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의 각축장이자 미래 기술의 바로미터인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이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우리의 생활 방식이 바뀌면서 상상 속에 존재하던 기술들이 한층 가까이 다가왔는데요. 이에 맞춰 이번 'CES 2023'에서는 ▲웹3.0 ▲메타버스 ▲인간안보와 지속가능성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도전도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들며 한층 거세지고 있는데요. 가전이나 디스플레이 업체가 자동차를, 글로벌 IT 업체가 차량용 소프트웨어(SW)를 내놓고, 카메라 업체는 로봇과 가상현실에 주목하는 등 어느 해보다 기술의 융합과 확장이 돋보인 전시 현장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초연결, 집안과 밖을 연결하는 스마트싱스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스마트싱스의 스마트 홈 기능을 보다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SmartThings Station)’을 공개했습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면 사전에 설정해 놓은 취침·기상 등 사용자 루틴을 버튼 하나로 손쉽게 실행할 수 있으며 모든 가전을 통합해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32형 풀HD 터치 스크린을 탑재한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는 요리 정보와 뉴스, 사진, 예술작품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특화된 제품입니다.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여러 대의 가전을 빅 위젯으로 한눈에 보고 제어할 수 있으며, 양손에 식재료나 그릇 등을 들고 있어도 문 센서에 손을 접촉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스마트 도어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이 제품은 기존 ‘원드라이브(OneDrive)’ 외 ‘구글(Google) 포토’ 클라우드와도 연동 가능해 한층 확대된 공유 경험을 제공합니다.

 

▲ 집안의 모든 가전이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통해 연결되어 기기를 한눈에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가전업체가 선보일 전기차 

 

▲ 소니가 야심차게 선보일 전기차 아필라의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출처: 아필라 홈페이지)

 

소니는 CES에서 프리미엄 TV 신제품을 선보인 그간의 전통을 깨고 가상현실과 모빌리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자아냈습니다.  소니와 혼다의 합작회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SHM)의 첫 양산차 브랜드 '아필라(AFEELA)'를 최초로 공개했는데요. 아필라는 소니의 첫 자율주행 전기차로 이날 프로토타입의 내부와 외부 모습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소니는 엔진과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을 살려 전면에 '미디어 바'라는 길쭉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는데요. 영화와 게임 등 강력한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을 갖추고 있는 소니의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소니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달리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 빠르고 강력한 엔진·모터로 경쟁하는 자동차 업계와 달리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운전자가 이동하며 즐길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했습니다.

 

▲ 집으로 돌아가는 주행 중에 원격으로 집안 환경을 설정하는 기능을 체험하는 모습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광학업체와 로봇 기술의 만남


스마트폰의 발달로 침체에 빠진 카메라 업체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선보였습니다. 일본 카메라 제조사 니콘은 로봇 팔을 만드는 등 광학 기술을 활용해 정밀한 조작 능력을 선보일 시장을 창출했는데요. 니콘 측은 “인간의 눈보다 우수한 동체 시력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유연하게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니콘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상의 미래 도시 풍경을 질주하는 모습을 찍을 수 있는 언리얼 라이드(Unreal ride) 체험관을 선보였는데, 관람객이 부스에 설치한 고정형 바이크 모형에 올라타면, 가상의 미래도시 풍경과 합성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어 영화 같은 체험으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미래 건강을 책임질 헬스케어 신기술 


헬스케어 벤처기업 제품들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선보였습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위딩스(Withings)는 소변을 자동으로 분석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센서가 장착된 변기를 선보였는데요. 일반적으로 소변검사를 하려면 컵에 담거나 테스트 종이에 묻히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 센서가 부착된 변기를 이용하면 따로 소변을 채취하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바로 건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어 향후 많은 수요가 예상됩니다. 
 

▲ 따로 채취하는 번거로움 없이 건강상태를 분석해주는 'U-scan' (출처:위딩스 홈페이지)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셀리코’가 공개한 ‘전자눈’은 망막질환 초기부터 말기까지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시력을 복원할 수 있게 돕는 장치로 시선을 모았습니다. 망막질환으로 시력을 잃은 환자들의 경우 실내에서 실외로 이동시 광량 때문에 사물의 분간이 어려운데 카메라가 탑재된 ‘AR글래스’로 최적화된 이미지를 조사해 환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미국 특허 등록을 마친 이 기술은 현재 중국과 유럽의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증강현실 기반의 전자눈 장치를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 국내 최초 전자눈 장치를 소개하고 있는 첨단 헬스케어 업체 ‘셀리코(CELLICO)’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이번 CES 핵심 키워드, '지속가능성'


‘CES 2023’에서는 태양광 전지로 광합성하는 나무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차세대 태양광 전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로 잎사귀를 구현한 파나소닉은 기후 변화 위기에 맞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나무의 잎사귀는 광합성을 통해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꾸는데,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로 잎사귀를 표현한 것입니다. 
 

파나소닉이 3D 가상 체험으로 구현한 '페로브스카이트' 출처: 파나소닉 홈페이지 


‘페로브스카이트’는 1980년대에 상용화돼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태양광 패널보다 가볍고, 유연하기 때문에 벽면, 창문 어디든 설치할 수 있어서 상용화된다면 많은 공간을 확보할 필요 없이 도시 전체를 태양광 발전 시설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번 CES 2023에는 전년까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중화 기업들이 코로나와 미국과의 경쟁으로 대거 불참한 반면 한국 기업들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올해 공개된 다양한 기술과 혁신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이 우리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