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이란 사람의 모습이나 행색을 말하거나 사물의 형태를 뜻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처음 볼 때 느끼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외관으로 보이는 형태를 통해 사람 혹은 사물의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파악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가전제품들을 보면, 실제로 외관 형태나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성능이나 가치, 기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모바일 기기의 형태를 살펴보면, 앞으로 모바일 기기가 어떻게 진화할지를 전망할 수 있다.
휴대폰이 등장한 지난 10년, 폼팩터는 어떻게 변화했나?
우리는 제품의 형태를 이야기할 때 종종 ‘폼팩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폼팩터(Form Factor)는 공학 설계에서 제품의 물리적 배열이나 구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폼팩터가 변하면 제품의 크기나 디자인 등 외형까지 변하게 되는데, 초반에는 컴퓨터 하드웨어 규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다가, 모바일 기기가 발전하면서 주로 스마트폰의 형태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 모토로라가 만든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 ‘다이나택(Dynatac) 8000x’ (출처: 모토로라)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기 이전에 등장한 휴대폰 즉 피처폰은 생각보다 다양한 폼팩터로 등장했었다.
처음 휴대폰이 나올 때만 해도 바(Bar) 형태의 디자인이 일반적이었다. 막대기처럼 기다란 직사각형의 형태로 디스플레이 화면과 하단에는 10개가 넘는 물리 버튼들이 노출되어 있었다. 최초의 휴대전화인 모토로라 ‘다이나택 8000x' 제품 이후 이런 형태로 휴대폰이 설계되었다.
이후에 등장한 것은 노출된 조작 버튼을 보호하고 디자인도 훨씬 깔끔한 플립 형태의 휴대폰이었다. 1989년 모토로라 마이크로택이 세계 최초의 플립형 휴대폰이다. 돌출된 키패드를 가릴 수 있도록 뚜껑을 열고 닫는 플립형태의 디자인을 적용해 외관은 깔끔해졌으며, 키버튼 등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까지 가능해졌다.
▲ 오른쪽부터 모토로라 레이저 V3 , 삼성 애니콜 블루블랙 폰 SPH-V6900 (출처: 모토로라, 삼성전자)
휴대폰 폼팩터는 슬림, 심플, 휴대성이 강조된 측면으로 진화해갔다.
2004년 출시해 1억 3천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모토로라 레이저폰은 폴더 형태의 휴대폰이다. 폴더폰은 키 조작부와 화면부 상하단이 접히는 형태임에도 두께를 얇게 만들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유지했다. 또한 디스플레이를 보호해 줄 뿐 아니라,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로 폼팩터가 개선된 것이다.
2000년대 중반으로 갈수록 폼팩터는 더욱 다양해졌다. 기존 바(bar) 형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폴더폰처럼 사이즈는 작아진,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밀어 올리면 그 아래 숨겨졌던 키패드 버튼이 등장하는 형태의 슬라이드폰도 등장했다. 2005년 문근영 폰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삼성 블루블랙폰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이 특징인 슬라이드 업 방식의 휴대폰이다.
또한 휴대폰으로 지상파 DMB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펼친 화면을 가로로 회전해서 좌우 넓게 볼 수 있도록 해준 삼성의 가로본능폰도 큰 인기를 끌었다.
▲ 오른쪽부터 삼성 애니콜 가로본능 폰 SCH-V600, S8300 울트라 터치폰 (출처: 삼성전자)
2000년대 후반에는 아예 키패드 없이 전면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구현되어 터치로 조작하는 풀터치 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키패드 버튼 없이 전면이 디스플레이로만 구성된 디자인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삼성전자가 울트라 터치폰을 선보이면서 휴대폰 시장에 고가의 풀터치 제품 경쟁이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의 혁신은 디스플레이에서 디스플레이로!
▲ 블랙베리 bold 9650 (출처: 블랙베리)
2000년대 휴대폰 시장이 크기, 형태, 키패드 구성 위주로 진화했다면, 스마트폰의 폼팩터는 그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2000년대 이전, 초기 스마트폰은 피처폰의 바(bar) 형태와 유사했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였던 블랙베리 시리즈는 타이핑을 할 수 있는 복잡한 키보드가 내장되었다.
이후 아이폰과 갤럭시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면서, 스마트폰은 물리버튼을 최소화한 디스플레이 중심의 형태로 변화했다. 디스플레이의 발전에 따라 제품의 해상도와 화질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베젤이 얇아지면서 스마트폰 전면을 화면으로 꽉 채우는 풀스크린 형태가 트렌드로 이어졌다. 게다가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의 폼팩터는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 오른쪽부터 갤럭시 라운드, 갤럭시 노트 엣지 (출처: 삼성전자)
2013년에 출시한 삼성 갤럭시 라운드는 최초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폰이다. 오목렌즈처럼 화면을 구부려 그립감을 높인 형태로 디자인되어 기존 사각 프레임 형태를 벗어난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커브드 엣지 형태로 등장해 또 한번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 디자인과 UI를 선보였다.
2014년 출시한 갤럭시 노트 엣지는 화면 측면부가 곡면으로 디자인되어, 측면부에는 사용 가능한 가상의 버튼들을 배열하고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엣지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베젤을 최소화하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활용되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화면 몰입도가 높은 대화면 풀스크린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양측면 디스플레이를 부드럽게 꺾는 형태로 디자인된 커브드 엣지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의 풀스크린 트렌드를 주도했다. 풀스크린 대화면 트렌드가 계속 이어지면서, 화면 사이즈는 커졌지만 휴대성은 좋아진 폴더블 형태의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오른쪽부터 삼성 갤럭시 폴드, 갤럭시 Z플립 (출처: 삼성전자)
작년에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폴드는 7.3형 대화면 폴더블 OLED가 적용된 제품으로 접으면 스마트폰 형태로, 펼치면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은 작년에 이어 올해 2월 갤럭시 Z 플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형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갤럭시 Z플립은 갤럭시 폴드와는 달리 상하를 접는 클림쉘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최근 대화면 디스플레이 트렌드에 맞게 6.7형 대화면 사이즈를 탑재했으면서도 접으면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로 대화면과 휴대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모바일 기기의 폼팩터 미래는 과연?
10년간 진화한 피처폰의 마지막이 물리버튼이 최소화된 터치스크린 형태였던 것처럼, 스마트폰 진화 끝은 완벽한 풀스크린 화면이다. 완벽한 풀스크린 화면을 위해 각종 센서를 화면 안으로 배치해야 하는 기술과 더불어, 끝없는 대화면 트렌드에 맞게 모빌리티가 용이하도록 디스플레이가 접히거나 구부러져야 한다.
이미 갤럭시 폴드나 Z플립처럼 폴딩 형태의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문인식을 비롯해 각종 센서를 디스플레이 내장하는 방식은 개발되었거나 연구 중이다. 앞으로의 스마트폰 폼팩터의 변화는 디스플레이가 발전과 함께 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