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시작한 노벨상은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2월 10일 2022년 시상식이 개최되었습니다. 노벨상 연구 중에는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 연구들이 있는데요. 일례로 물리학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과학자 중 한명인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일정 진동수 이상의 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 이론을 통해 빛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죠. 광전 효과를 기반으로 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서 그의 연구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이론적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디스플레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연구들과 노벨상(물리%26화학상) 수상자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음극선관을 이용한 브라운관 개발

칼 페르디난드 브라운 (190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1990년대 후반까지 TV는 두껍고 볼록 튀어나온 브라운관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라운관은 왜 이름이 브라운(Braun)일까요? 사실 이 볼록한 수상기의 정식 명칭은 CRT(Cathode-Ray Tube), 바로 음극선관인데요. 브라운관이라는 이름은 이를 발명한 칼 페르디난드 브라운(Karl Ferdinand Braun)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독일의 물리학자였던 그는 형광물질이 칠해진 유리면에 음극 전자가 충돌하면 빛을 내는 현상을 발견했는데요. CRT는 수많은 전자를 형광면에 충돌시키면 1초에 25개~50개까지 빛에너지가 발광하게 되는데 그 빛을 우리가 화면으로 보게 되는 원리입니다.

 

LCD(액정표시장치)와 PDP(Plasma Display Panel)가 상용화 되기 전까지 브라운관은 무려 100여 년 동안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추 역할을 해왔는데요. 그는 계속된 연구를 통해 1909년 무선전신을 개발한 공로로 마르코니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디스플레이의 역사를 뒤바꾼 그의 발명을 기념해 1987년 칼 페르디난드 브라운상이 제정돼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룬 디스플레이 분야 공로자에게 매년 시상되고 있습니다.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시작, 양자전기역학 이론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아이슈타인은 광전효과 이론으로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끝내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반대했습니다. 양자역학은 그 후로도 찬성과 반대를 오가며 물리학계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요. 그러던 것이 1960년대 복잡한 양자의 원리를 수식으로 정량화시킨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 이론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이론을 주창한 사람이 바로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었습니다. 파인만은 이 이론으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는데요. 

 

그는 한 강연에서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There’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며, 당시 물리학이 발견하지 못한 양자역학의 ‘나노(nano)’ 세계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198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눈으로 확인되었는데요. 원자 수준의 이미지를 관찰할 수 있는 주사터널현미경(STM) 발명에 이어 양자점(Quntum Dot)이 발견되면서 실제 현상으로 관찰될 수 있었습니다. 1982년 발견된 양자점은 지름이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로 별도 광원 없이 전압을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낼 뿐 아니라, 크기가 작으면 푸른빛이 나오고 커지면 붉은빛을 내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원리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QD-OLED 등 퀀텀닷(QD) 기반 디스플레이입니다. 

 

액정 디스플레이의 출발점이 된 연구

피에르질 드 젠 (199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과학적 발견 없이 산업 기술의 발전이 있을 수 없듯이, 산업 기술의 발전 없이는 과학적 발견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좋은 예가 LCD(Liquid Crystal Display), 바로 액정 디스플레이입니다. 1991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피에르질 드 젠(Pierre-Gilles de Gennes)은 수학적인 모델을 사용해 액정(Liquid Crystal)과 고분자화합물의 성질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는데요. 그가 액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부터였습니다. 

 

연구 초기만 해도 학문적 성과 외에 별 응용 분야가 없었던 액정 연구는 액정 물질이 가진 광학적 특성이 발견되면서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1968년 전기장 속에서 액정이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1970년대 들어 전자손목시계, 전자계산기 등에 액정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TV,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분야의 핵심소재로 액정이 급부상하면서 관련 기술은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LCD 산업의 전성기였던 20세기의 시작, 1991년 노벨 물리학상은 이와 같은 산업적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연구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OLED 탄생에 기여한 물리학자와 화학자의 만남

앨런 히거와 앨런 맥더미드 (2000년 노벨 화학상 수상)

 

고품질 화질을 구현하는 휴대전화와 TV 등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탄생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은 1963년 ‘유기결정체의 전기장 발광’이라는 논문으로 이 분야의 선구자로 불린 미국 물리화학자 마틴 포프(Martin Pope) 박사였습니다. 그의 연구를 이어받은 것이 바로 2000년 ‘전도성 고분자 물질’ 발견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앨런 히거(Alan Jay Heeger)와 앨런 맥더미드(Alan G. MacDiarmid) 박사인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앨런 히거 박사는 물리학자, 앨런 맥더미드 박사는 화학자였다는 점입니다. 

 

1975년 이 두 사람은 물리학과 화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플라스틱과 같은 유기물에 전기가 통할 수 있는, 전도성 고분자 물질을 만들어 냈는데요. 이 연구를 바탕으로 탄생한 OLED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자체 발광 방식으로, 뛰어난 명암비와 색 표현력, 그리고 플렉시블 구현 등 디스플레이 기술을 한 차원 발전시켰습니다. OLED 연구 초기 1980년대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에서는 발광 재료로 고분자 물질과 저분자 물질 가운데 어떤 것이 상용화에 유리한가를 두고 연구가 계속되었는데요. 예상외로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저분자 물질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더 효율적인 저분자 재료에 대한 연구와 잉크젯 방식을 위한 고분자 물질 관련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LED 조명의 ‘마지막 퍼즐’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

나카무라 슈지,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201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왼쪽부터) 나카무라 슈지,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박사

 

알고 계신가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백열 전구의 에너지 효율은 5%, 형광등의 에너지 효율은 15%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반면 LED 전구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40%에 달하는데요. 청색 LED를 개발한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 아마노 히로시, 아카사키 이사무 박사가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된 이유입니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청색 발광 다이오드의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인데요.

빛이 흰 색을 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빛의 삼원색인 적색, 녹색, 청색의 빛이 모두 모여야 하죠. 마찬가지로 LED가 형광등과 같은 흰 빛을 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빛의 LED가 필요한데, 이미 수십 년 전 개발된 적색과 녹색 LED와 달리 청색 LED는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1992년 마침내 최초의 청색 LED가 개발됨으로써 LED가 백열전구나 형광등을 대체하는 백색 광원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백색 LED 램프는 뛰어난 에너지 효율 덕분에 평균 10만 시간 지속되고, 이는 형광등의 10배, 백열등의 100배에 달하는데요.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은 연구들을 토대로 디스플레이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았는데요, 브라운관, LCD, OLED, QD-OLED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대부분 수십 년에 걸친 연구로부터 탄생한 성과입니다. 양자역학, 이론 물리학과 화학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이러한 노력과 연구 결과가 모여 디스플레이 기술과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봅니다.

 

※이 칼럼은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