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검색 결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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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고화질 디스플레이 시대에 감상하는 ‘20세기 드라마’
지금 넷플릭스(Netflix)에서 볼 수 있는 [스타트렉: 보이저](Star Trek: Voyager, 1995~)의 고정 캐릭터인 톰 패리스(Tom Paris, 로버트 덩컨 맥닐-Robert Duncan McNeill)에겐 좀 괴상한 취미가 있었는데, 20세기 초중반 대중문화에 대한 집착이 그것이다. 구시대의 문화에 몰두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미래 사람들이 과거를 몽땅 잊어버린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하지만 패리스는 30년대 연재 영화나 50년대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대신 그것들을 보기 위해 50년대 테크놀로지로 만든 볼록한 배의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만든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고증을 지킬 생각은 없어서 리모콘을 달긴 했지만. ▲ 1995년~2001년 사이 방영된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 보이저](출처 : 넷플릭스) 당시 난 패리스의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건 좀 심했다고 생각했다. 그 때 나는 구닥다리 텔레비전이 잡은 AFKN의 지글거리는 화면으로 저 드라마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낮은 해상도와 나쁜 화질은 아무리 생각해도 즐거움을 위해 자발적으로 택할 무언가는 아니었다. 난 [보이저]를 더 나은 화면으로 보고 싶었다. 패리스처럼 화질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이상한 짓을 하지 말고. [스타트렉] 제작사가 디즈니의 교훈을 따랐더라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보이저]는 내가 AFKN에서 보았던 [보이저]보다 화질이 낫다. 하지만 아주 낫지는 않으며 심지어 60년대에 나왔던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보다 떨어진다. 어떻게 된 일일까. 90년대의 기술이 60년대보다 나빴던 걸까? ▲ 1995년 첫 시즌 방영 당시 [스타트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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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8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아르덴즈 웨이크]로 보는 VR 영화의 가능성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다른 일 때문에 좀 정신 없이 진행한 편이라 부대행사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때문에 무료 VR 영화 상영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부산에 내려가서, 그것도 영화의 전당에 들어가서 알았다. 꽤 흥미로운 경험이라서 몇 편 더 챙겨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잘 안됐다. 다른 기회가 있으면 좋을 텐데. 유진 정(Eugene Chung) 감독의 [아르덴즈 웨이크](Arden’s Wake: The Prologue, 2017)를 그곳에서 봤다. 아침 일찍 나와서 한 20, 30분쯤 줄을 섰던 것 같다. 열 대 정도의 컴퓨터에 VR 기기가 붙어 있고 영화의 러닝타임은 15분 정도. 분위기를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같은 회사, 같은 감독이 만든 이전 영화인 [알루메트](ALLUMETTE, 2016)도 같은 곳에서 상영했는데,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다. ▲ 영화 [아르덴즈 웨이크] 이미지(출처 : PENROSE STUDIOS 페이스북) 영화는 미래 배경의 판타지이고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구는 물에 잠겼다. 주인공은 프롤로그에서 어머니를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여자 아이로 아버지와 함께 물 위로 삐죽 나와 있는 등대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물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주인공은 아직 완성이 덜 된 잠수정을 타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바다 밑으로 내려간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는 말해줄 수 없다. 일단 스포일러이고, 이 영화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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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같은 영화도 다르게 보인다? 영화 감상의 중요한 포인트 ‘화면비’
빌리 와일더(Billy Wilder)의 [선셋대로](Sunset Boulevard, 1950)를 처음 본 게 아마 90년대 초였던 거 같다. 유명한 명작 영화들을 출시하는 비디오 시리즈 중 하나였는데, 당시엔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때 나는 글로리아 스완슨(Gloria Swanson)의 연기가 내 취향이 아니며 각본도 좀 인위적이고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 뒤에 영어 자막을 깐 DVD로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이게 기억보다 훨씬 좋았다. 그러다 결국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좋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관객으로서 성장한 것인가? 어느 정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소스와 디스플레이의 차이였다. 복잡한 화면비에 숨겨진 미묘한 감상의 차이 ▲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 [선셋대로](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도로시 세이어즈(Dorothy Sayers)의 명탐정 ‘피터 윔지’는 “초콜릿 상자처럼 생긴 책으로 찰스 디킨스를 읽을 생각은 없다”고 말한 적 있다.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거기에 굳이 그렇게 예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정(裝幀)으로 읽어도 찰스 디킨스는 찰스 디킨스이며 텍스트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사정이 다르다. 형편없는 화질과 나쁜 음향, 엉터리 자막은 영화 감상에 심각한 손실을 유발한다. 이들은 나쁜 그림을 보여주고 나쁜 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용과 연기가 실제 이상으로 나쁘다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만약 옛날 VHS 테이프로 본 고전 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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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테크놀로지가 영화에 미치는 영향, 상상과 현실 사이
영화와 디스플레이 기기에 대한 칼럼을 의뢰받았다면 SF 영화에 나오는 미래 세계의 환상적인 디스플레이 기기에 대한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SF의 가제트는 대부분 허구의 기계이다. 이 허구의 기계는 그 세계가 존재하는 (허구의) 기술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고 작동 원리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대부분 그 시대의 쓰임새보다 그 기계를 상상한 사람들의 당시 욕망을 반영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실제 기계와 상상 속 미래 기계의 차이를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과거 할리우드 사람들이 상상한 손목시계 전화기나 영상통화가 가능한 공중전화기가 존재하지 않는 건, 과거의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올 기술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욕구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미래를 만들려 노력할 수 있을 뿐,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지는 못한다. 결국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하는 최근 영화 속 테크놀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좀 공허하다. 차라리 과거의 영화들이 그린 지나간 미래를 보면서 그 상상력의 한계와 엉뚱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낫다. 테크놀로지가 바꿔 놓은 오늘의 풍경, 영화 [다빈치 코드] 물론 그보다 더 의미가 있는 건 현대의 관점에서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칼럼에서는 영화에 대해 다루고 있으니 지금의 테크놀로지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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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1
필름 영사기부터 LED 영화관까지
옛날 옛적 집에 8㎜(밀리미터) 필름 영사기와 카메라가 있었다. 그걸로 가족 영화도 찍어 보고 어디선가에서 딸려온 디즈니 만화 영화도 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디즈니 영화의 제목은 아직도 기억한다. [도널드 덕, 티티카카호에 가다](Donald Duck Visits Lake Titicaca, 1942).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남미 시장을 노리고 디즈니가 만든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 중 하나였다. 이게 어떻게 우리 집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무비 카메라나 필름 영사기를 살 때 딸려온 사은품이었을까? ▲1942년에 개봉한 영화 [도널드 덕, 티티카카호에 가다] 포스터(이미지 출처: www.imdb.com) 어두워진 방의 빈 벽에 디즈니 만화 영화가 떠오르던 마술적 순간을 기억한다. 필름 영사에는 확실히 텔레비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마법의 느낌이 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심지어 브라운관 텔레비전만 해도 지금의 텔레비전에선 느낄 수 없는 희미한 마법의 흔적이 있었다. 화질과 음질이 개선되고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동안 깜빡거리는 영상이 가졌던 마법은 조금씩 사라지고 모든 게 일상화가 되는 것 같다. 여기엔 재미있는 규칙이 있다. 테크놀로지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울수록 더 마법 같다. 내가 지금 원고를 쓸 때 사용하는 태블릿은 기술만 따진다면 거의 마법이지만, 필름을 투과한 빛이 스크린에 영사되는 원시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깜빡거리는 영상의 신비함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영화속 상영 기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어바웃 타임]까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마이너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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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9
영화 속에 등장하는 3D 기술, [아바타] & [원더우먼]
어떤 아이돌이 인스탁스 즉석 카메라에서 사진이 나오는 걸 보고 감탄하며 외쳤던 게 기억난다. “여러분, 보세요,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어요!” 이 천진난만한 반응이 재미있었던 건 즉석사진 기술이 굉장히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나온 게 1948년. 요즘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하면 한참 할머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뽑자마자 빛을 받으며 서서히 떠오르는 즉석 사진은 휴대폰 사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마술적이다. 그 아이돌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가 보는 3D 영화는 사실 진짜 3D가 아니다? 비슷한 반응이 조금 더 큰 스케일로 몇 해 전에 있었다. 3D 영화의 유행이 그것이다. 특히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의 [아바타] 등장 이후 영화계는 마치 영화사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사용한 3D 기술은 기원과 원리만 따진다면 굉장히 원시적이었다. 안경을 쓰고 보는 3D 사진은 이미 1838년에 발명되었고, 19세기 사람들은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것처럼 입체사진첩을 보면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3D 영화 기술도 영화 발명과 함께 발전해 1950년대에 한 차례 전성기를 맞았다. [하우스 오브 왁스](House Of Wax, 1953),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 1953),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 1954)와 같은 영화들이 바로 그 시기의 작품들이다. 그러니 지금의 3D 영화 유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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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손안의 디스플레이를 담다, 영화 [스타 트렉]
제목은 잊었는데 무성영화 시대에 만들어진 유럽 SF 영화의 클립을 본 적이 있다. 남자는 화상통화가 가능한 전화기로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그 대사가 참 고풍스럽다. “지금 아쉬운 건 영상전화를 통해서만 당신의 아름다움을 예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 우리는 시대의 아이들이며 우리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우리가 ‘현대’라고 부르는 시간대에 갇혀 있다. SF는 그런 죽은 미래의 환영들을 보존하는 일종의 박물관이다. ▲ 1990년에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2] 속 화상통화 (이미지 출처: www.movie.naver.com) 위의 영화에서 예언한 고풍스러운 예언은 어디가 틀렸을까. 물론 당시 사람들에겐 당연하게 여겨졌던 성역할의 고정관념은 빼고. 일단 우린 탁자 위에 놓인 동그란 모니터를 통해 화상통화를 하지 않는다. 화상통화를 하는 기술은 있고 화상통화 역시 가능하지만 화상 통화만을 위한 기계는 과거에 생각했던 것만큼 많지 않고(대부분 현관에 방범용으로 달아놓는 것 같다) 애당초부터 화상통화에 대단한 매력을 느끼지도 않는다. 심지어 음성 통화의 매력도 이전만 못하다. 문자가 더 편리하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저 영화가 나올 때만 해도(아직까지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죄송.) 더 많은 시청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전화 통화의 진화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플로이드 박사의 화상통화 모습(이미지 출처: www.imdb.com) 마찬가지로 플로이드 박사가 궤도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에서 어린 딸과 공중전화로 화상 통화를 하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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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시대를 앞서간 디스플레이를 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에일리언]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은 영화 칼럼니스트 ‘듀나’와 함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시대를 앞서간 SF 명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에일리언] 입니다. 1968년에 그려낸 2001년의 디스플레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속편인 피터 하이암즈의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본 독자들은 몇이나 될까?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큐브릭의 영화와는 달리 접근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작품이다. 나 역시 두 번 밖에 보지 못했다. 비디오 대여점 시절에 한 번, 얼마 전에 새로 나온 [스페이스 오디세이] 전집에 실린 소개글을 쓰기 위해 한 번. 그런데 두 영화를 보면 신기한 게 있다. [2001]의 전자제품들은 지금 봐도 현대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중에 만들어졌고 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 [2010]의 전자제품들은 오래 전에 유행에 뒤진 구닥다리들이다. 도대체 왜 그런가? 왜 몇 년 전까지 HD 텔레비전을 보고 태블릿을 활용하던 사람들이 왜 갑자기 브라운관으로 돌아갔는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디스커버리호의 내부 모습 (이미지 출처: www.facebook.com/2001ASpaceOdysseyFilm) 그건 7,80년대의 유행 때문이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 속에서 진짜 텔레비전 화면이 나오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해상도가 나쁘고 프레임 속도가 달라서 깜박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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