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짐’을 욕심내는 갸루~상!개그맨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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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개그 아이템으로 승화시키는 남자, 그를 위해 24시간 내내 자신의 모든 감각을 활짝 열어 놓고 있는 남자‘실패는 더 나은 개그를 위해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라며 연구와 도전을 거듭하는 남자. 뼛속까지 개그맨인 ‘뼈그맨’ 박성호를 FAB1그룹 김태경 사원이 만났다.

● 김태경 사원(이하 김)갸루상~ 반갑스무니다~ ㅎㅎ 작년 한 해 최고 인기를 얻었잖아요. “데뷔 17년 차인 현재가 나의 최고의 전성기다”고 직접 말했는데, 언제 가장 인기를 실감하나요?

● 박성호(이하 박) 행사나 야외 촬영을 나가면 “갸루상~” 하면서 여기저기서 부를 때요. 사실 예전에는 귀찮은 마음에 “지금 좀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요즘은 인기를 얻을수록 행동을 조심하고,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팬들이 다가오면 저도 적극적으로 다가서죠. 그 분들 덕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김 ● 갸루상 분장이 좀 과하잖아요. 그래서 얼굴에 트러블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피부가 좋아서 놀랐어요. 혹시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박 ●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웃음). 일단 세안을 꼼꼼히 해요. 방 촬영이나 행사에 갈 때도 직접 분장을 하는데 클렌징 오일, 클렌징 폼을 가지고 다니면서 정성 들여 세안을 하죠.

김 ● 역시 세안이군요(웃음). 혹시 갸루상 캐릭터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거예요?

박 ● 아내요! 타 방송에 갸루 분장을 하고 다니는 일반인이 출연했었나 봐요. 그걸 본 아내가 “당신 다음에 이 분장 해봐”라며 캡처한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 순간 빵 터진 거예요.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다 싶어서 간직하고 있다가 <개그콘서트> ‘멘붕스쿨’이 만들어질 때 바로 활용했죠.

김 ● 와, 그럼 지금의 인기는 모두 ‘내조의 여왕’ 아내 덕분이네요? 그런데 보통 개그맨들은 막상 집에 가면 말수도 적어지고, 개그도 잘 안 한다고 하잖아요. 박성호 씨도 그런가요?

박 ● 아무래도 말하는 게 직업이다 보니 집에서는 필요 없는 말은 물론 하고 싶은 말도 잘 안하게 돼요. 그래서 종종 와이프와 오해가 쌓여 다투기도 하는데, 부부 간에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일이 힘들다 보니 쉽게 고쳐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요즘은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아내도 제 마음을 이해하는지 혼자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기도 하고요.

김 ● 얼마 전 한 인터뷰를 보니 “워낙 긴장을 많이 해서 분장을 안하고 무대에 오르면 발가벗은 기분마저 든다”고 했더라고요. 혹시 그런 이유 때문에 계속 캐릭터 분장에 중점을 두는 건지….

박 ● 수많은 대중 앞에 서는 개그맨이지만 이상하게 맨 얼굴로 무대에 서면 자신감이 결여되면서 불안함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분장을 하고, 다른 사람이 된 듯 감정을 이입하죠. 분장은 역할을 한정 짓지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게 ‘대중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제 개그 철학과도 잘 맞아떨어져서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 해요.

김 ●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 매번 좋은 아이템을 짜내야 할 텐데, 힘들지 않나요?

박 ● 개그맨들에게는 24시간이 열려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태경 씨나 주변을 유심히 살피고 있죠.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개그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한 마디로 계속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도록 저를 활짝 열어놓는 거예요. 심지어 개그맨들은 회식 자리에서도, 뉴스를 보면서도 아이템을 찾아내요. 될 때까지 찾는 거죠.

김 ● 그렇게 고생해서 아이템을 찾았는데도 관객들의 반응이 저조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상심이 무척 클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세요?

박 ● “왜 안 됐을까?” 이유를 찾고 연구해요. 다음 개그를 선보일 때 반복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만일, 관객들에게 개그 아이템 10개를 선보였는데 10개 다 실패했다면 미련 없이 모두 버리고 새 아이템을 찾아야 해요. 더 큰 실패를 막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은 거다’ 생각하고, 다시 연구하고 도전하는 거죠.

김 ● 그런 반복적인 실패와 성공이 지금의 박성호 씨를 만든 거군요. 혹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김병만 씨나 이수근 씨 등 몇몇은 그쪽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잖아요.

박 ● 그것도 좋지만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듯 프로그램도 자신과 맞는 게 있어요.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예요.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저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꼭 하고 싶지만 아직 섣불리 달려들고 싶지는 않아요. 차근차근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제게 맞는 좋은 기회가 오겠죠. 그러고 보니 곧 방영될 <인간의 조건> 이 제게 찾아온 기회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정말 저와 잘 맞는 프로그램이거든요(웃음). 아, 1월 26일에 시작했으니 앞으로 꼭 챙겨 보세요. 안 보면 ‘화가 난다~~!’

김 ● 하하. 꼭 챙겨 볼게요. 이런 깨알같은 개그를 보여 주시다니! 어릴 때부터 남들 웃기는 재주가 있으셨던 거예요?

박 ● 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이 제 말에 웃는 걸 좋아했고, 코미디 프로그램도 좋아해서 늘 개그맨을 꿈꿨어요. 그런데 미술을 하고 있던 터라 대학교는 서양학과로 진학을 했거든요. 그게 문제였어요. 도저히 꿈이 포기가 안 되는 거지. 그래서 1997년 KBS 공채시험에 응시했고, 결국 합격! 이후 지금에 이르렀답니다.

김 ● 꿈을 이루기 위한 과감한 도전! 멋지네요. 근데 서양학 전공은 정말 의외예요. 요즘도 그림 그리세요?

박 ● 아뇨. 너무 바빠서 거의 손도 못 대고 있어요. 하지만 미술이 제 개그에 작게나마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에요. 미술과 개그는 같은 예술 분야에서 봤을 때 비슷한 부분이 많거든요. 좋은 작품을 완성시키려면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샘솟아야 하고, 그걸 창작물로 완성해야 한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는 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죠. 그러니 저는 개그맨에게 필요한 이런 과정들을 미술을 통해 미리 단련해왔던 셈이에요.

김 ● 데뷔 17년 차면 사회생활에도 많이 숙련이 됐을 것은데, 선·후배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박성호 씨만의 방법이 있다면 살짝 귀띔 좀 해주세요. 저는 7년 차인데도 간혹 선·후배 관계가 어려운 거 있죠?

박 ● 오~ 벌써 7년 차세요? 저는 2, 3년차 된 신입사원인 줄 알았어요(ㅎㅎ). 후배들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빨리 뜨고 싶으면 선배한테 잘하고, 오래 가고 싶으면 후배한테 잘해라.” 그만큼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공동 작업이 많잖아요. ‘혼자만 잘해보겠다’는 식으로 진행해서 잘 되는 경우를 거의 못봤어요. 서로에게 시너지가 돼줘야 하는데 그걸 놓치는 거죠. 만약 이 글을 읽는 분이후배라면 자신의 장점이나 아이디어를 선배에게 끊임없이 어필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이 뭘 잘하는지 선배가 알 수 없거든요. 그리고 선배들은 늘 열린 마음으로 그런 후배들의 생각을 받아줘야 할 테고요.

김 ● 선배로서의 배려 깊은 모습이 보기 좋네요. 음… 이건 만약의 경우인데요. 박성호 씨에게 개그가 없는 삶이 온다면 그건 어떤 세상일까요?

박 ● 개그맨이 되지 않았다면, 끓어오르는 창작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해 계속 그림을 그렸거나 노래를 불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전 이미 개그맨이잖아요. 그래서 갑작스럽게 개그를 하지 못 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하겠어요. 17년 이상을 개그와 함께하며 제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걸 빼앗긴다… 생각만으로도 정말 우울하고 힘이 쫙 빠지는데요. 제겐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행복감을 느낀다는 점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요즘은 ‘지금이 시작이다’라는생각을 자주 하죠.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게 다시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거든요. 앞으로 더욱더 많은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언제 한번 삼성디스플레이에도 놀러가서 큰 웃음 선사해드리고 싶고요. 하하!

김 ● 오늘 인터뷰 너무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박성호 씨의 무한한 웃음 에너지 기대해도 되죠?

박 ● 그럼요~ 여느 인터뷰와 달라서 저도 너무 즐거웠어요. 2013년에도 계속 발전하는 박성호 기대해주시고요. 대한민국의 웃음은 <개그콘서트>가 책임집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