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럴링크, 뇌와 세상을 연결하다

2017년 3월,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자신의 5번째 회사를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실제로는 2016년에 설립된 이 회사의 이름은 ‘뉴럴링크(Neuralink)’입니다. 회사 이름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뉴럴링크는 뇌와 세상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이런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이후 BCI)라고 부릅니다. 머스크는 새로운 회사의 설립을 발표하면서 AI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와 AI를 연결해서 인간의 지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죠. BCI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고 BCI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우려한 많은 BCI 연구자들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뉴럴링크는 머스크의 막대한 자본의 힘을 등에 업고 300명에 이르는 각 분야 전문가를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하더니 놀라운 속도로 새로운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 뉴럴링크의 BCI 칩을 삽입한 원숭이가 게임을 하는 장면을 설명하는 일론 머스크 (출처: Flickr)

 

▲ 뉴럴링크의 컴퓨터 칩을 뇌에 이식받은 놀런드 아르보가 체스를 두는 장면 

(출처: Neuralink Live - March 2024)

 

2023년 5월, 뉴럴링크는 미국 FDA로부터 인체 대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말, 드디어 ‘텔레파시(Telepathy)’라고 이름 붙여진 뉴럴링크의 첫 번째 BCI 시스템이 한 사지마비 남성의 뇌에 이식됐고 그가 생각만으로 체스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 글로벌 IT 리더들이 관심을 갖는 BCI

일론 머스크는 BCI 기술을 적용할 대상으로 세 부류의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는데요. 사지마비로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 시각을 잃은 사람들,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바로 그 대상입니다. 머스크는 현재까지 뉴럴링크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진 7천억 원의 투자금 중에서 절반 이상을 자신의 사재에서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만큼 머스크가 뉴럴링크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머스크의 유명세에 가려져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전세계에서 뉴럴링크와 경쟁하는 회사들이 다수 만들어지고 있고 이들 회사에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등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뉴럴링크보다 2년 앞서 FDA의 임상 실험 허가를 받은 싱크론(Synchron), 두개골의 일부를 인터페이스로 활용하는 프랑스의 클리나텍(Clinatec), 뉴럴링크에서 분사해서 2021년에 설립된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Precision Neuroscience) 등이 대표적인 경쟁사들입니다. 이처럼 많은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는 이유는 BCI 기술이 뇌를 자극해서 다양한 뇌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electroceuticals)”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에 향후에는 산업적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지브레인(Gbrain), 와이브레인(ybrain) 등과 같은 BCI 전문회사가 설립돼서 열심히 기술개발을 하고 있죠. 

 

▲ 미국 UC San Diego에서 개발한 유연한 뇌신호 측정 전극의 모습 

(출처: UC San Diego Jacobs School of Engineering)

 

□ 뉴럴링크 성공의 기원, BCI의 발자취

BCI의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1973년, 당시 UCLA의 교수였던 자퀴스 비달(Jacques Vidal) 박사였습니다. 그는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컴퓨터로 분석해서 의사소통을 하거나 주변 기기를 제어하는 개념을 제안하고 BCI라고 이름지었죠. 2005년에는 미국 브라운대학교 연구팀이 사지가 마비된 전직 미식축구 선수 매슈 네이글(Matthew Neagle)의 대뇌 운동피질에 바늘 형태 전극 100여개를 삽입한 뒤,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죠. 현재 뉴럴링크의 성공은 이러한 BCI 연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 필자의 연구실에서 뇌파를 이용한 BCI 실험을 하는 장면 (출처: Hyper)

 

□ BCI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만날 미래는?

이처럼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BCI 기술은 디스플레이 기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뇌파를 이용하는 BCI 기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정상상태시각유발전위(SSVEP)라는 특수한 뇌파를 이용하는 BCI인데요. SSVEP는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시각 자극을 바라볼 때 대뇌의 후두엽에서 관찰되는 뇌파입니다. 이 뇌파를 이용하면 서로 다른 주파수로 변하는 시각 자극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 원하는 명령을 생성해 글자를 타이핑을 하거나 주변 기기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모니터를 이용해서 시각 자극을 제시했지만 최근에는 증강현실(AR)용 투명 디스플레이에 자극을 뿌려주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는데요. AR 디바이스가 점차 가벼워지고 보다 선명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게 되면서 실용화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AR 디바이스가 널리 쓰이게 되면 컨트롤러 없이도 생각만으로 다양한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 뉴럴링크의 대뇌 시각화 기술인 블라인드사이트(Blindsight) 개념 

(출처: Neuralink Begins First Human Experiments!)

 

□ 뇌파로 만드는 생생한 영상? BCI의 놀라운 가능성

가상현실(VR)에도 BC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뇌파를 이용해서 사용자의 감정을 알아내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표정을 바꿔 준다거나 BCI 기술로 사용자의 의도를 읽어내서 아바타를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죠. 현실에서 자유롭게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VR 기기를 이용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보다 편리하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뉴럴링크가 두 번째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인공시각의 구현도 디스플레이 기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각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현재 유일한 인공시각 기술은 망막 부위에 전기자극을 가하기 위한 전극을 삽입하는 인공망막 기술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좁은 망막 부위에 조밀하게 배치한 전극 사이의 간섭 때문에 100 픽셀 수준의 낮은 해상도만 구현이 가능합니다. 100 픽셀이면 눈 앞에 어떤 물체가 놓여 있다는 정도만 인식이 가능한 수준이죠. 뉴럴링크나 비바니 메디컬(Vivani Medical)에서 시도하는 방식은 인간 대뇌의 시각피질에 전극을 조밀하게 삽입해서 영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대뇌의 시각피질은 망막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가지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해상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한다면 뇌를 직접 자극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종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리게 되는 셈이죠.

 

□ 상상을 현실로! 새로운 미래를 펼치는 BCI

이 외에도 BCI의 발전으로 사람의 상상이나 꿈을 영상으로 저장하고 재생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는데요. 아직은 간단한 도형 정도를 복원하는 수준이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보다 정교한 이미지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디스플레이의 하드웨어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저해상도의 영상으로부터 정교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과의 융합도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새롭게 등장하게 될 BCI 기술들을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