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낮게 으르렁 거리는 호랑이 울음은 가장 공포스러운 소리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두려움은 바로 호랑이 울음이 만들어내는 초저주파 때문! 도대체 초저주파가 무엇이길래 우리를 공포로 몰아가는 것일까?

소리들 중에는 파장이 너무 길거나 짧아서 인지하기 어려운 소리가 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 가청음의 범위는 진동수 20 헤르츠(Hz) ~ 20,000 헤르츠(Hz) 사이. 반면 진동수가 20,000 Hz 이상인 소리는 초음파(超音波, supersound), 진동수가 20 Hz 미만인 소리는 초저주파(超低周波, very low frequency[VLF]) 혹은 불가청음(不可聽音, infrasound)라고 한다. 초음파나 초저주파는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특히 동물들 가운데에는 은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파장이 길어 멀리까지 전달되는 초저주파의 특성을 이용하는 동물들이 많다. 흔히 기린은 평생 울지 않는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이들도 초저주파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낮은 소리로 흥얼거리는 것 같은 초저주파 소리로 어린 기린을 부르고, 위험 신호 등을 알린다.

코끼리, 코뿔소, 고래도 초저주파를 이용해 소통하는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코끼리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50Hz 미만의 초저주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며, 10km 이상 멀리 떨어진 이성을 유혹하거나, 동료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데 초저주파를 이용한다. 고래 가운데 참고래는 초저주파를 내는 동물 가운데 가장 큰 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래가 내는 노래소리는 20Hz 음역대의 초저주파로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전투기가 내는 소음보다 큰 189데시벨(dB)을 넘는다. 너무 소리가 크고 멀리까지 전달되는 바람에 해저 지진계에 기록될 정도라고 하니 그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이처럼 초저주파는 장거리 통신에 이용하는 동물들이 있는가 하면 호랑이처럼 위협과 경고에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특히 사람의 경우에 초저주파는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역대에 가깝다. 저주파 소음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두통이나 불면증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돼 불안감·우울감 등을 겪기도 한다.

‘손톱만한 스마트폰 칩에서 폭력을 유발하는 전자파를 방출해 인류를 말살한다.’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기술이다. 영화 ‘킹스맨’에서 악당은 사람들이 지닌 스마트폰의 유심(USIM·가입자 식별) 칩에서 폭력성을 유발하는 전자파를 방출해 서로 싸우고 죽이게 만든다. 이 설정은 사실 실현되기 어렵다. 휴대전화는 800메가헤르츠(㎒)~2.6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지만 인간 뇌파는 30㎐ 이하의 초저주파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영화 장면이 꼭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지난 2003년 미국의 한 업체는 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라는 ‘음향대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음향대포는 가청 음역대인 150dB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음파 무기 분야는 사람이 인지하기 어려운 초저주파를 무기화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초저주파에 오래 노출되면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등이 생긴다(미 국립보건원)고 하는데, 우울증과 불안감, 공황증세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초저주파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인간을 재난에서 구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핵폭탄이 터지거나 핵실험 진행 시에도 초저주파가 발생하는데, 이런 특성을 이용해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초저주파관측소가 전세계 곳곳에 운영되고 있다. 즉, 어느 곳에서 핵실험이나 핵폭발이 일어나면 핵실험 감시 장치인 초저주파관측소에서 0.002 Hz ~ 40 Hz의 초저주파를 잡아내어 그 진원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핵무기 확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산, 토네이도, 태풍, 지구와 유성의 충돌 등의 자연재해에서도 초저주파가 발생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초저주파관측소가 핵무기 확산을 막는 일차적인 역할 이외에도 자연재해를 미리 예측하고 알림으로써 인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도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동남아 일대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쓰나미’도 초저주파관측소에서 관측되었다.

결론적으로 초저주파는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이 180도 달라지는 셈이다. 초저주파는 재난을 예방하거나 동물 생태계를 더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인간을 위협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모쪼록 초저주파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인류의 삶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초저주파 관련 기술이 발전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