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하지만 초고해상도! - 10배 더 선명해져야 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1인치 내외의 작은 크기에 수천 PPI(Pixels Per Inch) 수준의 높은 픽셀 집적도를 갖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뜻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Micro Display)’. 작지만 선명한 화면으로 물리적 크기보다 수십수백 배 확대된 체감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VR, AR, MR 등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핵심 기술인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XR 시장 확대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 예상

 

가상 현실 기술 전체를 통틀어서 일컫는 XR은 크게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MR(Mixed Reality, 혼합현실)로 구분됩니다. VR은 내가 존재하는 환경과 다른, 가상 환경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VR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면 지금 여기와 다른 가상 세계나 가상 환경으로 완전히 넘어가 다른 현실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이와 달리 AR은 현실의 장면에 다양한 정보를 추가로 표시해 주는 기술로 현실 세계의 이미지에 CG를 덧입혀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스마트폰 셀카 앱으로 사진을 찍을 때 토끼 귀를 달거나, 피부를 보정하는 것도 AR 기술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CG가 현실 이미지에 덧입혀졌을 뿐, 현실 사물과 상호작용하지는 못하는데요.

 

 

MR은 VR와 AR의 기능을 통합한 개념으로, 카메라로 포착한 현실 장면을 디스플레이의 가상 화면과 혼합해 현실과 가상 공간의 상호작용까지 가능하게 구현한 기술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요정이 현실 공간에 나타나서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으로, 사용자가 책상을 가리키며 ‘파이어’라고 외치면, (가상으로) 책상이 불타는 식입니다. 각 기술마다 필요한 디스플레이의 성능은 차이가 있으나 선명한 화질을 구현해야 한다는 목표는 동일합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2022년 1,370만 대 수준에 머물렀던 글로벌 VR/AR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2029년에는 1억 대를 넘어서 7년간 연평균 약 84%라는 큰 폭의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픽셀 집적도 - 선명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필수 요소

 

XR 기기가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해상도 구현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화면이 클수록 고해상도 구현이 쉬운 편입니다. 그래서 TV에서는 8K 해상도 제품도 상용화가 되었지만 아직 스마트폰처럼 작은 디스플레이를 가진 제품들에서는 이 같은 해상도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화면 크기가 작을수록 고해상도 구현에 필요한 수의 픽셀을 배치하려면 훨씬 미세한 설계와 고난도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50인치 TV는 5인치 스마트폰 화면보다 면적이 100배 크고, 5인치는 0.5인치보다 100배 더 큰 면적을 갖습니다. 즉, 0.5인치 화면은 50인치 화면의 10,000분의 1 크기가 됩니다. 따라서 같은 해상도를 만들 때 0.5인치는 50인치보다 전자 회로와 픽셀을 10,000분의 1 크기로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래는 화면 1인치의 라인에 얼마나 많은 픽셀을 배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인 PPI(Pixels per Inch)를 이해하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한 기술적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동일한 1인치의 대각선을 가진 14 PPI와 28 PPI의 화면을 보면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PPI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서 픽셀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보다 정교하고 섬세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합니다. 같은 5인치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300 PPI보다 500 PPI 디스플레이가 훨씬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해상도, 어디까지 도달해야 할까?

 

해상도와 PPI는 디스플레이의 선명도와 관련된 핵심 요소들입니다. 이 수치들이 높을수록 디스플레이는 더욱 선명하고 세밀한 화면을 구현해 사용자에게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제품은 해상도 측면에서 발전할 만큼 다 발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XR에 사용되는 니어아이(Near-eye, 눈과 가까운) 특성을 가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더 높은 해상도가 필요합니다. 작은 화면을 크게 확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픽셀의 격자 구조가 보이는 모기장 현상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생생한 시각적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아직도 더욱 높은 해상도와 PPI가 요구되며 이를 위한 기술 발전도 필요합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은 실리콘 기판을 기반으로 한 OLEDoS(OLED on Silicon), LEDoS(LED on Silicon) 방식입니다. 실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로 뛰어난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4000~5000PPI 이상의 해상도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확인했을 때 그 차이를 더욱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출시된 6.8인치 QHD+(3088x1440) 삼성 갤럭시S23의 경우 500PPI 수준의 픽셀 집적도를 갖추고 있는데,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이의 10배에 달하는 PPI에 도달해야 합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기술은 기존의 디스플레이 제작 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도전 목표를 향해 가야 합니다. 먼저 픽셀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 그동안 사용해 오던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공정을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공정으로 줄여야 하고 신뢰성을 평가하는 기술도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픽셀은 작게 만들되 밝기는 더 높여야 하기 때문에 더 높은 효율의 소재를 개발해야 합니다. 크기가 반으로 줄어들면서 동일한 밝기를 내려면 효율이 두 배로 올라가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재료가 변하고 공정이 변경되니, 새로운 방식의 구동 기술이 함께 개발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들이 개발돼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업계 전반에서 더 적극적인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여 기술적 한계 극복에 나서고 있는 만큼, 멀지 않은 미래에 사용자들에게 더 풍부하고 섬세한 한층 진보된 XR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