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알아보는 공학이야기 9 – 상사법칙

상사(similarity, 相似)법칙은 일명 닮은꼴 법칙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구조물이나 설비를 제작하기 전, 주변 환경이나 내부의 역학적 상태를 추정하기 위해서 모형을 만들어 실험을 합니다. 상사법칙은 기하학적으로 닮은 두 물체가 역학적으로도 닮음꼴이 되기 위한 조건을 나타내는 법칙으로, 차원해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기하학적으로 닮은 두 물체에 관여하는 모든 물리량의 비율이 동일하면, 두 물체에 일어나는 현상 역시 같은 결과를 얻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사법칙을 써서 축소 모형(model) 실험에 필요한 실험조건을 제시하고, 측정결과를 원형(prototype)에 대한 결과로 환산해 줍니다. 또한, 크기가 다른 신제품을 개발할 때 축척 변화에 따른 성능과 용량 변화를 미리 추정할 수 있습니다.

*차원해석: 어떤 관계식을 구하기 위해 등식의 양변 및 각 항의 차원 등을 해석하는 방법.

 

기하학적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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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법칙은 스케일 변화에 따른 비례관계를 설명합니다.

상사(similarity, 相似)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기하학적 상사(geometric similarity)로서 상대적인 길이나 각도 등 닮은꼴 형상이 그대로 축소 또는 확대된 것입니다. 길이 축척(dimensional scale factor)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서 면적이나 체적 등 기하학적 요소들이 결정됩니다.

▲ 두 배의 크기로 개발된 대형 펌프 특성

예를 들어, 축척이 2인 펌프를 만들면 회전날개와 연결관 지름 등은 모두 2배가 되고, 면적은 4배, 체적은 8배가 됩니다. 따라서 같은 재료로 만들었을 때 무게는 8배가 됩니다.

날개의 회전각 속도가 같으면, 결과적으로 유체 속도는 2배, 단면적은 4배가 되므로 시간당 유량*은 8배가 됩니다. 또 압력은 유속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펌프 양정*은 4배가 됩니다. 즉 크기가 두 배인 펌프를 상사법칙에 맞춰 개발하면 유량은 8배가 되고 양정은 4배가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량: 임의 단면을 단위시간 동안 단면적을 통과하는 수량

*양정: 펌프가 물을 퍼올리는 높이

 

모형실험

어떤 실험을 할때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종종 축소된 모형을 만들어 실험합니다. 원형이 너무 작아서 다루기 힘든 경우에는 확대 모형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모형과 원형사이에 완전한 상사(similarity, 相似)가 이루어지려면 기하학적 상사뿐만 아니라 운동학적 상사와 역학적 상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동차 항력(drag)*실험을 하는데 있어서 닮은꼴 모형을 쓴다고 저절로 상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주위를 흐르는 유선의 모양이나 힘의 비율 등을 만족하도록 풍속을 비롯한 실험조건을 맞춰 주어야 합니다.

*항력: 물체가 유체 내에서 운동할 때 받는 저항력

영화를 보면 미니어처 건물이나 거대 괴물이 등장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크기가 다른 모형을 만들어 영상을 찍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형은 정지한 화면에서 실제 크기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이나 거인이 움직이는 동적인 모습을 보면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기하학적 상사는 이루어졌더라도 운동학적 상사나 역학적 상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운동학적 상사 (kinematic similarity)

운동학적 상사란 움직임이 서로 닮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움직임이 있는 경우에는 길이에 더해 시간이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시간 스케일이 달라지면 속도와 가속도 등 운동학적 요소들이 달라집니다. 쉬운 예로 비디오를 천천히 돌리면 슬로우 모션이 됩니다. 시간 축척(time scale factor)을 두 배로 늘리면, 속도는 절반이 되고 가속도는 4분의 1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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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자리를 천체 투영관의 돔에 투영할 때는, 실제 별자리와 똑같이 분포시킨 상태에서 시간에 따라 거리를 이동하도록 하고, 혜성이나 유성의 상대 속도를 같게 하여 운동학적 상사가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운동학적 상사가 이루어지면 대응하는 각 지점에서 속도비와 가속도비가 같은 상태가 됩니다. 그때문에 동역학에서는 시간 경과에 따른 물체의 움직임이 같은 궤적을 그리고, 유체역학에서는 물체 주위를 흐르는 유체 흐름이 동일한 유선을 그리게 됩니다.

 

역학적 상사 (dynamic similarity)

역학(力學)적 상사는 말 그대로 힘의 측면에서 닮은꼴이란 의미입니다. 물체에 작용하는 힘에는 중력, 관성력, 압력, 점성력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들 힘 사이의 상대적인 크기나 중요성이 모형과 실형에서 서로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정지하고 있는 물체의 강도를 다루는 구조역학에서는 주로 중력을 비롯한 압력이나 탄성력이 중요하며, 움직임을 다루는 동역학이나 유체역학에서는 중력에 추가하여 관성력이나 마찰력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쉽게 알아보는 공학이야기 9 – 상사법칙▲ 자체 무게에 의한 외팔보의 처짐

예를 들어, 간단한 구조물인 외팔보의 처짐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외팔보란 수영장 다이빙 보드처럼 한쪽 끝이 고정된 막대를 말합니다. 외팔보는 자체 무게 때문에 끝이 처지게 되는데, 중력과 보드 탄성력에 따라 처지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이때 외팔보 끝단의 처짐 d는 재질의 탄성계수 E, 길이 L, 그리고 비중량 ρg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차원해석*을 수행하면 상대 처짐인 Π1=d/L과 중량 대비 탄성력 비율을 나타내는 Π2=E/ρgL라는 두 개의 무차원 변수가 나옵니다.

*차원해석: 어떤 관계식을 구하기 위해 등식의 양변 및 각 항의 차원 등을 해석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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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무차원수인 상대 처짐이 같은 상태가 되려면 두 번째 무차원수인 탄성력 대비 중력 비가 같아야 합니다. 따라서 외팔보 길이를 두 배 늘리면 탄성계수도 두 배 강한 재질을 써야 힘의 비율이 같아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탄성력/중력 비가 줄어들어 외팔보 길이 대비 상대적인 처짐이 커집니다. 즉 기하학적으로 닮은 구조물이라 하더라도 크기가 큰 것은 상대적으로 많이 처지게 되고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사실은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나 건물 붕괴사고가 나면 처참하게 부서지는 것에 비해, 장난감 자동차나 모형 건물은 그리 심하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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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역학과 같이 운동이 있는 경우는 관성력을 포함한 여러 가지 힘이 관련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축구공 등에 생기는 공기 항력은 물체의 크기, 속도, 밀도, 점성계수, 중력가속도, 음속 등 여러 변수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이에 관한 차원해석을 수행하면 레이놀즈(Re)수, 마하(Ma)수, 프루드(Fr)수와 같은 무차원수들이 도출됩니다. 이들은 각각 점성력, 압축력, 중력에 대비한 관성력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역학적 상사를 이루려면 이론적으로 이들 무차원수들이 각각 같은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 소개된 무차원수 이외에도 지금까지 여러 학문 분야에서 다양한 무차원수들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대가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들입니다. 이들 무차원수는 물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관련 분야의 개념 정립과 학문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해왔습니다. 상사법칙과 무차원수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분야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