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띠링” 알람음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최악의 공기 질, 절대 외출하지 마시오”라며 방독면 이모티콘이 보인다. ‘미세먼지 480’이란 숫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잠시 아이들을 등교시켜야 하나 싶은 고민을 해본다. 예전에는 특정한 계절에만 찾아오더니 최근에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문제를 일으키는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PM)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은 먼지이다. 원래는 풍화 현상으로 인해 사막에서 발원하는 작은 모래 입자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산업이 발달하면서 탄소 화합물, 금속성 물질, 질산이온(NO3-), 암모늄 이온(NH4+), 황산이온(SO42-)들이 주요 성분이었다가 최근에는 중금속 성분들의 함유량이 많아져서 건강에 더 해로워지는 추세이며 우리나라처럼 강수량이 한 계절에 주로 집중되는 지역에서 더 극성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라는 단어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입자의 지름을 기준으로 정의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름이 10μm(10,000nm)보다 작은 입자를 미세먼지(PM10)로, 지름이 2.5 μm(2,500nm)보다 작은 입자를 초미세먼지(PM 2.5/PM1)로 나눈다. 그런데 이 유해한 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는 거품 비누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오늘은 거품 비누와 미세먼지의 공통점인 콜로이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용액과 콜로이드의 차이점

▲ 용액과 콜로이드 구조 비교

균일 혼합물인 용액(solution)은 크기가 1nm보다 작은 입자(용질, solute)들이 다른 입자(용매, solvent)들 사이에 골고루 용해되어 보이지 않게 된 상태로 전 구간에 걸쳐 조성이 일정하다. 보통 용액이라고 하면 액체에 고체가 녹은 설탕물(설탕+물) 등을 떠올리지만 소주(에탄올+물), 공기(질소+산소+아르곤 및 이산화 탄소 등등), 그리고 18K 금(순금 75%+은, 구리, 팔라듐 등의 다른 금속 25%)처럼 액체, 기체, 고체상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균일 혼합물과 불균일 혼합물 사이에 위치하는 콜로이드(colloid)란, 정상적인 용질 입자보다 큰 1nm~1,000nm 사이의 크기를 가진 입자들이 다른 물질에 분산(dispersing)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용액과는 다르게 분산질(분상상, dispersed phase)이라고 부르는 콜로이드는 입자의 크기가 커서 설탕물의 설탕처럼 완전히 녹아 들어갈 수가 없다. 즉, 다른 물질(분산매, dispersing medium)속에 단순히 섞여 있는 상태이므로 전 구간에 걸친 균일성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물질의 세 가지 상태인 고체, 액체, 기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콜로이드는 그 분류 방법 또한 여러 가지이다. 먼저 용액처럼 분산매와 분산질의 종류에 따라 콜로이드의 종류를 구별하면 다음 표와 같다.


일상 속 콜로이드 찾기

스티로폼은 Dow Chemical Company의 등록 상표로 가정용 단열재로 사용되는 압출 폴리스타이렌을 의미한다. 끈적끈적한 폴리스타이렌(분산매)에 기체(분산상)가 분산되어 단열 및 충격 흡수에 탁월한 콜로이드인 스티로폼을 제조하기 위해 예전에는 반응성과 독성이 없으며 취급이 쉬운 프레온 가스를 썼다. 하지만 오존층 파괴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때문에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다른 기체를 사용한다. 냉장 또는 냉동식품의 포장재로 사용하는 스티로폼은 실제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짜 스티로폼을 보고 싶다면 제대로 만들어진 아이스박스나 자동차 대시보드나 문짝 등을 구성하는 탄탄한 고분자를 떠올리면 된다.

액체인 물방울이 기체인 공기 속에 분산된 에어로졸 콜로이드인 안개에 아황산가스(SO2) 등의 강한 산성 기체가 함께 섞여서 약 10,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런던스모그 사고가 발생하였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가 pH2의 강한 황산 에어로졸이라니,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지금보다 그 시기가 더 암울했을 것이다. 그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 속 폐 질환에 걸린 주인공이 많았던 이유도 결국 콜로이드였다.

기체와 액체가 분산된 거품 형태의 콜로이드로는 머랭, 클렌징폼, 카푸치노나 맥주의 거품 등이 있다. 아주 고운 고체 입자를 액체에 분산시킨 졸 콜로이드로는 커피, 물감 그리고 뭉근한 불에 끓이고 있는 한천 가루와 물의 혼합물을 예로 들을 수 있다. 한천 가루를 물에 풀어서(보통 생활 속에서는 ‘분산’이란 단어 대신 물에 ‘푼다’로 표현한다) 끓이는 과정에선 졸 콜로이드였다가 냉각 시켜 굳힌 것이 바로 우뭇가사리 묵이다. 이렇게 상태가 바뀐 것을 겔(gel, 젤) 콜로이드라고 한다. 혹시라도 묵 요리를 먹었다면 우리는 겔 콜로이드를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한때 유행이었던 액체괴물로 불리던 슬라임 또한 겔 콜로이드의 일종이다. 그리고 상처 난 부위에 바르는 묵 같은 재질의 하이드로겔 습윤 밴드 또한 겔 콜로이드이다.


콜로이드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을까?

콜로이드는 또한 분산질이 모여있는 상태에 따라서 ①마이셀(micelle(a), 미셀라)콜로이드(회합 콜로이드), ②분자 콜로이드 ③입자 콜로이드로 나뉜다. 생활 속에서 널리 사용되는 ‘마이셀 콜로이드’는 주로 계면활성제가 첨가된 기름과 물의 혼합물인 에멀젼(emulsion) 형태가 많다. 클린징 워터, 비눗물, 로션, 물감이나 마요네즈 등이 모두 에멀젼의 예이다.

▲ 계면활성제가 마이셀을 형성하는 과정

마요네즈의 경우는 지용성인 기름과 수용성인 식초와 물이 잘 분산되도록 계면활성제로 달걀노른자의 레시틴 단백질을 사용한 콜로이드이다. 대부분 수용성인 소화효소와 삼겹살의 기름이 잘 섞이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계면활성제로 간에서 만들어져 쓸개에 저장되는 쓸개즙이 이용되어 소화 과정에도 콜로이드 상태가 생기게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우리 몸의 세포막도 계면활성제와 같은 구조로 생긴 인지질이 인체 구성의 약 70%를 차지하는 물속에서 안정하게 존재하기 위하여 마이셀이 생기는 원리와 유사하게 이중 막 구조를 이루고 있다.

‘분자 콜로이드’는 녹말이나 단백질, 고무 같은 천연 고분자나 나일론 같은 합성 고분자가 액체에 분산된 콜로이드이다. 이러한 분자들은 분자 1개의 크기가 너무 커서 물에 풀었을 때 완전히 용해되지 못하고 분산되며 녹말 물이나 고무 용액, 링거액으로 사용하는 알부민 단백질 용액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입자 콜로이드’는 단순히 고체 미립자가 콜로이드 상태로 분산되어 있는 것인데, 금 입자를 유리에 분산 시켜 만드는 루비 유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콜로이드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과학적인 현상들

▲ 작은 분자들이 움직이는 원리, 브라운 운동(출처: YTN 사이언스)

이렇게 다양하게 분류되는 콜로이드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두 가지 중요한 현상이 바로 ‘브라운 운동’과 ‘틴들 현상’이다. 브라운 운동이란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물에 든 꽃가루가 물과의 충돌로 끊임없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현상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콜로이드가 브라운 운동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정전기적 반발력이다. 콜로이드 입자는 본질적으로 중성이지만 다른 물질에 분산되면 전하를 띠는 이온을 끌어당기게 된다. 이로 인해 같은 입자들끼리 같은 전하를 띠게 되어 서로 반발하므로 계속 분산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끊임없는 브라운 운동을 하게 된다.

한편, ‘틴들 현상’이란 콜로이드의 입자 크기가 커서 빛을 비추었을 때 빛의 산란 경로가 보이는 현상이다.

▲ 빛을 비추었을 때 콜로이드는 빛의 산란 경로가 보이는 모습

사실 콜로이드 입자의 크기 때문에 일어나는 중요한 작용은 틴들 현상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투석과정도 포함된다. 장과 방광에서 소변을 걸러내는 과정과 반투막을 이용한 인공투석 과정은 모두 고체 입자가 액체에 분산된 졸 콜로이드인 혈액에서 필요 없는 배설물만을 거르는 과정이다.

최근에는 ‘커피링 효과’라는 새로운 현상도 콜로이드에서 아주 중요하게 떠오르는 추세이다. ‘커피링 효과’란 고운 커피 가루가 물에 분산된 콜로이드 용액인 커피를 마실 때 잔 아래로 흐른 커피가 남기는 동그란 자국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찾은 현상이다. 자세히 보면 그 동그란 커피 자국의 바깥쪽이 더 진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표면적이 빨리 증발한다는 액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별거 아닌 현상 같지만 고체 염료 입자가 액체에 분산된 물감(페인트)을 바르는 과정에서 중간 부분과 끝부분의 마르는 속도가 달라서 페인트 처리가 울룩불룩해지는 심각한 단점을 야기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똑똑한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콜로이드 입자의 모양을 타원형으로 만들면 이런 커피링 효과가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어 새로운 기술로 개발하였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커피잔 아래의 동그란 자국이 이리도 놀라운 과학적 발견이 될 줄이야!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 대신 이제 커피잔 밑이 어둡다고 해야 할까? 과학은 멀리 있지 않다. 과학은 지금도 우리 가까이에서 발견되려고 아우성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