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팔적인 가창력과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뮤지컬 배우 남경주..

얼마전 '댄싱 위드 더 스타' 에서 심사위원을 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하였는데요.

뮤지컬을 무척 사랑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영업1팀 강민영 사원이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한 배우 남경주를 만나고 왔다고 합니다.

강민영 사원(이하 강) : 이렇게 만나뵙게 돼 너무 반가워요.

제가 직장인 뮤지컬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뮤지컬을 좋아하거든요.

상반기에 신입사원 강의를 위해 저희 회사에 들르셨을 때, 참석하지 못한게 안타까워서 밤에

잠도 못 잔거 있죠?

남경주(이하 남) : 정말요? 오늘 많은 대화 나누면 되죠. 뮤지컬을 좋아하신다니 제가 더 기쁜데요.

강 : 강의 당시 힘들었던 성장 과정과 열정, 노력에 대해 특히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시절이 뮤지컬 배우 남경주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건가요?

남 : 어린 시절 무척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어요. 고향인 문경에서 아버지가 약국을 경영

하실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가세가 기울면서 파란만장한 삶이 시작된 거죠.

어머니 홀로 수산시장에 생선을 내다팔며 살림을 꾸렸으니 당연히 형편이 좋을 리 없었고,

전 저대로 지난 방황의 시기를 거쳤어요. 하지만 제가 이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내는 이유는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삶은 백팔십도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강 : 결국 꿈을 이루고 성공할 수 있는 힘은 환경보다 자기 자신, 사람 그 자체에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남 : 그렇죠. 모두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삶에 대한 의지,

열정이 성공의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고 봐요. 우리가 하는 일을 ‘체험의 예술’ ‘경험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전 모든 경험을 연기의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간접 경험은 표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제게는 힘들었던 성장과정조차 큰 힘이 돼주는거죠.

강 : 그럼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것을 연기해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일부러 찾아내서 경험을 하는 편인가요?

남 :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자료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닥터스 씽킹>이라는 책을 봤는데, 의사들의 이야기인데도 배우에게 필요한 내용이 많더라고요. 그거 아세요? 의사들이 상상력을 통해 병을 찾아내는 경우도 많다는 것.

분야는 달라도 다른 학문을 통해 비슷한 접근법이나 센스를 찾아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요즘은 철학, 경제 등 다방면으로 독서를 하고 있죠. 제가 워낙 공부를 안 했던 사람인데,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니 호기심을 못 참고 스스로 공부하게 되더군요.

강 : 뮤지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은 뮤지컬 불모지나 다름 없었잖아요.

남 : 불모지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었죠. 제가 운이 좋았던게 형이 연극인이었다는 점이에요. 당시 시립가무단이라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월급 받으며 연극 하는 단체가 있었는데

형이 거기 소속이고, 대학에서도 연극을 전공했어요.

저는 원래 조소를 했는데, 형을 따라 다니면서 연극도 보고, 또 형이 대본을 써서 연출하는 무대에서 연기도 하면서 연극과 뮤지컬을 경험하게 된 거죠.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워낙 좋아해서였는지 해 볼수록 ‘내가 할 일은 바로 이거다!’라는 강한 확신이 들더군요.

한 마디로 뮤지컬 배우 남경주의 뿌리는 형이에요. 만약 형이 없었다면 지금 전 다른 일을 하고 있겠죠.

강 : 지금 하는 일에 대해 후회해 본 적 없으세요? 제일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잖아요.

남 : 그런 말이 있어요? 난 처음 듣는데…. 제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가

장 스트레스도 안 받고, 순수한 열정이 생기는 것 아닌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트

레스 받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한 거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스트레스마저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그걸 해결 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또

다른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뮤지컬의 경우 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게

점점 많아지는데, 그 배움의 과정마저 제겐 너무 소중하고 신나거든요.

강 : 그런 순수한 열정이 있기에 무대 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낼 수 있는 건

가요? 젊은 세대부터 아줌마 세대에까지 인기가 엄청나세요.

남 : 에이~ 그건 인정 못하겠어요. 예전에는 인기가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장난 아

니었죠(웃음).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에요. 그냥 한 분야를 진득하게 오래 해 온데 대

한 신뢰랄까.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알아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강 : 지나친 겸손의 말씀이세요. 궁금한 게 있는데, 남경주 씨 같은 톱스타도 오디션

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나요?

남 : 그럼요. 똑같이 연습해서 오디션을 보죠. 전 젊은 남자 역 한번 해보겠다고 <팬

텀>의 라울 역에 지원했다 떨어진 적도 있고, <미스 사이공>에서는 엔지니어에 지원했

다가 ‘삶에 찌든 모습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떨어지기도 했어요. 제 실력이 부족해서

가 아니라 배역과 제 이미지가 부합하지 않았던 것 뿐이기에 상처받지는 않았고요.

강 : 11월에 공연될 <넥스트 투 노멀>에서는 지친 가장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

어요.

남 : <넥스트투노멀>은 가족의 아픔을 그린 이야기예요. 아이를 잃고 정신적인 충격이 큰 아내, 그래서 수십 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를 대단한 인내와 사랑으로 돌보는 가장 역할이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좋았지만, 음악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에요. 어느 정도냐 하면 그 작품의 1막 마지막 곡을 들으면서 운전하다가 뜬금없이 엉엉 울었을 정도예요. 철쭉이 한창이던 올 봄의 올림픽대로, 달리는차안에서 웬 중년 남자가 대성통곡하고 있었다면 그게 바로 저예요 (웃음).

강 : 하하하. 상상이 안 되는데요. 무척 남성적인 이미지인데 그런면이 있군요.

남 : 집사람은 싫어해요. 그만 좀 울라고. 하하.

강 : 마지막으로 힘든 길을 걸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선배로서, 열정과 꿈의 힘을믿는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진정한 꿈에도 전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남 : 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어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하하하. 정말 재치 넘치면서도 정

곡을 찌르는 말 아닌가요? 인생이란 자신, 사회, 자연, 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만약 그게 없다면 생명은 끝난 거라고. 정신을 고양시키고 인생이 풍요로워

지기를 바란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세요.

그 과정을 통해 원하는 것은 물론 한층 성숙해져 있는 자신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어차피 인생은 한번 뿐. 어려움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삶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삶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