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R(eXperienced Color Range, 체감휘도)은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화면의 밝기를 지수화한 지표입니다. 먼저 디스플레이의 밝기를 이야기할 때 주로 등장하는 개념인 휘도(Luminance)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휘도란 디스플레이, 조명 등의 밝은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화면을 밝게 표시할수록 야외의 햇볕 아래에서도 화면의 이미지나 영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성능의 중요한 지표입니다. 휘도는 빛을 내는 물체의 단위 면적당 밝기를 의미하는데요, 칸델라(cd/㎡) 또는 니트(nit)를 단위로 사용하며, 1칸델라는 촛불 1개가 비추는 밝기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휘도의 수치만으로는 실제로 콘텐츠를 시청할 때 경험하는 복잡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XCR(체감휘도) 개념입니다.
위 사진들은 색채 사진의 대가인 이탈리아 작가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의 작품을 서로 다른 두 대의 TV에 전시한 있는 모습입니다. 좌우의 사진 밝기가 각각 다른 듯 보이지만, 놀랍게도 좌우 TV의 휘도는 똑같이 설정돼 있습니다.
속임수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위와 같이 색상별로 구분한 이미지에서 더욱 명확히 확인됩니다. 이미지에서 왼쪽의 빨간색이나 오른쪽의 보라색이 가장 밝게 보이겠지만, 실제 휘도는 다섯 가지 색 모두 동일합니다. 밝기에 분명한 차이가 느껴짐에도 휘도계로 측정시 같은 수치가 나오는 이 현상은 1860년 독일의 물리학자 헬름홀츠(Hermann Ludwig Ferdinand von Helmholtz)와 콜라우슈(Friedrich W. Georg Kohlrausch)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습니다. 휘도뿐만 아니라 색상의 종류와 채도(색의 맑고 탁한 정도)에 의해 인간은 밝기를 다르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2022년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의 '먼셀 색채 과학 연구소(Munsell Color Science Lab)'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지원을 받아 H-K 효과를 고려한 밝기 연구를 수행했으며 그 결과, 휘도만으로 표현하던 기존의 밝기보다 H-K 효과를 고려해 수치화한 체감 밝기가 사람의 시각 체계 특성을 더 잘 반영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휘도만으로 표현하는 밝기 측정의 한계를 해결하고 'H-K 효과'를 토대로 한 XCR 개념의 탄생은 디스플레이 밝기 측정법에 새롭게 등장한 패러다임입니다.
XCR은 디스플레이를 설계, 개발, 평가하는 많은 과정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게임, 영화 등 HDR(High Dynamic Range) 화질 표현이 중요해질수록 디스플레이 개발 단계부터 XCR을 고려해 체감 성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노트북, XR, 의료기기 등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 기기로 콘텐츠를 시청하더라도 늘 같은 밝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XCR이 가이드라인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