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OLED 생산 공정의 크레인 클리닝 작업에 자체 개발한 로봇을 투입했습니다. 7,8미터 높이의 높은 크레인 레일에 쌓인 먼지를 청소해, 디스플레이 생산 품질을 저해하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안전성과 효율성을 함께 높인 클리닝 로봇 개발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로봇을 직접 개발한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기술혁신팀 정우현, 박광돈 프로에게 들어봤습니다.

▲ 왼쪽부터 박광돈 프로, 정우현 프로


Q. 직접 개발한 크레인 클리닝 로봇이란 무엇인가요?

정우현 : OLED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 천장에 달린 크레인이 움직이는 레일을 청소하는 로봇이에요. 우선 크레인에 대한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주요 생산 공정에는 크고 무거운 설비들이 많이 있어요. 이런 설비들은 사람이 직접 상부의 도어를 열고 닫기 어렵기 때문에 크레인을 사용하는데요. 이 크레인이 움직이는 레일이 천장에 있고, 마치 기차의 철로처럼 크레인이 이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레일에도 먼지가 차곡차곡 쌓이겠죠? 저희가 개발한 로봇을 사용하면 이 레일에 쌓인 이물질을 원격으로 청소할 수 있습니다.

박광돈 : 레일을 주기적으로 청소하지 않으면 먼지와 같은 이물질이 계속 쌓이게 되는데요. 초미세 단위의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은 작은 파티클(먼지)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청결한 환경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거든요.


Q. 기존에 청소하던 방식이 있었을 텐데 직접 로봇까지 개발한 이유가 있나요?

박광돈 : 기존에도 청소는 계속 해 왔는데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해 왔어요. 고소작업대라고 불리는 사다리차 비슷한 장비로 높이 올라가서, 청소용 천으로 레일을 닦는 식이었죠. 하지만 크레인 레일의 높이가 워낙 높기 때문에 청소하기 수월한 구조는 아니에요.

 ▲ 고소작업대를 사용한 수작업 클리닝 장면

정우현 : 기존에는 청소 담당 2명, 안전 담당 1명. 이렇게 최소 3인 1조로 고소작업대에 탑승해 지상 7~8미터까지 올라가 수작업으로 이물질 등을 청소했어요. 청소 도구로 먼지를 닦아내는 식이었죠. 청소 구간이 보통 수십 미터 이상인데, 고소작업대는 상승 상태에서는 이동하면 안되기 때문에 작업자의 손이 닿는 영역까지 청소를 마치면 다시 내려와서 차량을 이동시킨 후 다시 상승하는 방식이라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게 됩니다. 한 레일만 청소하려고 해도 상승-하강-이동-상승이 수차례 이상 반복되는 것이죠. 저희가 개발한 로봇을 사용하면 시간 절약뿐만 아니라 안전도 훨씬 개선됩니다.


Q. 클리닝 로봇의 장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정우현 :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안전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높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고소작업은 일반적인 작업 환경보다 위험한 요소들이 많아요. 작업자가 추락하거나 고소작업대가 어떤 요인에 의해 넘어지면 작업자가 크게 다칠 수도 있고요. 작업 중에 다른 설비와 부딪혀서 다치거나, 작업중에 실수로 공구를 떨어뜨려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죠. 로봇을 투입하면 이런 위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에 인명 피해를 크게 막을 수 있습니다.

박광돈 : 청소 시간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기존과 달리 고소작업대를 이용하는 고소 작업이 로봇을 레일에 설치/해제하는 부분에서만 필요하거든요. 한번만 올라가서 설치하면 전체를 클리닝 할 수 있어서 소요 시간이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게다가 레일 아래에 다른 설비가 있어서 기존에는 고소작업차를 이용한 수작업이 불가능했던 영역도 이 로봇을 이용하면 클리닝이 가능하게 돼 작업 효과도 상승한 건 덤이죠.


Q. 로봇 발명 아이디어를 얻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우현 : 직접 고소작업대를 운전해보기도 하고 7~8미터 상공에 올라가 작업도 해보았는데 작은 흔들림에도 불안감이 들더군요. 더군다나 이런 방식으로 몇 미터 마다 이동하며 클리닝을 한다는 점에서 작업의 비효율성을 많이 느꼈고, 단순한 클리닝 작업 임에도 관련 인력 여러 명이 오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에서 의문을 갖기 시작했죠. 좀더 안전하면서도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클리닝 작업의 발생 비용을 절감하는 혁신적 방법은 없을까? 이 고민이 로봇 개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동료인 광돈 프로와 이 고민을 함께 나누며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기 시작했고요. 제가 컨셉 제안과 제품 사양 선정, 조사, 전장, 기구 설계, 제작, 테스트 분야를 맡고, 광돈 프로가 크레인 장착 방법 구상, 제작을 위한 외형 설계, 조립 등을 담당하며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로봇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Q. 아이디어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개발까지 추진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정우현 : 무엇보다도 작업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었고, 사업장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안전관련 위험성을 꼭 줄여보자는 도전 의식을 품었기에 실물 개발에까지 이르게 된 것 같아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보니,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기도 만만치 않았고, 당연히 이러한 용도로 만들어진 기성 부품도 없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발굴해야 했던 것이 힘들었거든요. 또 관련된 부품들의 적합성 테스트를 위해 다양한 부품들을 여러 차례 구매해야 했는데 부서장님이 개발을 독려해 주시고, 예산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셔서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Q. 클리너 로봇 개발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박광돈 :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두 가지 였어요. 클리너의 기본 기능인 청소 효과와 작업 안전 확보였죠. 최초 설계 시 진공청소기 자체 흡입력으로만 제작을 구상했는데, 좀 단단하게 붙은 이물질은 청소가 완벽하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때 떠오른 생각이 청소기의 롤 헤드였어요. 회전하는 브러시를 진공청소기 앞 부분에 추가로 배치해 청소 효과를 높였습니다. 안전도 또 하나의 목표였기 때문에 로봇 자체가 추락하거나 부속이 떨어지지 않도록, 이동시 추락에 대한 안정성 확보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서 제작했습니다.


Q. 로봇 구현에 있어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박광돈 :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클리너를 무선으로 조작을 시키는 부분이었어요. 처음에는 별도 제어모듈 제작과 프로그래밍을 통한 방법을 검토 했었는데 공정 라인 안의 통신 및 보안등 복합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아 고민이 컸죠. 그러던 중 예전에 취미로 하던 원격조종 자동차(RC)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RC용 조종기를 이용해 무선으로 클리너 동작 및 제어하려 하는 방법을 도입했어요. 그런데 이 방법도 난관이 많았죠. 청소기를 제어하고(ON/OFF, 모드 변경등), 청소용 브러쉬와 레일 이동용 바퀴의 구동 및 속도 조절 등 여러 동작의 조작이 가능해야 했는데, 기존에 없던 기능을 접목해야 해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 만큼 원하는 작동이 되지는 않았어요. 전문가의 조언도 받고 최적의 설계를 위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나하나 문제점들을 해결했고 원하는 기능을 모두 담은 원격 조종 클리닝 로봇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 현장에 로봇을 최초로 투입했을 때의 소감은?

정우현 : 로봇 완성 후 처음으로 레일에 설치 후 구동 테스트를 할 때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나, 기존 청소방식보다 더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길까봐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다행히 청소가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작동해 안심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박광돈 : 실제로 현장에 투입되는 모습을 보면서, 작업자들의 안전성 확보와 작업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드디어 실현했다는 생각에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이번 경험으로 새로운 시도와 발명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 것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현장에서의 작업 불편 개선과 안전 확보를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고요, 관련된 제품 개발도 새롭게 추진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