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17세기 대표적인 화가 램브란트의 '풍차'는 풍차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먹구름과 은은한 햇빛이 어우러지며 극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빛의 화가'라는 호칭에 걸맞게, 언덕 위의 풍차라는 사뭇 단순한 소재를 어둠과 밝음의 대조를 통해 유서 깊은 건축물처럼 장엄한 모습으로 만들어낸 것이지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HDR(High Dynamic Range)이란 램브란트처럼 밝기와 색을 조정하여 시청자가 보는 영상을 더욱 극적이고 실감나게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세계 가전 트렌드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미국 CES 전시회에서도 올해 삼성을 비롯한 가전업체들은HDR기능을 채택한 신제품을 대거 발표하였지요.
가전업체들뿐만 아니라 콘텐츠 업체들도 HDR TV로 볼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를 내놓았는데요.
'20세기 폭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었던 '킹스맨' 같은 영화를 HDR로 내놓았고 향후 모든 영화를 HDR로 제작한다는 방침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인 '워너브라더스'는 지난해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를 비롯해 총 14편의 영화를 HDR로 제작하였지요. 디즈니도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정글북'을 HDR로 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HDR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스마트폰들이 HDR기능을 지원하면서부터였습니다. 노출을 달리하여 연속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을 한 장으로 합성하는 방식으로 사진의 심도를 더하였지요.
SDR(Standard Dynamic Range)와 HDR 비교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1) HDR 화면에서는 영상에서 가장 밝은 부분이 훨씬 또렷하게 보입니다.
사진2) HDR화면에서는 영상에서 가장 밝은 부분의 디테일도 실제와 같이 더욱 풍부하게 묘사됩니다.
사진3) HDR화면에서는 밝은 부분에서의 색이 더 정확하게 표현됩니다.
결국, HDR은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하며 디테일 풍부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UHD관련 기술에 대한 표준정립 및 기술개발을 위한 민간협의체인 'UHD 얼라이언스'는 이번 CES에서 HDR 표준으로 LCD TV의 경우 최대1000nit의 밝기와 0.05nit의 어둠을 제시한바 있습니다.
진정한 HDR을 구현하려면 촬영 단계부터 영상 재생까지 전 영역에서 HDR기술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특히 방송 단계에서는 HDR영상 정보를 압축하고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차원에서는 밝고 어두움의 선명한 대조를 만드는 높은 명암비, 넓어진 밝기 영역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계조(bit) 수, 그리고 충분한 밝기를 구현하기위한 백라이트가 중요하지요
특히, 각 가정에서 시청환경을 감안한 패널 개발이 요구되는데요. 같은 색상이라도 실내 조명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또 콘텐츠에 따라서도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북미, 일본 가정은 실내 조명의 조도가 한국이나 중국보다 낮고, 콘텐츠는 스포츠 경기가 영화보다 2배 정도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를 감안하여 HDR에 최적화된 패널을 개발하고 있지요.
2016 CES에서 삼성이 발표한 SUHD TV에도 삼성디스플레이 개발한 HDR용 패널이 탑재되었는데요. HDR을 적용한 TV 44대로 만든 조형물을 통해 상영되는 영상들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우리 거실에 둔다면, 언제든 감동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