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에너지의 불연속과 양자 도약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인 OLED 그리고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다양한 빛으로 고화질 성능을 보여주는 원리 속에는 양자 도약(Quantum Jump)이라는 물리학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개념의 출발은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라는 현대 양자 물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늘은 에너지 불연속성과 양자 도약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자.

 

에너지 불연속성이란?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에너지의 불연속과 양자 도약

에너지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이라는 점은 뉴스룸 지난 편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3. 빛의 입자설]에서 짧게 소개한 적이 있다. 불연속적인 에너지의 개념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는 바로 계단 모형이다. 에너지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자를 공에 비유한다면 전자는 일반적인 공과 달리 비탈길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며 움직이지 않고, 계단과 같이 미리 정해진 위치로만 이동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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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자는 보어(Niels Bohr)의 원자 모델에 따르면 '미리 정해진 궤도'상에만 존재한다. 궤도 사이의 어느 지점에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원리가 에너지 불연속성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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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물질에서 에너지의 흐름은 전자가 궤도를 옮겨갈 때 방출되거나 흡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자가 바깥쪽 궤도에서 안쪽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자체 보유 에너지가 줄어들며 물질이 안정화 되며, 이때 남게 되는 에너지는 빛과 같은 형태로 방출된다. 반대로 전자가 외부의 에너지를 흡수해 들뜨게 되면 바깥쪽 궤도로 상승하게 되는 원리다.

이런 식으로 전자는 궤도를 여러 단계 이동하기도 하는데, 전자의 이동 폭에 따라 각기 나오는 빛이 다르며, 이 때 발생하는 빛의 색은 일정하다는 점을 이용해,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만약 전자가 궤도의 중간 어느 지점쯤에서도 그에 맞는 빛을 낸다면 에너지 연속성이 맞을 수도 있겠으나, 그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전자의 불연속적 궤도 이동(도약) 현상이 에너지 불연속성을 일으키는 것이다.

 

수소 선 스펙트럼이 가져온 불연속 에너지 모델

에너지 불연속성 발견에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스코틀랜드 천문학자인 멜빌(Thomas Melvill, 1726-1753)로 그가 1752년에 뜨겁게 달궈진 발광 기체에서 나온 빛을 스펙트럼으로 분석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일반적인 무지개색 스펙트럼과 달리 띠 모양의 빛이 관찰되는 선 스펙트럼 현상을 발견했는데, 이는 빛 속에 특정한 파장대의 빛만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반적으로 태양 빛을 프리즘에 비칠 때 무지개색이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속스펙트럼 형태가 나타나는 것은 태양 빛 속에 다양한 파장의 빛이 촘촘히 섞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멜빌이 발광체로 사용한 빛은 그와 달리 애초부터 특정한 파장의 빛 에너지만 포함되었던 것이다. 멜빌은 다양한 추가 실험을 통해 물질마다 고유의 빛을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원자 내부를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에너지의 불연속과 양자 도약▲ Na, Hg, Li의 휘선스펙트럼 (나트륨(Na), 수은(Hg), 리튬(Li)은 각기 고유의 빛을 내며, 이들이 프리즘을 통과하여 휘선을 만들면, 색이 분리되어 밝은 선이 보이게 된다.)

 

에너지 불연속에 관한 발머 해석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에너지의 불연속과 양자 도약

수소는 원자핵과 전자 1개를 가진 가장 단순한 원소라 각종 실험에 자주 사용된다. 멜빌의 방법대로 하면 수소도 가시광선 영역에서 4개의 선 스펙트럼이 관찰되는데, 각각 656(빨강색), 486(청록색), 434(녹색), 410(보라색) nm의 파장을 지닌 빛으로 분리된다. 이 선들은 처음에는 당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미를 해석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스위스 수학교사 발머(Johann Balmer, 1825-1898)와 스웨덴 물리학자 리드버그(Johannes Rydberg, 1854-1919)가 각 선들의 규칙을 찾아내면서 공식으로 만들었을 때 조차도 어떠한 물리학적 의미가 부여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불연속적인 에너지 개념을 이용하지 않는 고전물리학으로도 이러한 수소 선 스펙트럼을 설명하지는 못하던 상태였다.

 

에너지 준위 개념의 도입을 통해 등장한 양자 도약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에너지의 불연속과 양자 도약

▲ 전자의 궤도 이동에 따른 선 스펙트럼 발생

수소 선 스펙트럼들이 왜 발생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이후 보어가 제시한 전자와 에너지 준위의 개념을 도입한 원자 모델을 통해 풀리게 된다. 보어는 전자가 궤도를 이동하는 양자 도약 과정에서 빛이 발생하고 이때 도약 거리는 빛의 색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았다.

 

양자 도약의 활용 – OLED와 퀀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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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는 유기발광물질에 전류를 가해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다. OLED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물질에 전류를 가하면 해당 물질의 발광 구조에 따라 물질 내에서 전자의 이동 즉, 양자 도약이 이루어지고 설계된 도약 거리에 따라 고유의 빛을 내는 방식이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양자역학 이야기 - 에너지의 불연속과 양자 도약▲ UV 노출에 의한 양자점의 발광 (출처: 위키피디아)

퀀텀닷(Quantum Dot)도 같은 원리를 이용해 빛을 낸다. 퀀텀닷은 빛이나 전류 등 외부의 에너지를 받아서 다양한 색상을 발현하는 매우 작은 나노 입자 형태의 반도체 결정을 지칭한다. 여기서 빛을 발현하는 것도 모두 전자의 불연속적인 양자 도약에 의한 현상이며, 재료의 개발을 통해 특정 빛만 발현할 수 있도록 제어된 물질들이다. 즉, 퀀텀닷에서 나타나는 발광도 외부 에너지 유입을 통해 바깥쪽 궤도 전자들의 불연속적인 양자 도약을 유발하는 것으로, 그 도약의 특정 에너지 간격을 조절하여 특정 색상을 낸다.

향후 어떤 기술이 새로운 디스플레이 소재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모두 보어의 원자 모델에 의한 해석 또는 에너지의 불연속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었을 것이며, 양자 도약에 의한 빛의 발현, 발광에 기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