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전체 물의 양은 약 13억 8500만Km3. 하지만 염분이 녹아 있지 않은 담수는 고작해야 지구 전체 물의 약 2.5%에 불과하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고, 홍수 발생 빈도가 잦아지면서 우리가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몸의 7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 물이 없으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는 인간에게 이 같은 상황은 굉장히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여 생존과 직결된 물의 중요성과 수자원 관리를 위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산불과 겨울 가뭄,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

국제인구행동단체는 연간 1인당 활용 가능한 수자원량을 기준으로 각 나라별로 수자원 정도를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00m3 미만은 ‘물 기근국’, 1000~1700m3미만은 ‘물 스트레스국’, 1700m3 이상은 ‘물 풍요’ 국가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 우리나라의 평균 강수량은 대략 1500mm로, 세계 평균치(807mm)를 훨씬 넘어서지만 좁은 영토와 높은 인구밀도, 거기에다 여름에만 집중되는 강수량 등으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된다.

아직은 물 기근 국가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전국 강수량은 13.3mm(평년 대비 -75.7mm)로,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겨울가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적은 강수량은 1차적으로 농가에 피해를 주었다. 용수 확보가 되지 않아 잎마름병과 같은 작물 피해가 속출했고, 이는 결국 우리 식탁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에 발생한 강원도 산불도 건조한 대기와 겨울 가뭄이 피해를 키우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물 위기 상황은 이미 전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 잡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현 수준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가뭄 발생은 더 잦아지고 강도는 한층 세져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 명이 물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피해가 아니다. IPCC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물 부족이 이어질 경우 지구 생물 가운데 3분의 2에 가까운 동물이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관리가 곧 국가 재난 관리

이 같은 물과 관련된 재앙을 예방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는 물관리의 중요성에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정책을 통해 수자원 관리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오는 2030년까지 수질, 수량, 수재해 등 물 분야에 있어서 지속가능한 물관리체계를 구축해 국가정책적으로 이끌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환경부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홍수, 가뭄 등 물 재해와 댐, 하천 시설에 대해 통합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홍수 예보를 2025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더욱 신속한 예보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기반시설을 2025년까지 16개소, 2028년까지 23개소 등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2027년까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댐과 하천 정보를 디지털 상에 구현해 홍수, 가뭄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물관리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UN, 세계 물의 날 지하수에 주목

우리나라가 강을 중심으로 한 물관리에 힘쓰고 있는 반면, UN은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를 ‘지하수’로 정해 지하수 활용 방안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하수는 전 세계 농업용수의 40%, 공업용수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담수자원 활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UN은 ‘지하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Groundwater: making the invisible visible)’을 테마로, 전 세계 식수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는 중요한 수자원인 지하수를 주요 담수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보전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UN의 이 같은 호소에 동참해 ‘유출 지하수 활용 시범사업’ 등 보이지 않는(invisible) 지하수를 보이는(visible) 물로, 유용하게 활용하는 정책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대전에서는 하천유지용수로 버려지던 유출 지하수를 선로, 역사 청소, 조경 등에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에서는 지하수를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시흥과 용인 등에서는 도로 살수, 공원 용수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싱가포르, 물재이용 위해 세계 최대 수처리 시설 설치

▲ 출처: 싱가포르 수자원공사 PUB

기존의 수자원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한 물을 재이용하는 것 또한 물 관리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 싱가포르의 국립수자원공사 PUB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투아스 물재이용시설에 세계 최대 *멤브레인 수처리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산업용수를 하루 7,5000m3 처리할 수 있는 용량으로, 이는 올림픽 수영경기장 3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 멤브레인 수처리: 실온에서 물리적인 막을 사용하여 물을 걸러내는 방식. 하수 재이용이나 오염원 제거 측면에서도 기존 방식 대비 효과적이다. 또한 하수 처리의 미생물 농도를 높일 수 있어 처리 용량 대비 시설 사이즈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네덜란드, 치수기술과 관리시스템의 완벽한 콜라보

치수와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물경영’을 펼치고 있는 나라도 있다.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다. 지난해 7월, 서유럽에서 100년 만의 폭우로 독일과 벨기에에서는 7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실종되었으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기 위한 치수기술과 제방인프라 덕분이다.

네덜란드는 1953년 대홍수로 1,835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직후, 1만 마일이 넘는 제방과 댐을 건설하는 ‘델타 프로젝트’ 수해 대응 사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그 후로 무려 40년간 치수 사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민간 기업들도 동참해 가장 물 산업이 발달된 나라가 되었다. 물관리, 상하수도, 폐수 정화, 산업용수 운영 등 수처리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만 3,000여 개에 달한다. 물을 통제하는 치수에 국한되지 않고,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산업까지 균형적으로 발달한 셈이다. 한 마디로 홍수와 가뭄 모두에 대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다.

친환경 노력으로 물관리를 실천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네덜란드의 예처럼 물관리에서 기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디스플레이 산업 특성 상 많은 물을 사용하는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기업이 수처리 과정에 쏟는 관심은 곧바로 지역 물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사용한 물을 그린센터를 통해 깨끗하게 처리한 후 물이 부족한 아산의 지역 하천에 하루 2만톤 규모로 공급하고 있다. 강의 수질을 개선해 생태계를 되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농업용수로 이용해 요즘과 같은 가뭄에도 풍부한 수자원을 공급한다.

▲ (좌) CDP Water 분야 특별상 수상 (우) 삼성디스플레이, 충남도-아산시 수질 개선 및 물 재이용에 관한 협약식

또 최근에는 수자원 재이용 및 수질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수처리한 물을 가락바위 저수지로 방류하여 저수지의 물이 순환하도록 해 수질 환경을 개선하고 저수지 생태계 개선에도 힘을 보탰다. 이와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1월에는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가 주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CDP Water 분야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네덜란드가 국가 정책과 민간 기업의 협력으로 훌륭한 물관리를 이루어 냈듯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아산 지역 정책 기관의 조화가 물관리의 좋은 사례를 만들어냈다.

물위기가 거듭되면서 기업, 국가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일상생활 속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물위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한 것은 홍수와 가뭄, 오염 등으로 이용 가능한 물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사람은 물론 동물들까지 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