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OLED, 마이크로LED, QD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분야는 새로운 기술적 도전의 각축장으로 변해가고 있는데요.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더 선명한 화질, 더 뛰어난 응답 속도, 탁월한 색감 등 다양한 장점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사람에게 최적화된 디스플레이일 텐데요. 단순히 기술 스펙 향상을 넘어 인간의 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의미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인간의 눈, 트루 블랙(True black)에 매혹되는 이유
트루 블랙, 딥 블랙 등 디스플레이 기술은 더 나은 명암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합니다. 화면의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과의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지표인 명암비를 높이면 높일수록 이를 통해 섬세한 화질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그 원리는 무엇일까요?
빛을 감지하는 사람의 눈, 인간의 시각세포에는 밝은 빛을 감지해 색감을 구별하는 원추세포(원뿔세포, Cone cell)와 어두운 빛에 반응해 명암을 구분하는 간상세포((막대세포, Rod cell)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망막에는 대략 6백만개의 원추세포와 1억 2천만개 정도의 간상세포가 존재하는데요. 특히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간상세포는 눈의 망막에 위치한 광수용 세포(Photoreceptor Cell)로 빛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 컬러를 구분하는 원추세포(Cone cell)와 빛에 반응하는 간상세포(Rod cell)
이와 같은 간상세포는 굉장히 민감한데요, 그 민감도는 컬러를 구분하는 원추세포의 100배에 이릅니다. 즉 기본적으로 사람의 눈은 컬러의 변화보다 명과 암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스플레이가 명암비를 개선하게 되면 다양한 컬러를 더 선명한 것으로 인식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요. 디스플레이 기술이 명암비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 최대 200만 대:1의 높은 명암비를 구현하는 QD디스플레이
진화론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의 시각세포는 원래 다른 동물들처럼 명암을 구분하는 간상세포가 먼저 발달하고, 이후에 색감을 구분하는 원추세포가 발달했다고 보는데요. 그런 점에서 뛰어난 명암비를 확보하는 것은 시각의 기본 기능에 충실한 기술 개발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사람의 눈에 어울리게 진화해온 디스플레이 픽셀
왜 디스플레이의 픽셀은 RGB(Red, Green, Blue)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색감을 감지하는 인간의 원추세포가 RGB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빛의 색상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파장의 길이에 따라 긴 파장은 L 원추세포가 감지하고, 중간 파장은 M, 짧은 파장은 S 원추세포가 감지하며 이 세포들은 각각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컬러 파장에 대응합니다.
사실 포유류는 대부분 두 종류의 원추세포만을 지니고 있는데요. 개나 고양이의 경우 빨간색을 구분하는 원추세포가 없기 때문에 붉은 색을 초록색 배경에 두었을 경우 이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사람도 원래는 이들과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하는데요. 중생대 시대 먼 인간의 조상은 밤 시간 수렵 활동을 했기에 명암의 구분이 더 중요했지만, 진화를 거쳐 숲 속의 열매 등을 채집하면서 가장 긴 파장의 빨간색을 구분하는 원추세포가 발달해 현재의 RGB 기반 시각 시스템이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 진화론적 추측입니다.
▲ 디스플레이의 RGB 스펙트럼 비교. 색순도가 높을수록 디스플레이의 색 표현이 더욱 정확해진다.
이렇게 RGB가 인간의 진화와 궤를 같이 해온 것처럼 디스플레이 역시 RGB 본연의 컬러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진보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디스플레이의 픽셀을 구성하는 삼원색의 서브픽셀이 각각 정확하게 RGB 색상을 구현할수록 즉, RGB가 주변색과 섞이지 않고 고유의 색만 표현하는 성능이 뛰어날수록 혼색이 줄어들어 색 표현이 더욱 정확해집니다.
▲ CIE 1976 색 공간에서 BT.2020 기준 QD디스플레이의 색재현 범위와 색재현력 인증
이와 같은 기술적 진화 덕분에 QD디스플레이의 색재현력은 *'BT.2020' 기준 90% 이상, 컬러 볼륨(화면의 밝고 어두운 정도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색영역)은 'DCI-P3' 기준 120% 이상에 달해 ‘트루 컬러 톤’ 디스플레이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현존하는 기술 가운데 사람의 눈에 가까운 화질을 구현하는, 이상적인 디스플레이에 상당히 가까이 접근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BT.2020’ : 국제 표준을 정하는 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제정한 UHD 기준 색상 규격
지금까지 인간의 시각과 디스플레이 기술 사이의 관련성을 짚어가며 그 기술적 진보를 천천히 살펴보았는데요. 궁극적인 디스플레이, 더욱 사람의 눈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