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주도하는 테슬라는 25년 옵티머스 로봇 1만대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엔비디아가 투자한 피규어AI는 29년까지 1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메타와 애플이 휴머노이드 경쟁에 참전했다. 메타는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전담 부서를 만들어 로봇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애플은 AI 연구팀을 구성하여 빠른 시일 내에 로봇 팔다리를 디스플레이 부착하는 장치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연합을 결성하는 등 미래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미국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 사족보행로봇 로봇개를 현장 보안 업무에 투입하는 등 미래 로봇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 Tesla의 옵티머스 Gen2가 계란을 잡고 터치 기능을 테스트 하는 모습 (출처: Tesla)

 

글로벌 기업들이 혈안이 되어 있는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가사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용 로봇의 일종이다. 로봇은 크게 드론, 자율주행차, AI기기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로봇과 협의의 로봇으로 구분되는데, 협의 로봇은 다시 사용 용도에 따라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나눠진다. 
 

디스플레이 제조업의 선두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산업용 로봇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며 공정 자동화를 통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뉴스룸에서는 로봇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무인자동화팀 및 로봇혁신그룹 장정국 프로, 유동혁 프로, 공지훈 프로, 김호림 프로를 만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자동화를 이끌고 있는 산업용 로봇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Q.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활용하고 있는 로봇은 어떤 종류인가요?

장정국 프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을 크게 이동성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고정형과 이동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고정형 로봇은 FAB 공정에서 글라스를 이송하는 진공/대기 로봇, 모듈 공정에서 자재를 핸들링 하는 소형 다관절 로봇이 있습니다. 이동형 로봇은 제품을 운반하는 물류 로봇,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이동식 협동 로봇, 공장 내부를 모니터링해주는 유지보수 로봇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최근 CES 2025에서 OLED의 내구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탭댄스를 하거나 공중 뒷발차기를 하도록 퍼포먼스용으로 개발된 로봇개 ‘OLEDog’이 있습니다.

 

 

Q. 이 로봇들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얻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유동혁 프로: 먼저 FAB 공장 내에서 공정이 완료된 원장 패널들은 카세트(cassette)라고 불리는 보관함을 통해 운반되는데요, 이는 무게가 무려 1톤에 이를 만큼 무거워 사람이 운반할 경우, 지게차 등 중장비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동물류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은 1.5톤까지 중량물 취급이 가능해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원장들이 스마트폰 사이즈로 절단되면 후공정에서 트레이(Tray)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용기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담아 운반하는데요, 이때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돌아다니는 산업용 차량(AGV, Automated Guided Vehicle)을 이용해 운반하고 있습니다.

 

▲ SDV법인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차량 AGV 이동 모습

 

공지훈 프로: 이 외에도 디스플레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검사 공정에서는 커넥터를 제품에 연결하여 구동 검사를 하게 되는데요, 저희가 영상 기반 추적 제어(Visual servoing) 로봇을 개발하여, 디스플레이 패널이 어떤 각도로 위치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위치를 찾아가 커넥터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작업자가 직접 커넥터를 연결할 경우,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체결 정도에 차이가 컸는데요, 로봇을 작용하고부터는 작업 공차가 50um 수준으로 매우 정밀해져서 수작업 정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삼성디스플레이 검사 공정에서 사용되는 커넥터 체결 자동화 로봇

 

Q. 삼성디스플레이에 얼마나 많은 로봇이 있는 건가요?

공지훈 프로: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는 고정형 및 이동형 산업용 로봇이 약 2만 1천대 정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FAB 공정에서는 글라스를 취급하기 때문에 산업용 로봇이 비교적 일찍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후공정을 담당하는 모듈 공정에서는 디스플레이 패널 사이즈가 작아 초기에는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대차를 이용한 물류 이동이 빈번하였습니다. 16년 생산기술연구소에서 SDV 법인에 AGV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로봇 개발을 본격화하여 현재는 AMR 물류 이동을 표준화하여 해외 법인 전체적으로 자동 물류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로봇연맹(IFR,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이 발표한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직원 1만명당 로봇 1천 12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로봇 밀도는 직원 1만명당 로봇 3천 576대(‘23년 임직원 수 58,723명), 국내 평균의 3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상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로봇 개발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로봇은 어떤 건가요?

유동혁 프로: 재작년부터 중소형사업부 전략마케팅실에서 ‘MWC 24’에 로봇을 활용한 전시를 하고자 협업을 요청했습니다. 저희가 제조 라인에 활용되는 로봇 위주로 개발한 경험만 있어, 로봇을 활용하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생소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생산기술연구소에서 연구·개발 용도로 보유하고 있는 로봇 중에서 관람객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 SDV법인 검사공정에서 사용되는 양팔 로봇

 

유동혁 프로: 그 중, ’19년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법인(SDV)에서 제품을 들어 검사 작업자를 도와주는 역할로 사용되었던 협동 로봇 중 양팔 로봇이 눈에 들어왔고 디스플레이 제품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퍼포먼스 연출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양팔 로봇의 이름은 ‘YuMi(유미)’인데, ‘MWC 24’ 전시회 기간 동안 유미의 퍼포먼스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현장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MWC 2024’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 전시되었던 패널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양팔 로봇 YuMi

 

올해도 전시회에서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사람에게 친근한 형태의 로봇개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로봇개는 SDV에서 무인화 인프라 운영을 위해 위험지역을 모니터링 하는데 활용되는 로봇인데, ‘CES 2025’ 전시를 위해 새롭게 프로그래밍하여 패널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도록 올레도그(OLEDog)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원래는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된 로봇들이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로봇 개발 업무를 하면서 어떤 순간이 가장 보람됐나요?

김호림 프로: 저희 부서에서는 공정에 필요한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기존에 적용된 로봇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SDV에는 무려 2천여 대에 이르는 AGV를 운영하고 있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최우선 목표였습니다. AGV를 적용한 초기에는 이동 동선이 서로 겹치고, 사람도 같은 동선에 있어 AGV끼리 충돌하거나 경로에서 이탈하여 정지하는 이슈가 종종 발생하였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교차로에서 한 대씩 이동하도록 신호등 로직을 도입하거나 Vision AI로 물체를 인식하여 AGV를 제어하는 등 AGV 관제 고도화를 추진했습니다. 또한 AGV 충돌/이탈 시 정지 상태에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재출발하도록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오류 발생을 최소화하였고 이를 통해 AGV 자동 반송 성공률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개선하였습니다. 이 과제로 해당년도 사내에서 수여하는 연말종합포장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과제를 통해 얻은 결과는 향후 개발 되는 지능형 로봇 시스템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Q.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어떤 로봇이 더 필요할 것 같나요?

장정국 프로: 현재까지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로봇이 주로 개발되었다면, 앞으로는 설비가 운영 중에 갑자기 고장나는 경우에 임의로 수리하거나, 점검 및 보수를 하는 등 비정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로봇 기술뿐만 아니라, AI 기술을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구현하고 적용하여, 로봇이 지능을 가지고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리적 AI 기술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비전(Vision) 카메라를 이용한 주변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을 활용한 로봇의 작업 지능을 개발하고 있으며, 우리 작업 현장에 맞는 작업자 모션을 훈련시켜 우리 회사에 맞는 최적의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로봇의 형태도 기존의 고정형 로봇에서,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확대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 대수는 428만 1,585대에 달한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35년까지 약 380억 달러(약 54조 5,756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AI가 산업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앞으로 몇 년간 로봇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 자동화는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로봇을 활용한 공정 혁신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공정에 필요한 산업용 로봇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디스플레이 기술뿐 아니라 제조 혁신을 주도할 삼성디스플레이의 행보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