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주범 이산화탄소. 현재 전 세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배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단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만큼 현실적인 문제도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CCUS)입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문제가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붙잡자는 것입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방법 중 떠오르고 있는 탄소포집기술,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이산화탄소, 왜 줄여야 하나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22년 2월에 발표한 제6차 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2~3℃ 오를 경우, 최대 54%의 생물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종류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이루겠다는 탄소중립 선언을 했고,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위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제조 현장에서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고, 폐기물을 재활용해 자원 순환을 위한 노력을 펼치기도 합니다. 운수·운송에 있어 전기차로 교체하는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100% 탄소 제거는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이산화탄소 감축은 산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예로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후 산업용 전기요금이 6년 동안 42%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일자리 감소와 GDP 감소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노력과 더불어 기술적 대안을 통한 감축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요.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탄소포집기술입니다.

 

 

탄소포집기술(CCUS)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하는 CCU,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CCS 등 두 가지 기술을 합친 것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포집하고 저장하여 전환 후, 유용하게 활용하는 탄소처리기술입니다.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CCU: Carbon Capture Utilization 

*CCS: Carbon Capture Storage

 

탄소포집기술은 다양한 전환과정을 통해 실생활 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힙니다. 광물화 기술을 사용하면 탄소를 탄산칼슘으로 전환하여 친환경 건축자재나 콘크리트의 주원료 중 하나인 골재를 생산하는 데 활용되어 건설시장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밀하게 전환된 경질탄산칼슘은 제지 생산 공정의 도포제 등으로 활용되면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관심과 투자의 대상으로 급부상 중

 

국제에너지기구는 “탄소포집기술 없이 탄소순배출 제로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2020년 9월,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 특별 보고서’를 발표하고 탄소 포집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머스크 재단의 후원을 바탕으로 ‘엑스프라이즈 카본 리무벌’ 경연대회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을 개발한 혁신가들에게 상금을 주는 대회로, 상금이 무려 1억 달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이목을 끌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도 미국의 탄소 포집 스타트업 기업에 약 8천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국제기구부터 거대 글로벌기업들까지 큰 관심을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을 바꿔 나갈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탄소포집기술. 현재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포집기술이 연구·개발되고 있습니다.

 

 

▲ 클라임웍스의 탄소포집설비(출처: 클라임웍스 홈페이지)

 

탄소포집기술의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DAC(Direct Air Capture, 직접공기포집)입니다. 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제거하는 것인데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영구적으로 낮출 수 있고, 발전소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장소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클라임웍스’가 DAC 방식으로 2017년 스위스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탄소 포집 공장을 설치했습니다. 공기를 모듈형 흡입기가 빨아들여 흡착 성분이 들어간 필터에 통과시키면 필터가 이산화탄소만 끌어 모읍니다. 필터에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흡착되면 이를 가열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이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주입해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파이프를 통해 채소가 자라는 온실에 공급됩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작물의 생장이 촉진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매년 근처 공기에서 9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판매해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클라임웍스는 세계 최대의 DAC 공장을 아이슬란드에도 설치했는데요. 이곳에서는 연간 4,0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하 현무암에 영구 저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참인더스트리얼이 모은 옥수수대 부산물(출처: 참인더스트리얼 홈페이지)

 

DAC 방식처럼 직접적인 설비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도 있지만 농작물 부산물을 활용한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참인더스트리얼’이 농작물 잔해를 소각하거나 그대로 썩게 내버려 두면 대기 중에 탄소가 다시 배출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인데요. 농장에서 버리는 줄기, 잎과 같은 부산물인 바이오매스를 모아 화학반응기로 분해해 바이오 오일로 만든 다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폐쇠된 석유·가스 유정에 주입해 이산화탄소를 분리, 응고시킵니다. 참인더스트리얼은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해 말 5,50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가두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방식은 농업부산물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기존에 있던 시설을 활용해 저장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공장 건설에 따른 개발, 허가, 자본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도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개발 중이지만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포집기술도 있습니다. '카본피클링'이라는 신기술입니다. 호주의 스타트업 기업인 '인터어스'가 추진하고 있는 이 기술은 염분이 높은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절단 후 바닷물보다 10배 염분이 많은 땅에 나무를 넣어 지하수를 흡수시키게 하는 방식입니다. 산소가 차단된 구덩이 안에서 나무가 염분에 절여지게 되면 미생물이 번식되지 않는다는 원리인데요.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서 미생물을 통해 죽은 나무가 썩어 없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미생물을 통해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에 착안하여 개발에 돌입한 기술입니다. 현재 염도가 높은 서호주 지역을 활용해 80톤가량의 탄소를 포집한 나무를 카본피클링 기술을 적용, 검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 탄소포집기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저마다의 혁신적인 방법으로 탄소를 잡기 위한 개발이 계속되는 만큼, 발전을 거듭하게되면 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인류는 물론 모든 생명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