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바로 ESG 경영.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요소인데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ESG 경영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환경·안전·건강을 중시하는 경영 원칙에 따라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도 지구환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는데요. 친환경 제품 생산을 위해 탄소 저감, 용수 재사용, 에너지 효율화, 온난화 성분 저감 등을 달성해 지난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폴더블 OLED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았고, 글로벌 UL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플래티넘'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환경을 위한 혁신적인 ESG 활동을 펼쳐 자원 재활용과 부가가치 창출에도 성공했습니다. 바로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폐용액 속에서 '은'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본격 도입한 것입니다. 자원을 아끼는 노력을 넘어 환경 보호의 레벨을 한층 높인 삼성디스플레이의 ESG 경영 활동을 뉴스룸이 소개합니다.
디스플레이 폐기물 속에 보물이 숨어있다?!
작년 6월 삼성디스플레이는 환경 보호, 자원 순환을 위한 '폐 에천트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에천트(etchant)란 디스플레이 표면을 깎아내 두께를 얇게 만드는 화학액으로,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물질인데요. 그동안은 폐기물 전문 업체가 매입·수거해 초산·질산·인산으로 나누는 정제 과정을 거친 후 초산은 염색 공정, 질산은 제설제 그리고 인산액은 비료 또는 소화기 분말 등으로 가공해 수출해 왔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루에도 수십 톤이 배출되는 폐기 에천트를 재활용 해 환경에도 기여하고 원가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폐 에천트 안에 'Ag'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발견했습니다. Ag는 화학 주기율표에서 기호 47번을 달고 있는 원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은(silver)'입니다. 폐 에천트 1톤 안에 들어있는 은 함유량을 확인해 보니 약 300g(그램). 이를 연간으로 환산해 보니 폐 에천트 안에 녹아 있는 은의 양은 무려 2.5톤 가량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폐 에천트 내부에 존재하는 은은 안타깝게도 금속 형태가 아닌 '이온(Ag+)' 상태였기 때문에 곧바로 꺼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소금물의 경우 물속에 염분은 있지만, 소금 입자는 물에 녹아 손에 잡히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태인 것입니다.
폐 에천트에서 '은'을 추출하는 연금술 같은 기술 개발!
일반적으로 폐 에천트를 정제하면 질산은 증발되고, Ag와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인산에 모입니다. 하지만 이온 상태의 은을 금속 형태로 추출하는 방법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보다 쉽고 경제성이 높은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인산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 자체는 이론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추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추출을 위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설비가 부식되거나, 인산이 오염되는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 노력 끝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적화된 추출 물질 투입 및 처리 기술을 개발! 고순도의 은을 추출하고 부작용은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찾아 냈습니다.
추출 방법의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인산 속의 Ag+ 이온에 Cl- 이온을 붙여 분말 형태의 AgCl로 만든 후, 여기에 환원제를 투입해 Cl을 떼어내 순수한 금속 형태의 Ag만 남기게 하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인산 속에 녹은 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뻔한 은은 고부가가치 광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죠.
▲ 폐 에천트에서 추출한 은(Ag) 알갱이들
'은' 재사용으로 자원 순환, 고부가가치 창출까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은(Ag)은 흔히 귀금속이라 불리는 가치를 가진 광물입니다. 가시광선을 잘 반사해 거울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고, 항균 성질을 가지고 있어 식기와 살균기에도 활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은은 전기 전도율이 높아 전자산업에도 많이 쓰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 방식인 태양광 소재로도 사용 되는 등 활용 범위가 무척이나 넓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 패널에도 은(Ag)이 중요한 소재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는 유기 물질이 독립적으로 자체 발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뛰어난 화질은 물론, LCD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전력이 낮아 친환경 디스플레이의 특징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적은 전력으로도 밝고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기 위해 OLED는 '미소공진(micro-cavity)'이라는 빛의 반사 특성을 이용하는데요, 이때 거울 역할로 '은(Ag)'이 사용됩니다. OLED 디스플레이 공정의 폐 에천트에서 은이 발견된 이유도 바로 이 반사판을 얇게 가공하는 과정에서 은 성분의 일부가 빠져나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는 폐기물 속의 은을 재탄생 시켜 궁극적으로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되는 소재로 되돌아올 수 있는 자원 순환의 길을 개척한 셈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폐기물 속에 섞여 그대로 생을 마감할 뻔 했던 은을 되살림으로서, 연간 약 15억원 수준의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을 폐기물 수거 및 정제 업체에 적극 지원해 실제 공정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폐 에천트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폐기물 처리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협력사 기술 지원을 통한 상생까지 달성 할 수 있었죠.
삼성디스플레이는 폐 에천트 뿐만 아니라 공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들을 알뜰히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환경 보전에 기여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끊임없는 노력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