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Caltech, 이하 칼텍)가 올해 6월 우주에서 빛을 활용한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시험해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칼텍은 지구에서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테스트한 뒤에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 환경에서 해당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주 공간에서의 무선 전력 송수신과 우주-지구 간 무선 전력 송수신에 대한 시연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 무선 전력 송수신 장치 내부(출처: 칼텍)
 

▲ 무어연구소 옥상에서 무선으로 전력이 송신됐는지 감지하는 모습(출처: 칼텍)

 

이는 ‘우주 태양광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생산한 전력을 지구로 전송하는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대기 산란 효과가 없고 24시간 발전이 가능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 표면보다 8배 이상 효율이 높은 데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장점도 갖고 있죠. 간단한 장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무한 전력 공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쟁터나 재난 지역의 긴급 공급용으로도 안성맞춤인데요. 그간 무선 전력 송수신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비용과 안전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 태양광 발전 패널(출처: 위키커먼스)

 

 

‘우주 태양광 발전’,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핵심
 

▲ 빛을 활용한 무선 전력 송신 개념도

 

사상 처음으로 성공한 기술이다 보니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로 알려진 것이 없는데요. 인공위성에 달린 태양 전지판이 태양광을 전기로 바꾼 후, 이를 전파 형태로 전환시켜 지구로 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 전파를 지구의 수신기가 성공적으로 수신해 전파를 다시 전기로 전환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칼텍 연구진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위성 ‘우주 태양광 전력 시연기(SSPD)’가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보낸 전기 신호를 지구에서 수신하는데 성공한 것이 이번 실험의 가장 큰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지구 저궤도 상공을 돌고 있는 SSPD 위성에는 태양광 발전용 패널이 달려 있습니다. 위성 양쪽에 달린 패널은 한 쪽 너비만 50m로 양쪽을 합치면 100m에 달합니다. 칼텍 연구진은 2017년 1㎡당 1kg 미만의 태양전지를 넣을 수 있는 초경량 모듈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와 같은 기술 덕분에 위성의 무게는 50kg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빔 회로도 개발해 위성에 설치했는데 이처럼 다양한 첨단 기술이 망라돼 이번 성공을 견인했다는 평가입니다.

 

▲ 딥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즈의 복합 우주 안테나(출처: 위키커먼스)


다만 지금의 기술로는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바꾸는 과정에서 40%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송수신 효율이 걸림돌이긴 합니다. 최준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책임연구원은 "우주의 대기권을 통과하거나 마이크로파를 전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10~20%로 의외로 적다"면서 "직경 1km의 우주 태양광 위성을 띄울 경우 수신 안테나의 넓이를 4㎢ 정도로 만들면 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는 이어 "가장 큰 과제는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변환하면서 발생하는 대규모 손실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전성 문제는 효율에 비하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마이크로파의 인체 유해 여부는 아직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는데요, 설령 위험하다고 해도 정해진 수신기지국 근처에만 출입을 통제하고 보호장비를 갖추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최 책임연구원은 "석탄 화력 발전으로 나오는 미세먼지는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마이크로파는 정해진 곳만 피하면 되고 얼마든지 차폐도 가능하다"면서 "위도가 높고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한국의 경우 우주태양광발전이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발사(출처: 위키커먼스)

 

한편 여기에 드는 비용 문제도 재활용이나 대형 로켓의 등장으로 예상보다 빨리 해소될 전망입니다. 1GW급 우주 태양광 발전위성을 구축하려면 최소 1만 톤 가량의 자재와 장비를 실어 날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천 번의 로켓 발사가 불가피해 1kW급 우주 태양광 발전소 구축에 최대 1조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로켓 발사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미국의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는 1kg당 발사 비용을 1400달러대로 낮췄습니다. 앞으로 1회당 15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스타십(starship) 개발이 완료되면 비용은 더 낮아질 전망인데요. 특히 지구 저궤도에 미국이 구상하는 루나게이트웨이가 건설되고 달에 장기 거주 기지와 생산 시설을 구축할 경우 우주 태양광 발전소 같은 거대 구조물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도 있습니다. 
 

▲ 런던 테크위크에서 연설 중인 영국 총리(출처: 위키커먼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전 세계 우주 강국들도 우주 태양광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영국 에너지안보부는 지난 12일 개막한 런던 테크위크 행사에서 총 430만 유로(약 60억 원)를 우주 태양광 발전 R&D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영국 정부의 투자는 예견된 것인데요, 2021년 발표된 공식 보고서에서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10기가와트(GW)의 전력을 매년 우주에서 생산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현재 영국 전체 전력 수요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또한 14만 3,0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됨으로써 산업 파급 효과가 수십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영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스페이스 에너지 이니셔티브(Space Energy Initiative) 컨소시엄을 구성해 카시오페이아(CASSIOPeiA) 태양광 발전 위성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는 저궤도에 4~5개의 작은 발전 위성을 띄워 비용을 절약하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 NASA 월롭스에서 출고 중인 안타레스 로켓(출처: 위키커먼스)

 

미국은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는 지난 6월 14일 내년 예산안 중 미 항공우주국(NASA)과 에너지부(DOE) 간 핵심 R&D 협력 과제 리스트에 우주 태양광 발전도 포함시키자는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요. 미국에서 현재 수준의 우주 태양광 발전 아이디어가 제기된 1970년대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 수정안이 하원 본회의와 상원을 거쳐 확정되면 NASA 등 미국 정부와 기관들의 관련 연구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사실 미국도 이미 NASA와 국립해양대기국(NOAA) 등이 관련 원천 기술들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ASA는 보잉사와 함께 10년 전부터 운영 중인 비밀 임무 우주선 X-37B에서 우주 전력 무선 송수신 관련 연구를 수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특히 NASA는 지난해 열린 국제우주개발회의(ISDC)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에 대한 가치 평가를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 JAXA 우주복 패션 경연대회 우승작(출처: 위키커먼스)

 

일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일본의 우주 태양광 발전 연구 민관 협력 프로젝트는 이르면 2025년 우주 전력 송수신 실험을 위한 소형 위성들을 개발해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 이미 관련 원천 기술을 개발해왔는데요. 2015년에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50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1.8kW 크기의 전력을 무선 전송해 전기 촛불을 점화하는 실험에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30년대 약 70억 달러를 투자해 1GW급 우주 태양광 발전 위성을 쏘아 올려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텐궁 우주정거장 렌더링 이미지(출처: 위키커먼스)

 

놀랍게도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중국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데 이미 지난해 완공한 자체우주정거장 '톈궁'에서 전력 전송 기술을 시연하고 있습니다. 2035년까지 10메가와트급 위성을 고도 3만 6000km의 정지궤도에 발사하고, 2050년까지는 2GW급을 실용화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 유럽우주청(ESA)도 지난해 12월 '솔라리스' 계획을 승인해 2040년까지 2GW급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 우주로 발사된 KSLV-2 렌더링 이미지(출처: 위키커먼스)
 

우리나라는 아직 초보 단계지만 상당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무선 전력 송수신 개발에 착수해 4.8kW급 전력을 100m까지 보내는 데 성공했으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항우연)과 함께 위성 무선 전력 송수신 시스템을 설계해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우주개발행사에서 시연해 보였는데요.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목표를 정확히 포착해 전력을 송수신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을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9년까지 소형 위성 2개를 제작해 우주에서 전력 송수신 기술을 시연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하지만 아직 국가 차원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 R&D가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용량의 반도체 기반 무선 전력 송수신 체계에 대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위성 개발과 같은 실용화 연구는 아직 진행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투자와 함께 관계 연구기관 간 협업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지구는 물론 달, 화성에서도 추가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 빛으로 전력을 무선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은 소위 ‘에너지 혁명’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미래에 새로운 기술 발전은 인류의 삶을 또 어떻게 바꿔 놓을지 기대가 됩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