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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디를 주 차삐까?’ ‘아따 거시기!’ 등 말에 감칠맛을 더하는 사투리.

‘교양 있는 서울 사람들이 두루쓰는 말’이 아니라서 서러웠던 사투리가 점점 문화 속으로 스며들면서 건강한 우리말로 받아들이려는 반가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시도때도 없는 사투리 사용은 의사소통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는데요~

때와 장소를 가려 쓰임에 맞게 사용하여 사투리를 진정 우리의 것으로 아끼고 사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_경향신문 어문팀 엄민용 부장

일러스트_김영진

 

해태: 아따~ 나가 순천서 최초로 오렌지족 소리 들어본 놈이여!

삼천포: 아 맞나? 친구야, 니 진짜 멋있네!

 

이른바 ‘응사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온 국민에게 관심받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 드라마 덕분에 요즘 사투리가 크게 사랑받고 있죠.

각 지방에서 올라온 하숙생들이 영남·호남·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철저히 표준어 사용만을하던 언론과 다르게 이제는 장르 불문하고 사투리열풍이 방송과 영화를 휩쓸고 있습니다.

사투리를 ‘표준어에 대립하는 말’로 삼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은 우리말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일입니다.

말은 태어나 자라고 사멸하는 생명체이므로 오늘의 사투리가 내일에는 표준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맛있게 먹는 ‘골뱅이’는 원래 ‘달팽이’, ‘고둥’, ‘우렁이’를 이르는 사투리였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 탓에 표준어가 돼버렸죠.

이렇듯 사투리는 표준어의 씨앗이나 다름없습니다.

사투리는 우리의 표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사투리를 써야 말맛이 사는 표현도 많은 거지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씨나락’은 ‘볍씨’의 사투리인데, 이를 “귀신 볍씨 까먹는 소리 한다”라고 표준어를 쓰면 영 말맛이 살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우리말 중에는 멀쩡한 표준어인데, 사투리로 ‘홀대’를 받는 말도 꽤 있습니다.

아따’ ‘거시기’ ‘시방’ ‘식겁’ ‘딥다’ ‘쫀쫀하다’ 등이 그런말들입니다.

“아따, 아무 일도 아닌 것 갖고 식겁한 게 거시기하구먼”이라고 하면 완전히 사투리 표현 같지만, 실제는 사투리가 하나도 없는 완벽한 ‘표준 표현’이랍니다.

‘아따’는 “무엇이 몹시 심하거나 하여 못마땅해서 빈정거릴 때 가볍게 내는 소리”를 뜻하는 감탄사이고, ‘식겁(食怯)’은 “뜻밖에 놀라 겁을 먹다”는 뜻의 한자말이며, ‘거시기’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

또는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를 가리키는 표준어입니다.

이들 말이 언제 표준어가 됐냐고요? 언제긴요. 예전부터 죽 표준어였습니다.

‘시방(時方)’ 역시 ‘지금(只今)’과 같은 의미의 한자말이고, ‘딥다’는 “무지막지할 정도로 아주 세차게”를 뜻하는 ‘들입다’가 준 꼴이며, ‘쫀쫀하다’는 “소갈머리가 좁고 치사할 만큼 인색하다”라는 뜻의 바른말입니다.

이처럼 사투리는 우리말의 자양분이고, 사투리와 표준어의 경계도 모호하니, 굳이 사투리와 표준어를 구분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써도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그래도 좋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가족 혹은 친구 간의 대화처럼 일상생활에서는 뜻만 통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공식적인 자리나 문건 등에는 반드시 표준어로 써야 합니다.

사투리가 소통을 방해할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 과장: 수고했어, 허 대리! 근데 회의실 문에 남아 있는 부착물 자국은 정리해야 할 거야.

허 대리: 예, 지가 알아서 문때겠습니더. (네, 알아서 문질러 정리할게요!)

김 과장: ㅡㅡ; 그렇다고 문을 뗄 것까지야.

위의 상황에서 허 대리가 김 과장에게 “문때다”라고 사용한 건 “문지르다”의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김 과장은 ‘문을 떼야 한다’로 이해한 것이죠.

이처럼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이 잘 알지 못하는 뜻으로 말을 하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식적인 업무를 볼 때는 사투리가 아닌 모두가 알 수 있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