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마이아트뮤지엄에서는 한국 최초로 프랑코 폰타나 회고전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 사진작가로, 전 세계에서 400회 이상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했을 만큼 사진계의 거장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작가인데요. 올 초에 진행된 CES2023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을 통해 QD-OLED에 폰타나 사진을 전시, 폰타나 특유의 뛰어난 색감을 디스플레이로 구현한 적이 있습니다. 60년 넘게 렌즈를 통해 놀라운 색채와 삶의 풍경을 포착해 온 프랑코 폰타나.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사진 거장, 프랑코 폰타나 

 

 

프랑코 폰타나는 1933년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약 60년간 꾸준히 사진 촬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가 당연히 사진 전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원래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였습니다. 배움 없이 카메라를 잡았기에 실수는 일상이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통해 스스로 배워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960년대 초반, 컬러 사진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세상을 재현한다는 통념 때문에 순수 예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프랑코 폰타나는 이 같은 편견을 거부하고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주며 컬러 사진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의 사진이 특별한 이유는 회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회화의 한 경향이었던 추상과 미니멀리즘의 특징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당시엔 신선한 시도였죠. 그래서 저는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을 ‘카메라로 그리는 그림’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형태와 색채에 집중해서 특유의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사진이 그림 같이 느껴지는 이유, 뛰어난 색 감각과 완벽한 균형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 회화의 아름다움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모든 이들을 사로잡는데요. 전시에 찾아온 관람객의 첫 반응 역시 탄성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곤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지 않느냐고 되묻곤 합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풍경이지만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중 많이 알려진 작품 중 하나는 <바실리카타, 1975>입니다. 

 

▲ <바실리카타, 1975>

 

추상화가의 작품과 닮아 있는 자연 풍경 사진으로, ‘바실리카타’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지역 이름입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탈리아를 비롯해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니며 경이롭고 비현실적인 자연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작품을 마주하면 첫 시선은 아름다운 색감에, 다음은 구조적으로 완벽한 균형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사진이 그림같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프랑코 폰타나는 색에 대한 감각이 아주 뛰어난 작가입니다. 같은 색이라도 빛을 받은 색과 그림자가 진 색은 다른 색일 수밖에 없는데요. 빛에 따라 변하는 색과 대비되는 색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좇곤 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은 후보정을 많이 한 사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는 후보정을 거의 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완벽한 색감과 구도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찾아다니고, 기다리고 노력했을지 더욱 놀라울 따름이죠. 그래서 그의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으로 불립니다. 후보정 없이 오로지 빛을 좇아, 빛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해온 폰타나와 완벽한 색감을 만들어내는 빛을 찾기 위해 노력해온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 CES 2023 전시에서 색채 사진의 대가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들이 현존 최고 수준의 색 표현력을 갖춘 삼성디스플레이 QD-OLED를 통해 소개됐다.

 

▲ <로스엔젤레스, 1991>

 

 ▲ <펠레스트리나, 1975>

 

폰타나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자연 풍경뿐만 아니라 도시 풍경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는 건물이나 물체의 전체 형태가 한눈에 담기도록 찍은 사진이 아닌, 여러 물체가 겹치는 특정 부분을 확대해서 포착했습니다. 현실의 원근감은 사라지고 입체적인 현실 세계는 완전히 평면적 세계로 만들어집니다. 사진의 투명도는 최대한 낮추어 색을 강조했죠. 기하학적으로 표현된 건물들은 질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폰타나는 다양한 도시 풍경을 찍으면서도 컬러 사진은 현실의 색을 그대로 담아낸다는 이유로 예술이라 불리지 못하는 통념을 깨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담아내야만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작품 속에 공간과 부피, 조형적 관계에 따라 어떤 상호작용을 이루어 내는지 주목했습니다. 끊임없는 사유와 거듭된 촬영을 통해 도시 경관은 건물, 물체의 표면, 색상 등 모든 물리적 요소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도시 경관은 마치 교향곡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 바라보기 

 

 

“사진은 당신이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의 사진은 우리가 얼마나 미묘하고, 흥미롭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순간에 살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시대, 그의 사진에는 우리가 놓치고 살던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이 담겨 있죠. 폰타나의 힘은 평소 바쁜 일상 속 아무 생각 없이 마주하던 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를 세계적인 거장으로 만들어 준 것은 세상을 ‘다르게’ 보기였습니다. 

 

 

“인생은 대리석과 같아서 재떨이가 될 수도 있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될 수도 있다.”


올해 90세가 된 현대 사진의 거장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가 전시를 보러 올 관객에게 위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그의 예술은 우리에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나아갈지, 내 앞에 놓인 대리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말해줍니다. 인생을 재떨이로 만들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로 만들지 그 선택은 오로지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창조는 시작되니까요.  

 

 

 

 

필자 / 정우철 도슨트 

작품 해석이 주를 이루는 기존 미술 해설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과 예술을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로 큰 호응을 얻은 스타 도슨트.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등 다양한 전시 해설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전시 해설가로 자리매김하며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와 의미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내가 사랑한 화가들>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 1,2>등 이 있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