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가 너무나도 많은 팔방미인 축전기
자~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셋! (번쩍!) 예식장에서 사진 기사님의 플래시가 번쩍 터지면 우리가 눈을 못 뜰 정도로 강한 빛이 순간적으로 방출한다. 플래시는 어떤 원리로 그렇게 강한 빛을 순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일까?
타타타탁~ 컴퓨터로 과제를 하고 있는 현우가 키보드를 능숙하게 두드리고 있다.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대로 모니터에 글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하다. 키보드는 어떤 원리로 자판을 누르면 화면에 글자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훈화 말씀을 하고 있다. 마이크에 대고 작게 말을 해도 전교생이 다 들릴 만큼 큰 소리가 나온다는 게 대단하다. 마이크는 어떤 원리로 음성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꿀 수 있는 것일까?
위의 세 장면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장치는 콘덴서라고도 불리는 축전기(蓄電器, Capacitors)이다. 축전기는 분리된 양전하와 음전하를 저장함으로써 전기 퍼텐셜에너지를 저장하는 특별한 장치이다. 전기를 ‘축(蓄)’, 즉 쌓아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를 물로 비유하여 생각해 보자.
전기를 담는 통 축전기
다음과 같이 물을 담는 통이 있다. 통에 물을 부으면 부을수록 물의 높이(수위)가 점점 올라간다. 이 특별하지 않은 현상이 축전기를 이해하는 기본이다. 하지만 전기는 이러한 통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전기를 담는 통은 아래와 같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얇은 금속판으로 되어 있다.
<그림 2>와 같이 금속판 두 개를 닿지 않게 두고 양 끝에 전지를 연결하고 스위치를 켜면 금속판 A에 있는 자유전자가 전지의 양(+) 극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러면 금속판 A는 (+) 전하가 더 많으므로 (+)로 대전된다.
이후 전지는 A에서 나온 자유전자들을 금속판 B로 이동시켜 A에 있는 (+) 전하와 같은 크기의 (-) 전하로 대전시킨다. 이렇게 하기 위해 전지는 일을 해야 한다. 전지의 화학적 에너지의 일부가 전기 퍼텐셜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이다. 두 극판 사이의 전위차가 전지의 전위차와 같아지게 되면 더이상 A에 있는 자유전자는 이동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태를 우리는 ‘충전(Charge) 되었다’고 한다. 두 극판에 전하가 완전히 충전되고 나면 <그림 3>과 같이 스위치를 열어도 충전된 전하는 서로의 인력으로 도망가지 못하고 전기 퍼텐셜에너지를 계속 갖게 된다.
이번엔 물을 담는 그릇과 전기를 담는 그릇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물은 전하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물을 붓는다는 것은 전하를 더 많이 대전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을 부으면 부을수록 수위가 높아진다. 바로 전위차가 커진다는 것이다.
물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위가 높아지듯이 축전기에 충전되는 전하의 양이 많아질수록 전위차도 커진다. 전기의 양(전하량)은 기호로 ‘Q’ 라고 쓰고, 전위차는 ’V’ 라고 쓰고 이 두 물리량은 비례 관계에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위 식의 비례 표시를 등호로 바꾸려면 비례상수를 써야하는데 바로 이 비례상수가 ‘전기용량’이다. 전기용량은 전지의 전위차에 대해 전기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물통에 비유하면 물통의 밑넓이에 해당한다. 물통의 밑넓이가 넓은 통일수록 물을 더 많이 담을 수 있듯이 전기용량이 큰 축전기는 전기를 더 많이 쌓아둘 수 있다. 축전기의 전기용량은 Capacitance라고 하여 기호 ‘C’로 쓴다. 따라서 축전기의 식은 ‘Q=CV’로 쓸 수 있다
높이는 같으나 밑넓이가 작은 통 A와 큰 통 B에 같은 양의 물을 담으면 B에 더 많은 물이 담기듯이, 전기용량이 큰 축전기와 작은 축전기에 같은 양의 전기를 담으면 전기용량이 큰 축전기에 충전된 전기의 양이 더 많다. 같은 양의 물을 밑넓이가 다른 통에 담게 되면, 밑넓이가 넓은 통의 수위가 낮다. 전기용량이 큰 축전기와 작은 축전기에 같은 양의 전기를 충전하게 되면 전기용량이 큰 축전기의 전위차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축전기의 전기용량
축전기의 전기용량은 극판의 크기와 극판 사이 간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극판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다. 또한 극판 사이 간격은 좁을수록 더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는데 이는 양(+) 전하와 음(-)전하가 서로 전기적 인력을 작용할 때 전하 사이의 거리가 작을수록 더 세게 인력을 작용하여 충전된 전하를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전기의 전기용량(C)은 극판의 넓이(S), 판 사이 간격(d)으로 표시한다.
여기서도 비례 표시가 있으므로 등호로 바꾸기 위해 비례상수를 쓰는데 이때 비례 상수는 ε (Epsilon, 엡실론)을 쓰며, 우리말로는 ‘유전율(誘電率, permittivity)’이라 하고, 완성된 식은 아래와 같다.
전기용량의 단위는 F를 쓰며, ‘패럿’이라고 읽는다. 영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F는 매우 큰 단위여서 보통의 전기용량 단위로는 μF (마이크로패럿, 10-6F), nF(나노패럿,10-9 F), pF(피코패럿,10-12F)을 쓴다.
축전기는 어디에 쓰이는 물건일까?
터치스크린패널(TSP)은 디스플레이를 전기가 통하는 것으로 터치하여 손쉽게 스마트폰 등을 조작하게 하는 입력장치이다. 터치스크린패널을 작동하는 원리는 투명한 전극이 입혀진 두 개의 얇은 판에 전하로 충전된 축전기가 손이나 펜으로 접촉하면 생기는 전류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다.
카메라 플래시는 축전기에 전기를 충전하여 전기 퍼텐셜에너지를 저장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축전기에 충전된 전기가 방전되면서 전기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강한 빛을 순간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컴퓨터 자판, 키보드에는 평행판 축전기가 부착되어 있다. 키보드의 축전기는 보통 외부 회로에 의해 일정한 전위차로 유지된다. 키가 아래로 눌려질 때 위판이 아래판에 가깝게 움직이면 전기용량이 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하가 외부 회로를 통해 흐르게 되어 모니터에 글자가 출력되게 한다.
콘덴서 마이크에는 움직일 수 있는 진동판과 고정된 판으로 구성된 축전기가 있어서 입에서 나온 소리 에너지가 진동판을 떨게 하면 축전기의 전기용량이 변하고 이때 전하가 외부 회로를 통해 흐르게 되어 음성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에어백의 센서도 축전기로 되어 있다. 자동차가 강하게 충돌하게 되면 그 충격으로 가벼운 판이 고정된 판으로 움직이게 되며 이때 축전기의 전기용량이 변하면서 미세한 전류를 흐르게 한다. 이 전류를 회로가 감지하여 에어백을 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축전기는 우리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많은 곳에 있다. 가정에서 쓰는 가전제품, 모바일 제품 등 전기가 사용되는 제품 중 축전기가 들어있지 않은 물건을 골라내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이다. 축전기는 두 개의 얇은 금속판과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절연 물질로 구성된 매우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축전지는 앞으로의 세상을 채워갈 산업과 기술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