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43번째 장애인의 날입니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후천적 이유로 장애를 입은 중도장애인이 90% 이상으로, 장애는 누구에게나 먼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애를 갖고 생활하기에는 많은 장벽이 존재하는데요. 하지만 그 장벽을 허무는 혁신적 과학기술이 속속 등장해,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첨단 기술들을 알아봅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돌려주는 스마트폰 앱&글래스, 삼성전자 ‘릴루미노’

 

‘빛을 다시 돌려주다’라는 뜻의 라틴어 ‘릴루미노’는 삼성전자가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해 선보인 시각 보조 솔루션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릴루미노는 시각장애인의 잔존시력을 활용해 사물의 인식률을 높이는 스마트폰 영상처리 소프트웨어 ‘릴루미노 앱’과 안경 타입 웨어러블 기기 ‘글래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릴루미노 착용 전/후 이미지 예시

 

스마트폰에 릴루미노 앱을 설치하고 USB 케이블로 릴루미노 글래스를 연결하면, 글래스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이미지가 앱에서 윤곽선 강조, 확대/축소, 색 반전/대비 등 영상처리를 통해 사물 인식률을 높일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됩니다. 사용자는 글래스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개선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사용자 유형과 시각 장애 정도에 따른 개별 맞춤 설정도 가능합니다.

 

릴루미노를 체험하고 있는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좌측)과 릴루미노를 개발한 조성훈 삼성리서치 연구원(우측)

 

릴루미노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과제로 2016년 채택된 아이디어로, 수년간의 개선을 통해 착용감과 피로도 등 편의성을 높여왔습니다. 최근 릴루미노는 보급에 앞서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과 송승환 배우 겸 감독에게 30여대를 무상으로 시범 보급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설리번 플러스 실행화면 (출처: 투아트)

 

시각 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스마트폰 앱, 투아트 ‘설리번 플러스’ 
 

갑작스레 장애인이 되었던 헬렌 켈러의 은사 설리번 선생님처럼, ‘설리번 플러스’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곁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정보를 알려주는 앱입니다. 촬영된 이미지의 정보는 투아트가 보유한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캡셔닝’ 기술을 통해 문자로 변환됩니다. 이후 주요 단어의 상관관계를 따져 최적의 문장으로 조합한 후, 사용자에게 음성으로 전달합니다. 문자는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인식해 알려줍니다. 스마트폰 전면의 조도 센서를 통해 빛의 밝기를 소리로 안내받을 수 있으며, 줌 기능을 이용해 사물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200여 국가에 서비스되고 있는 설리번 플러스는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10만을 넘었습니다. AI 기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 투아트는 LG유플러스, SKT와의 업무협약으로 설리번 플러스의 서비스를 점차 고도화해 왔으며, 번역을 자원해온 외국의 봉사자 19명 덕분에 19개 언어로 설리번 플러스를 서비스할 수 있었습니다.  

 

PC소보로 실행화면 (출처: 소리를보는통로)

 

청각장애인 위한 실시간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소리를보는통로 ‘소보로’ 
 

‘소보로’는 음성인식 기술로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컴퓨터에서 PC소보로를 실행한 후 문자통역 아이콘만 클릭하면, 말소리를 자막으로 실시간 볼 수 있습니다. 수업이나 세미나, 교회 등 소통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음성을 인식하며, 6개 국어를 지원해 외국어로도 실시간 자막을 제공합니다. 소보로 채널을 통해 나의 자막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소보로 사전 기능을 활용하면 정확도가 더 높아집니다. 전문용어나 사람 이름 등을 미리 등록해두면 실시간 자막의 정확도가 올라가, 자주 쓰는 분야나 주제에 맞게 튜닝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소보로 태블릿 실행화면 (출처: 소리를보는통로) 

 

공공기관, 병원, 기업 등 의사소통이 필요한 곳에선 소보로 태블릿이 무척 유용합니다. 8개 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음성출력을 통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소보로 탭 라이트, 기업에 근무하는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도와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보로 탭 비즈니스와 소보로 탭 AAC까지, 학교와 단체 등 약 700곳에서 청각장애인의 소통 편의를 위해 소보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닷 패드를 실행하고 있는 모습 (출처: 닷) 

 

문자와 그래픽을 점자로 표현하는 스마트패드, 닷 ‘닷 패드’
 

시각장애인은 시각이 떨어지는 대신 청각이나 촉각이 발달하기 마련입니다. ‘닷 패드’는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손끝 감각에 착안한 촉각 디스플레이로, 문자는 점자 형식으로 구현하고 그래픽은 생김새 그대로 도드라지게 표현합니다. 별도의 설치 없이 블루투스로 닷 패드와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에 연결할 수 있으며, IOS 스크린 리더인 보이스오버를 통해 디바이스의 시각 정보를 그래픽으로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기존 점자 단말기는 그래픽 표현이 불가능하고 가독성이 떨어졌지만, 닷 패드는 자체 개발 기술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동안 그래프, 다이어그램, 방정식 등 교육 콘텐츠를 제한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던 시각장애인은 닷 패드를 통해 학습권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가전박람회 CES2023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한 닷 패드는, 지난해부터 4년간 미국 내 모든 시각장애인 학교에 300억 원 규모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볼 권리, 들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주어졌지만 모두가 누릴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을 단지 ‘조금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는 첨단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완전함에 도달하기 위함이 아닌, 보다 자연스럽게 불완전함과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