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노트북과 같은 IT용 OLED 패널 소비전력을 측정하기 위해 제안한 방법이 최근 국제표준으로 채택됐습니다. 지난 2019년 5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디스플레이 등 전기 기술 관련 국제표준을 심의·제정하는 조직) 표준 회의에서 최초 제안한 후 3년 만인데요. 배터리만으로 얼마나 오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소비자들의 핵심 구매 포인트인 만큼, 노트북 디스플레이가 실제로 전력을 얼마나 소모하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를 표기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새롭게 채택된 소비전력 측정 표준은 IT 제품 선택 과정에서 보다 유익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측정 방법과 표준으로 채택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의미를 이번 표준화를 위해 힘써온 김수영, 이승민 프로에게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OLED 패널 소비전력 측정법 표준을 제안한 삼성디스플레이 김수영(우), 이승민(좌) 프로

 

Q. 이번에 표준으로 제정 된 OLED 소비전력 측정법은 어떤 내용인가요?

A. 전자 제품들은 전기를 기본적인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을 사용할 때 전력을 소비합니다. TV와 같이 덩치가 큰 제품은 보통 전원을 연결해 사용하지만,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전력 소비량은 기기의 사용 시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노트북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도 당연히 소비전력이 있는데, 소비전력이 적으면 전체적인 노트북 사용시간도 늘어날 수 있죠. 그래서 소비자는 제품의 전체적인 소비전력을 중요시하고 제품 제조사는 사용되는 각 부품들의 소비전력까지 중요하게 바라봅니다.

 

 

과거에 사용된 측정법이 단순한 화면 패턴과 모드에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 표준으로 제정된 측정법은 화면의 밝기 변화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실 사용 환경까지 고려한 방식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과거에는 화이트 바탕의 오피스 프로그램만 놓고 측정했다면, 이번에는 영상, 게임, 다크 테마 모드 등 다양한 환경을 토대로 측정을 하는 것이죠.

 

Q. 새로운 측정법을 표준으로 제안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IT 제품에 OLED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점은 2019년부터였는데요, 당시의 표준 측정 방법은 특정한 밝기와 패턴에서 일반/절전 모드 별로 측정하는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측정법은 OLED가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환경에서 정확한 소비전력을 측정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죠.

 

기존에 주로 사용된 LCD는 백라이트라는 보조 광원의 도움을 받아야 픽셀이 빛을 내며 화면이 구동됩니다. 이 백라이트는 화면 밝기와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항상 켜 놓아야 하기 때문에 일정하게 높은 전력 소모가 발생하죠. 반면 OLED는 픽셀 하나하나가 직접 발광하는 방식이라 백라이트가 불필요합니다. 밝은 장면에선 해당 픽셀만 켜고, 어두운 장면을 보여줄 때는 해당 픽셀만 끄는 원리이기 때문에 꺼진 픽셀들은 이론적으로 전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죠. 그래서 다양한 밝기가 등장하는 영상이나 게임 등 그래픽을 표현할 때 밝은 부분의 픽셀만 전력을 소모하므로 전체를 다 켜야 하는 LCD 보다 전력 소모가 적습니다. 뛰어난 화질과 성능 등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OLED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OLED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소비전력 측정법에 새로운 표준이 필요함을 느껴 표준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이죠.

 

Q. 이번 표준 제정이 디스플레이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나요?

A. IT 기기 시장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고, 이번 새로운 측정법 제정도 이러한 시장의 변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OLED라는 새로운 기술이 반영된 제품의 특성과 성능은 기존의 측정법으로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었으니까요. 소비자들이 실제 사용 환경을 최대한 반영한 방식을 통해 실 제품 사용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IEC는 기업 간 거래에 많이 사용되는 국제표준입니다. 각국 전문가들이 논의해서 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죠. 공신력 있는 국제표준 측정법을 반영해 기기 제조사들은 제품 특성과 스펙을 보다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가이드가 마련된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전력 표시에 반영돼 소비자들이 구매 시에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Q.새로운 업계 표준화 계획이나 전망은 어떠한가요. 

A. 이번 OLED 소비전력 측정 표준은 업계에서 바로 상용화 가능한 단계입니다. 표준화를 통해 제품의 본질적인 성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어 담당자로서 무척 기쁘죠. 또 이번 소비전력 측정 표준뿐만 아니라 ‘폴더블 기기 내구성 측정 기술’ 관련 리포트도 최근에 IEC 표준으로 채택됐어요. 하나의 표준화를 위해서는 보통 수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보통 여러 개의 프로젝트가 시차를 두고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인데요, 디스플레이 관련된 다양한 표준화 프로젝트는 계속 발굴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번 국제표준 제정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김수영 프로는 10월 13일 세계 표준의날(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3대 기구가 표준의 중요성을 알리고 표준을 확산하기 위해 지정한 날) 기념식에서 'IEC 1906 어워드'를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는데요,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으로도 기술 변천에 따른 합리적인 표준화 노력을 통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