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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로부터 시작되는 과학의 탐구 방법

과학의 탐구 방법에는 많은 관찰을 통해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귀납적 탐구 방법’과 관찰 후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세워 이를 검증하는 ‘연역적 탐구 방법’ 이 있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자연현상이나 사물을 ‘관찰’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되니, 관찰이야말로 과학탐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적 탐구의 결과물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밀하고 꾸준히 자연현상과 사물을 관찰한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찰 활동을 할 때에는 사람의 오감이나 감각을 확장하는 도구(현미경, 망원경 등)를 사용하게 된다. 사실 필자가 한 많은 과학실험은 현미경을 통한 관찰로부터 시작한 것이 많은데, 이와 같이 시각 정보를 이용하거나 혹은 시각 정보를 확장한 관찰이 오감을 이용한 관찰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각의 성립 경로는 어떻게 될까?

▲ 빛을 받아들여서 시각이 성립되는 경로. 시각세포의 흥분이 대뇌의 시각령에 도달하면 시각이 성립된다.

그렇다면 시각은 어떻게 성립이 되는 것일까? 일단 빛이 눈을 감싸는 제일 바깥쪽의 투명한 막인 각막을 통과한 후 카메라의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지나면서 굴절하게 된다. 그다음 상이 맺히는 부분인 망막에 도달하게 되는데, 여기에 존재하는 색상과 명암을 감지하는 시각세포들이 흥분하게 된다. 이 흥분이 시각 신경을 통해 대뇌의 시각령에 도달하면 마침내 시각이 성립되는 것이다.

즉 빛이 전기적인 정보로 전환되어 뇌에 전달되는 것인데, 사람의 눈은 0.04~0.15초 정도의 짧은 시간 내로 빛을 감지한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각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렇게 눈이 전하는 정보를 뇌가 해석하고 그 결과 우리는 사물을 인식하게 된다.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이 맺히는 부분인 망막에는 1㎠당 약 1,000만 개에 이르는 광수용체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 우리의 눈은 그 어떤 최첨단의 카메라보다도 더 뛰어나고 정밀하고, 또 민감하다. 그렇다면 필자는 왜? 이렇게 뛰어난 눈을 통해 얻은 시각 정보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하는가? 바로 우리 뇌가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 때문이다.

▲ 망막에 맺히는 자동차의 상의 크기가 작아질 때, 우리의 뇌는 자동차 자체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도로에서 자동차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망막에 맺히는 자동차의 상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게 된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 뇌에서 ‘어머 자동차가 점점 작아지고 있잖아!’라고 판단하면 이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 된다. ‘자동차가 나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어서 점점 작아지고 있군’이라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 우리 뇌는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에 고도의 계산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뇌의 해석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조명이나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극히 제한될 수 있다. 이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에 우리 뇌는 판단을 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해석을 하게 되는데, ‘착시(optical illusion, 錯視) 현상’은 바로 이런 해석 과정에서 나타나게 되는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왼쪽에 두면 커 보인다? 기하학적 착시현상

눈에 보이는 것이 언제나 그 사물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아래의 사진에서와같이 곡선 형태로 종이나 부직포를 잘라 같은 크기의 두 장의 카드를 만든 후 나란히 두고 보면, 왼쪽에 위치한 카드가 더 크게 보인다.

▲ 기하학적 착시현상에 의해 분명히 같은 크기의 카드이나 왼쪽에 위치한 카드가 더 커 보인다.

분명히 같은 크기로 만들었기에, 두 카드를 겹쳐서 확인해보면 완벽하게 같은 크기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오른쪽에 있던 카드를 왼쪽으로 보내본다. 그러면 또다시 왼쪽에 위치한 카드가 더 커 보이게 된다. 이 도형의 경우 왼쪽 면에 비해 오른쪽 면이 더 길이가 길다. 두 개의 도형이 접촉한 면에서의 길이 차이 때문에 이렇게 크기가 달라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분명히 같은 크기라는 것을 알고 다시 보아도 왼쪽 카드가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처럼 도형의 크기, 길이, 방향, 각도 등이 실제 상황과 다르게 보이는 것을 ‘기하학적 착시’라고 한다.

필자는 이와 유사한 기하학적 착시현상을 실생활에서도 발견했는데, 가족들의 식사 준비를 하면서 삶은 새우를 까서 가지런히 놓아둔 순간이었다. 새우의 머리와 꼬리를 제거하고 껍질을 까서 두니 위의 도형과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

▲ 기하학적 착시현상으로 왼쪽에 위치한 새우가 더 커 보이게 된다.

거의 같은 크기의 새우를 나란히 둔 상태에서는 왼쪽의 새우가 가장 커 보였다. 제일 작은 사이즈로 보이는 오른쪽의 새우를 왼쪽으로 옮겨 놓았더니 다시 제일 커 보이는 착시현상을 확실히 경험할 수 있었다.


배경에 따라 밝기가 달라지는 흑백 착시현상

우리 뇌는 특정 부분만 좁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까지 전체적인 것을 취합해서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같은 물체가 배경의 밝기에 따라 희게 보이기도, 검게 보이기도 하는 이른바 흑백 착시현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특히 조명의 밝기, 반사되는 정도, 그림자가 있느냐 없느냐 등의 많은 조건에 따라 똑같은 물체이지만 우리 눈에는 밝기가 완전히 다른 물체로 보이게 될 수 있다.

필자는 CG 디자이너와 함께 원을 사각형으로 바꾸거나, 수나 기울기 또는 구름의 밝기와 투명도 등 많은 조건을 변화시켜보며 흑백 착시 그림들을 제작해 보았다. 그 결과 원이나 사각형 속 공간에는 같은 밝기의 회색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하나하나의 조건이 달라질 때마다 회색의 밝기가 조금씩 조금씩 다 다르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원반을 네모로 바꾸거나, 크기, 형태, 밝기, 구름 효과 등 많은 요건을 각각 다르게 제작하는 시도를 해보았다. 배경에 따라 회색 원반이나 사각 공간의 밝기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 배경의 차이 때문에 왼쪽 달이 오른쪽 달보다 검게 보이는 흑백 착시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래픽 툴로 왼쪽 달을 오른쪽으로 떼어 옮겨보면 오른쪽 달과 완전히 같은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지상에 가까울수록 달의 크기는 더 커진다.

평소에는 달이 어디서 뜨는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그래도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날에는 달이 떠오를 때 소원 빌어야 된다고 하니 시간 맞춰 동쪽 하늘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동쪽 지평선에서 두둥실 보름달이 딱 뜰 때 보면, 평소에 보던 달과는 달리 사이즈가 훨씬 더 큰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순간을 담고 싶어 카메라로 찍어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달의 크기에 비해서는 정말 조그마한 크기의 달이 촬영된다. 촬영한 달과 내 눈에 보이는 달의 크기는 거의 3배 정도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촬영된 달의 크기가 실제 크기이고, 우리 눈에 보이는 큰 달은 착시현상에 의한 것이다.

▲ 철로의 가까운 쪽과 먼 쪽에 같은 크기의 달이 있다. 분명히 같은 크기이지만 먼 쪽에 위치한 달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위 그림을 보면 철로의 가까운 쪽과 먼 쪽에 같은 크기의 달이 있다. 분명히 같은 크기이지만 먼 쪽에 위치한 달이 더 커 보이는 것을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크기의 달의 상이 망막에 맺히지만, 우리 뇌는 크기가 다르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배경 위에 있는 물체는 거리 때문에 저렇게 크기가 작게 보이는 거라고 추론하기 때문에 그 결과 더 큰 크기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동쪽 지평선에서 떠오른 보름달은 앞쪽에 있는 건물이나 산 등의 지형지물보다 더 멀리 있다는 사실을 우리 뇌에서는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크게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늘 높이 뜬 달에 비해 지평선 가까이 떠오른 달이 더 커 보이는 걸까? 우리가 고개를 숙여 땅을 봤을 때 바로 내 발 아래의 땅은 가깝고, 수평으로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까지의 거리는 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하늘도 머리를 들어 보게 되는 내 머리 꼭대기 바로 위의 하늘(천정)이 가깝고, 지평선 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멀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하늘 높이 뜬 달은 작아 보이고, 더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지평선 근처의 달은 더 크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어항에 물고기를 넣어보자! ‘잔상효과’

▲ 종이 카드에 물고기와 어항을 각각 인쇄하고 카드 두 장을 양면으로 붙여 빠르게 회전시키면 물고기를 어항 속에 넣을 수 있다.

또 다른 착시현상 중 하나인 잔상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 보았다. 일단 카드 두 장에 물고기와 어항을 각각 인쇄한다. 그러면 어항 속에 헤엄치고 있어야 할 물고기가 어항 밖에 있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 된다. 카드 두 장을 양면으로 붙이고, 손잡이를 달아서 빠르게 돌려주면 어항 밖의 물고기를 어항 속으로 넣어 살릴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바로 착시현상의 일종인 잔상효과 덕분이다. 내 눈앞의 물체는 분명히 사라졌지만 내 눈에는 계속 보이니 분명히 나의 착각이다. 빛이 눈에 들어오면 망막에 상이 맺히는데, 망막 위의 상은 빛의 자극이 제거되었다고 바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약 1/16초 동안 잔상으로 남게 된다. 사람의 눈이 물체를 볼 때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반응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눈앞의 물체는 사라져도, 시각 기관의 흥분 상태는 지속되어 시각 작용이 잠시 남아 있게 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잔상이다.  


각종 디스플레이의 동영상은 잔상효과 덕분이다?

잔상효과를 이용한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각종 디스플레이에서 보고 있는 화려한 동영상들이다. 애니메이션 영상, TV 방송 동영상, 영화나 인터넷 동영상 등에서 드라마 주인공들이 움직이고, 운동선수들이 공을 차고 있지만 실제로는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지나가서 우리 눈이 속고 있는 것일 뿐, 사실은 정지상태를 촬영한 사진들이다. 1장의 사진을 계속 보고 있지 않아도 1/16초 동안은 잔상이 남기 때문에, 1/16초 이내에 조금씩 변하는 그림이나 사진이 연속적으로 제시되면 동작이 끊어지지 않고 움직이는 상태로 인식되는 것이다.

1초당 몇 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었는지를 Frame/sec로 나타내게 되는데, 우리가 보는 공중파 TV 방송은 29.97 Frame/sec 또는 59.94 Frame/sec으로 촬영, 편집되고 있다. TV를 보고 있으면, 우리 눈앞에서 1초에 약 30장 혹은 60장의 사진이 촤르르르~ 계속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우리가 각종 감각기관을 통해서 얻는 정보 중 80% 이상이 바로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이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컴퓨터, TV의 많은 디스플레이들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내기에, 눈뜬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시각 정보를 눈을 통해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이 많은 시각 정보 중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가? 같은 능력의 시각 기관을 가지고도 탁월한 과학자들이 관찰한 것을 왜 우리는 보지 못하는가?

필자가 이번 칼럼에서 내내 강조한 대로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로 본다. 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해석을 하므로, 결국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현미경은 1590년대에 최초로 발명되었고, 세포는 1660년경에 현미경을 통해 관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포의 관찰 이후에도 세포가 생물의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단위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까지는 또 100년이 넘는 세월이 더 지나야 했다. 전혀 배경지식이 없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세포가 생물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 눈에 들어온 많은 시각 정보 중에는 중요하지만 놓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비록 망막에 상은 맺혔지만 나의 뇌에서는 의미를 부여 받지 못하고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속담은 어쩌면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낼지도 모를 중요한 발견을 위한 자극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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