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물리학의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과학자로 평가받는 아인슈타인의 가장 위대한 성과는 아마 상대성 이론일 것이다. 빛의 속도는 절대적이며, 시공간은 상대적으로 달라진다는 그의 이론은 과학계에 거대한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1905년 발표한 특수 상대성 이론과 그로부터 10년 후에 나온 일반 상대성 이론은 당시 너무 난해한 법칙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1922년 광전효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효과의 발견이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한 업적이 아니었다는 뜻은 아니다. 일평생 광전효과만 연구하던 과학자가 말년에 정리된 성과를 바탕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단지 아인슈타인이 이루어낸 다른 연구 성과들이 대부분 과학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오히려 광전효과의 위대함은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 빛으로부터 시작된 신비한 특성은 당연히 물리학에서 말하는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당시 빛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갖고 있던 기존 학설을 반박한 혁신적인 생각이었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 양자역학의 발전에도 기여한 광전효과의 중요성은 결코 상대성 이론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광전 효과란?
▲ 빛이 표면에 닿으면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고 금속에 빠져나오는 현상인 ‘광전 효과’
광전효과는 빛이 갖는 입자의 성질을 이용한 현상으로, 금속 판에 일정한 진동수 이상의 빛을 비추면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물질의 원자는 원자핵과 음전하를 띠는 전자로 구성되며, 다시 원자핵은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로 나누어진다. 양성자와 전자는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양성자를 많이 갖고 있는 금속원소들의 주위에는 전자 역시 굉장히 많이 돌고 있다. 전자가 도는 궤도는 마치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데, 에너지를 얻으면 원자핵으로부터 멀어지는 궤도로 올라가고, 에너지를 방출하면 다시 가까운 궤도로 내려오는 성질이 있다. 원자핵으로부터 거리가 먼 전자들은 약한 에너지만 받아도 바로 궤도를 이탈해버리는데, 이런 전자를 자유전자라고 한다.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는 자유전자가 많으며,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는 자유전자가 적다.
보통 금속 내에 전자는 원자핵의 양전하에 의한 전기력 때문에 속박되어 있는데, 여기 빛을 비추면 빛의 입자설에서 빛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광자와 전자가 충돌하면서 광자의 에너지를 전자가 얻게 된다. 이때 전자가 확보한 에너지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금속 내부의 일함수(φ)라고 불리는 속박 에너지를 끊어내고 밖으로 튀어나온다. 즉, 광자의 에너지가 충분할 때만 광전효과가 일어나며, 이때 빛의 진동수를 한계 진동수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빛'의 정체
빛의 정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미스테리였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피에르 가상디는 빛을 입자라고 가정했다. 17세기 위대한 과학자 뉴턴은 이를 이어받아 빛은 광원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방출된 물질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뉴턴은 프리즘을 통해 퍼진 빛의 한 줄기를 다시 프리즘으로 통과시키면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각각의 색에 대응되는 크고 작은 빛 입자가 다른 주기로 진동하면서 색을 낸다는 것이다. 뉴턴의 명성 덕분에 '빛의 입자설'은 꽤 오랫동안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영국의 과학자 토머스 영은 빛이 입자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한 가지 실험을 설계했는데, 아주 얇은 틈을 이용한 아이디어였다. 빛은 두 가지 종류의 어두운 판을 통과하게 되는데, 첫 번째 판에는 얇은 틈이 하나 있고, 두 번째 판에는 인접한 두 개의 얇은 틈이 있었다. 이렇게 얇고 긴 틈을 슬릿이라고 하며, 이중으로 배치된 슬릿을 빛이 통과하도록 했다.
▲ 이중슬릿을 이용한 간섭 실험
단색광이 첫 번째 슬릿 A를 통과하게 되면 바로 이어서 두 번째 슬릿 B를 만나게 되고, 이렇게 연속으로 슬릿들을 지나 스크린에 도달한다. 만약 빛이 정말 입자라면, 첫 번째 슬릿을 지나 두 번째 슬릿 모양대로 스크린에 두 줄의 무늬가 나타나야 한다. 우리가 어떤 두 개의 틈을 향해 작은 공을 던지면 그 공은 두 개의 틈 중에 하나를 통과할테고, 계속해서 열심히 던진다면 결국 틈 뒤에는 공들이 두 줄로 도착해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빛은 마치 파동처럼 스크린에 여러 개의 줄무늬를 만들었다. 첫 번째 슬릿을 지난 빛의 파동은 다시 새로운 파동을 만들어냈고, 두 번째 슬릿을 동시에 통과한 두 빛의 파동은 서로 부딪히면서 강해지거나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서로 보강 및 상쇄 간섭을 일으키며 뒤쪽 스크린에 닿았고, 이렇게 되면 줄무늬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간섭무늬라고 부른다. 입자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빛은 명백하게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었다.
▲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이루어진 전자기파의 진행
여기에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힘을 보탰다. 그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연구하다가 이 둘이 합쳐지면 또 다른 파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전자기파였다. 이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맥스웰 방정식이다. 그는 전자기파의 속도를 이론적으로 계산했는데, 놀랍게도 빛의 속도와 거의 비슷했다. 결과적으로 맥스웰에 의해서 전자기파의 파장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우리가 보는 빛 또한 그 중에 일부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이제 빛에 대한 논쟁은 확실히 끝난 것처럼 보였다. 빛은 입자가 아닌 파동이며,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역시 파동인 전자기파였다.
플랑크의 양자가설과 광전 효과의 발견
이론적인 설명이나 실험의 결과도 빛이 파동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있었다. 광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주 작은 영역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고, 미시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신기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1887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는 진공 상태에서 금속판에 빛을 비추면 무언가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미 빛은 파동이라는 결론이 과학계 전반에 내려진 상태라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후 독일의 물리학자 필립 레나르트는 음극선 실험을 통해 비슷한 현상을 관측했고, 1899년 영국의 물리학자 조지프 톰슨은 금속판에서 튀어나오는 입자가 전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전자기파인 빛이 금속판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전자에 에너지를 전달하면 전자가 그 에너지를 이용해서 튀어나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일정 세기 이상의 빛을 금속판에 쬐이면 전자가 튀어나와야 할텐데, 빛의 색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붉은 계열 빛은 아무리 강하게 쬐여도 전자가 잘 튀어나오지 않았지만, 푸른 계열 빛은 조금만 비추어도 금방 전자가 튀어나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온도가 감소하면서, 흑체복사 곡선의 정점이 크기는 줄어들고 파장은 길어지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흑체복사 그래프는 레일리와 진스의 고전적 역학이 틀렸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주어진 온도에서 열에너지 복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복사를 완전히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흑체'라는 이상적인 물체를 설정했다.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빈과 영국의 물리학자 레일리는 흑체복사의 진동수와 온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공식을 각자 발표했는데, 빈의 공식은 진동수가 클 때만, 레일리는 진동수가 작은 영역에서만 잘 맞았다.
이걸 활용하여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에너지의 단위가 진동수에 일정한 상수를 곱한 값이라는 가정으로 일반적인 범용 공식을 유도했다. 이게 바로 에너지는 진동수와 관련된 불연속적인 값만 가질 수 있다는 '양자 가설'이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빛을 적용한 '광양자 가설'을 제안했다. 빛은 특정한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는 덩어리로, 기본 단위인 광양자 혹은 광자라는 입자를 갖는다는 가설을 통해 파동성과 입자성을 빛의 이중성으로 종합한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게 전자와 부딪히면 전자를 튀어나가게 만들 수 있으며, 쬐인 빛 에너지에 금속이 전자를 붙잡고 있던 속박 에너지를 빼면 튀어나온 전자의 최대 운동 에너지를 구할 수 있다. 빛이라는 존재에서 진동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하며 빛의 입자성을 강조한 것이다. 광양자의 에너지는 전자기파의 진동수에 비례하며, 파장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파장이 긴 붉은 계열 빛에서 파장이 짧은 푸른 계열 빛으로 갈수록 에너지가 커진다.
광전효과와 관련된 기술의 발전 및 응용 사례
빛을 받아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거나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은 광전 효과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예시는 태양광 발전인데, 태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인 태양 전지를 활용한다. 반도체에 빛을 비추면 전자와 양공(본래 전자로 채워져 있어야 할 구멍)이 만들어져서 서로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기전력(외부 에너지에 의한 전위차로 전력이 발생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실제 구현은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한다.
빛을 이용하는 광섬유를 통해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광통신도 있다. 구리선보다 많은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고,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아 통신 장애가 적고, 외부에서 도청이 불가능해서 보안성이 우수한 광통신은 통신망 확대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최근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적외선 카메라에도 광전 효과가 적용된다. 모든 물체는 표면 온도에 따른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데, 여기서 나온 빛이 필터를 거치면서 적외선 영역만 남게 된다. 남아있는 빛의 양에 따라 감지되는 전류의 크기가 달라지게 되고, 이것을 이용하면 온도를 잴 수 있다.
적외선을 발생시키는 발광부와 감지하는 수광부로 나누어진 적외선 센서도 거의 비슷한 원리다. 발광부에서 나온 적외선이 물체에 반사되어 수광부로 들어오는 강도에 따라 흐르는 전류의 양이 변하게 된다. 발광부가 없는 적외선 센서는 스스로 방출하는 적외선을 이용한다.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현관등이나 자동문, 도난 경보기, 텔레비전의 리모컨 수신부 등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도 유사하다. 피사체의 빛 정보를 받아 전기적인 이미지 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인데, 카메라의 필름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특정한 파장의 빛이 들어올 때, 전류를 흐르게 하는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서 사람의 망막처럼 시각 정보를 전달한다. 심지어 복사기조차 광전 효과가 적용된다. 절연된 드럼을 양전하로 대전시킨 후, 빛을 받으면 도체가 되는 물질이 칠해진 드럼 표면에 빛을 쬐이면 드럼으로부터 전자가 이동하여 빛을 받은 부분은 중성이 된다. 복사할 원본의 검은색 글자에 흡수되어 빛을 받지 못한 드럼 부분은 양전하인 상태라 음전하를 띤 작은 토너 가루들이 양전하를 띤 부분에 달라붙어서 글자가 인쇄된다.
빛이 광자라는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을 지도 모른다는 광양자 가설이 제안됐을 때 당시에는 무척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결국 아인슈타인은 기존의 이론들을 모아 논리적으로 정리해냈고, 이제 우리는 광전 효과라는 이름이 붙은 특이한 성질을 삶의 많은 부분에서 당연하게 이용하고 있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센트죄르지 얼베르트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발견은 다른 모든 이들이 똑같이 보는 것을 보면서 뭔가 다른 것을 생각하는 데 있다. 언제나 변함없이 똑같은 세상을 보며,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는 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다. 광전효과를 통해 빛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광자라는 기본 입자를 기술 개발의 핵심 소재로 사용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본 입자들이 남아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