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대의 데모크리토스는 빛을 입자라고 주장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고전역학 시대에는 빛과 그 빛이 방출하는 에너지가 연속적이라고 생각해, 마치 스피커 볼륨을 올리면 소리가 일정하게 커져 가는 모습과 비슷하게 여겼다. 하지만 고전역학으로 몇 가지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어렵게 되면서 물리학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다.
고전역학에서 현대역학으로 넘어가게 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빛의 입자설 등장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세기 이전에는 뉴턴 역학, 맥스웰의 전자기학이면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20세기 들어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이 등장하며 고전역학의 오류를 비로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사로 볼 때, 양자역학 관점에서 고전물리학의 오류를 처음으로 논하게 된 계기는 전자기파의 열복사(thermal radiation) 현상에 관한 설명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에너지는 연속적이라는 기존의 관념으로는 자외선 영역의 열복사를 수학적으로 기술하지 못했는데 빈(Wien)과 플랑크(Planck)에 의해 이 문제가 풀렸다.
플랑크는 연속적인 에너지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서 단편화시킨 개념인 에너지 양자가설(quantum hypothesis)을 제안한다. 물질에 의한 열복사의 방출 또는 흡수는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불연속 에너지의 정수배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표현하면 미시 세계에서는 위의 그림처럼 에너지(구슬)가 연속적으로 굴러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측의 계단처럼 정해진 비율로 불연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는 고전물리학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가설로써 그의 열복사 공식을 만족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가정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러한 가설을 통해 에너지의 불연속성이 증명되었고 플랑크는 양자역학의 문을 열게 됐다.
빛의 입자설 – 광전효과로 설명되다
알루미늄 금속판에 빛(UV;자외선)을 비추면 금속판이 반짝거리는 현상을 보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금속판이 빛을 반사해서만이 아니라 외부에서 받은 전자기파에 의해 광전자(photoelectron)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현상은 헤르츠(Hertz)에 의해 발견된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와 아인슈타인이 설명한 광양자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광전효과란 '빛을 쬐면 금속물질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그런데 광전효과에서 빛과 튀어나온 전자의 관계를 보면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방출되는 전자의 양은 쬐는 빛의 양에 비례한다.
- 방출되는 전자가 갖는 에너지는 빛의 진동수에 비례한다.
- 일정 진동수 아래의 빛은 아무리 쬐어도 광전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즉, 단순히 빛을 받아서 전자가 방출될 수는 없고, 일정량의 진동수(에너지)가 확보 되어야 전자가 방출될 수 있다는 것. 만약 빛이 파동이라면 진동수에 상관 없이 오랜 시간 빛을 쬐기만 하면 에너지를 축적한 금속판의 전자가 방출이 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파동설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빛이 에너지를 가진 입자라고 가정하면 설명이 가능하다. 진동수(에너지)가 높은 빛의 입자를 금속판에 쬐면 그 입자가 한번에 전자와 만나 에너지를 주입해 줄 수 있고, 그 전자는 여분의 에너지 덕분에 운동에너지가 생성. 금속판에서 탈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빛을 에너지 덩어리인 광입자(광자, photon)이라고 본 아인슈타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광전효과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컴프턴 광산란 실험을 통한 빛의 입자설 입증
플랑크의 흑체복사와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설명의 핵심은 빛은 입자화된 에너지알갱이라는 것이다. 즉 빛은 입자라는 것이었으나, 기존의 고전물리학이 지닌 지독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컴프턴(Arthur Compton, 1892-1962)의 광산란 실험은 ‘빛=입자’ 개념으로만 설명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입자설이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된다.
토마스 영 (Thomas Young, 1773-1829) 의 이중슬릿 실험으로 빛의 파동설이 정립되었다면, 플랑크의 설명은 양자론의 발단이 되었고, 컴프턴 효과(Compton effect or scattering)는 빛의 입자설을 유력하게 만들었다.
1923년 컴프턴은 X-선을 흑연에 조사시켜 조사 전후의 파장 변화를 관찰하였고, 산란된 X-선의 파장이 입사시의 파장보다 길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X-선의 조사로 파장이 증가함과 동시에 흑연으로부터 전자(Compton electron)가 튀어나왔다. 입사광이 파동이라면 고정된 입자와 부딪쳐서 같은 진동수의 구면파를 형성하면서 회절 되어야 한다. 그런데 빛이 파동이라는 개념으로는 이 실험 결과를 설명할 수 없었다.
▲ 컴프턴의 광산란 실험으로 확인된 되튐 전자와 산란된 광자
당구공으로 다른 공을 맞혔을 때 정지했던 공과 움직이는 공이 직선 운동방향에서 특정 각도로 휘게 되는 것은 둘 다 입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산란되어 튕겨나가는 전자를 되튐 전자(recoil electron)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컴프턴 효과에서 나타났으며, 이는 빛이 입자라는 가정하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
▲ 윌슨의 안개상자 (출처: 두피디아)
컴프턴 효과로 튕겨 나간 입자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윌슨(Charles Wilson, 1869-1959)은 안개상자(cloud chamber, Wilson chamber)라는 것을 고안하였다. 대전입자가 지나간 궤적을 미소한 물방울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통해 입자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실험법이다. 원리는 대기 속의 수증기가 작은 먼지를 핵으로 하여 응결되고 이것이 모여서 구름이나 안개가 되는 현상과 동일하다. 상자 안으로 대전입자(되튐 전자)가 지나가게 되면, 그 경로 부근의 기체분자가 이온화되고, 해당 이온을 핵으로 하여 수증기가 응결하여 비행기구름과 같은 궤적이 나타난다.
그래서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플랑크에 의한 흑체복사 현상 규명,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설명, 컴프턴 산란, 보어의 휘선 스펙트럼 증명 등 양자물리학을 통해, 고전물리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내용을 에너지의 양자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즉 전자기파와 같이 파동이라고 여겨졌던 빛이 불연속적인 에너지를 지닌 입자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드브로이(de Broglie)의 물질파 개념을 데이비슨-거머(Davisson–Germer)가 입증하면서 빛의 파동적 성질이 다시 입증되었다. 결국은 아인슈타인-드브로이 이론에 의해 물질과 에너지는 동일하며, 입자는 파동성을 지닐 수 있고 파동도 입자가 지니는 운동량을 가질 수 있다는 이중성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두 가지 성질이 같은 시점에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추후에 다시 다루겠지만, 입자성을 관측하는 수단으로 대상을 바라보면 입자의 성질을 볼 수 있고, 파동의 특성을 관측하는 도구였다면 파동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광자와 같은 양자가 지닌 이중성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의 성질에 대해서 논할 때 명확히 파동이다 또는 입자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빛은 이중성을 지녔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무지하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관측에 관측자가 개입되고, 빛의 성질이 관측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현재 빛은 파동과 입자의 두 가지 성질을 모두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빛의 성질에 대한 오랜 논쟁은 어느 한쪽도 아닌 새로운 결론에 도달했다. 양자역학을 통해 우주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기본 단위에 대한 호기심은 앞으로도 더 많은 위대한 발견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