는 일이니까.

●송 그런 욕심 때문인가? 올해는 <정글의 법칙>도 다녀왔잖아요.

여배우들이 참가하는 거 보면 설령 100% 리얼이 아니더라도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던데,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간 건가요?

●박 하하. 글쎄요. 근데 진짜 밥을 안 주더라고요.

그리고 하필이면 제가 갔을 때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콘셉트라며 옷도 제대로 안 입히고, 배낭도 다 빼앗았을 때였어요.

물티슈라도 있음 얼굴이라도 닦을 텐데… 사람이 이렇게 한계를 느끼는 거구나 싶었죠.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정말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송 의외로 산을 잘 타더라고요. 군인이신 아빠 덕분이라고 했는데 평소 엄한 편이신가요?

보영 씨를 봐서는 마냥 사랑받으며 곱게 컸을 것만 같아요.

그렇잖아요, 이 얼굴에 대고 어떻게 기합을 주고 군기를 잡을 수 있겠어요!

●박 저희 아빠 엄청 엄하세요~

통금시간은 기본이고, 각 잡는 걸 좋아하셔서 청소나 기타 정리정돈은 칼이에요.

얼차려받은 적도 있고. 지금도 촬영 끝나고 집에 들어가다 보면 전화가 와요, 어디냐고.

지금 들어가는 길이라고 하면 들어가서 ‘집 전화’로 전화하래요. 철저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가정적이기도 하셔서 집에 친구들 놀러오면 간식도 만들어주시고, 또 저 중·고등학교 때 교복 셔츠는 항상 아빠가 손빨래해서 다려주셨어요(웃음).

●송 와~ 멋지네요~ 사랑받고 자라셔서 그런지 정말… 사랑스러우십니다, 하하

‘국민 여동생’이란 타이틀이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어떠세요?

●박 전 아니에요. 국민 여동생이 얼마나 많은데요~

전 아주 잠깐 스쳐지나서 바로 연아 킴으로 넘어갔어요(웃음).

사실 감사한 일이죠. 언제 그런 얘길 들어보겠어요. 시켜줄 때 마음껏 누리고 행복해해야죠. 하하.

●송 좋은 일도 꾸준히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박 3년 전 MBC <코이카의 꿈>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게 계기가 됐어요.

그 나라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때 만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들은 나름대로 행복한데 우리가 뭐라고 불쌍히 여기며 베푼다고 우쭐해하는건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가 제 머리를 훅 치고 지나가더라고요.

이후로 그들의 친구가 돼야겠다 생각하게 됐고, 더 늦기 전에 이런 경험을 하게 돼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코이카 홍보대사를 맡게 되면서부터는 책임감도 막중해져서, 더 많이 공부해서 널리 알리려고 노력 중이고요.

●송 박보영이 꿈꾸는 2014년은 어떤 모습인가요?

●박 얼마 전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남자 주인공에게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런 말을 해요.

“하루를 두 번씩 살아보거라. 처음은 일상에 치여 정신없이 살지만, 두 번째는 밝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해라. 그럼 첫 번째 때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될 것이다.”

전 그 대사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2014년은 1년 계획을 세우는 대신 하루하루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고요.

여러분도 새해는 순간순간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우시길 바래요. 복 많이 받으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