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3세대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 플립3가 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일에는 출시 39일 만에 국내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등장은 새로운 폼팩터인 폴더블폰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갤럭시Z폴드와 Z플립 디스플레이 개발의 주역이자 폴더블 OLED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개발팀이 최근 팀 신설 ‘1000일’을 맞이했습니다. 태스크포스 조직에서 정식 팀이 되고, 이후 계속해서 폴더블 OLED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폴더블 개발팀. 팀을 3년째 이끌고 있는 유정일 전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든 폴더블 개발, 그 천일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1) 지난 2018년 폴더블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됐을 때, 그때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 2018년 7월 폴더블 OLED로 스마트폰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목표 아래 폴더블 프로젝트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폴더블 연구개발을 해왔지만 양산은 또 다른 문제였죠. 기존 OLED와는 완전히 다른 공정 프로세스와 부품, 폴더블을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양산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기존 개발팀 인력에 각기 개성은 다르지만 폴더블 하나에 뜻을 모은 연구소, PA, 제조 전문가들이 속속 합류했고 그렇게 폴더블 프로젝트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2) 폴더블 프로젝트팀의 리더를 맡았을 때 우리 회사의 폴더블 기술은 어떤 수준이었나요?
- 당시 회사는 폴더블 개발 과제를 연구 단계에서 상품화 단계로 이관하여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작'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신기술 연구와 달리 상품화, 이른바 ‘대량 생산’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폴더블 개발 총괄을 맡았던 당시 우리 회사는 패널을 접는 기술은 이미 확보하고 있었습니다만 폴더블 패널의 신뢰성과 품질까지 확보한 채로 대량 생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었죠.
3) 당시 전무님이 생각했던 팀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 당연히 폴더블 OLED의 양산 기술 확보였습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죠. 당시 폴더블 개발은 상품화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도 개발팀에는 다양한 실전 경험과 백그라운드를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었고 팀원들과 한 단계씩 문제를 풀어 간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드시 성공해서 우리의 기술로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었습니다.
4) 아무래도 첫번째 폴더블 제품인 만큼 갤럭시 폴드1 개발 과제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은데, 고생스러웠던 점이나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 폴더블 양산 과제를 처음으로 진행할 때는 패널을 직접 생산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새로운 변수와 매일 맞닥뜨렸던 것 같습니다. 개발 초기에는 기존 스마트폰에 적용하던 신뢰성 항목에 접고 펴는 기능 검증을 추가해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스마트폰 기기에 고정되지 않는 폴딩(Folding) 부분이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불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극한 스트레스를 가정해 재개발에 돌입했고 많은 시행 착오 끝에 개선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미리 더욱 더 극한 환경을 가정해 더 많은 고민과 대책을 제품 설계에 반영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5) 2019년 2월, 갤럭시 폴드1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이고 팀원들과 가장 먼저 나눈 말은 무엇인가요?
- "드디어 나왔네요. 반응이 어떤가요? 디스플레이 관점의 지적 사항은 어떤 게 있나요?" 신제품 언팩 후 팀원들에게 가장 먼저 한 말입니다.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많았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엄격하게 삼성의 첫 폴더블 폰을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기술의 상품화에 성공했다는 성취감보다는 우리가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그것을 차기 과제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이 앞섰습니다. 팀원들은 고생한 만큼 따뜻한 격려와 칭찬을 듣고 싶었을 텐데 당시 그 말을 먼저 건네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미안함으로 남습니다.
6) 갤럭시 폴드1 과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개발 기간 동안 쌓은 경험의 데이터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폴더블 첫 과제였던 만큼 재료, 구조, 공정, 신뢰성에 대한 누적된 자료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평가해야 했는데, 특히, 폴더블은 재료가 고정되지 않는 동적 구조라 미세한 조건의 차이에도 양품과 불량품으로 나뉩니다. 이러한 수많은 복합적 평가를 진행하면서 개발자의 단순 경험이 아닌 조건의 체계적인 데이터화, 분석 및 해석을 통해 최적의 조건을 찾는 것이 개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 2세대 폴더블 제품인 폴드2와 Z플립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무엇인가요?
- 뭐니뭐니해도 당사가 공들여 준비한 UTG(Ultra Thin Glass, 초박막유리)를 폴더블에 최초 도입한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폴드2와 Z플립은 폴드1 대비 미적, 기능적으로 진화된 제품이어야 했고 시장의 평가 역시 중요한 제품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접었을 때도 깨지지 않는 박막 유리를 도입해 화면의 터치 감촉과 화면의 시감을 개선했고 이를 통해 전작 대비 뚜렷한 개선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8) 완전히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상황이라 팀원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 팀원들에게 우리가 바로 모바일 시장의 대세가 될 폴더블 OLED 개발의 주역임을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 시장은 기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혁신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 시점에 폴더블 제품이야 말로 정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기술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을 상품화한다는 것은 짧은 시간에 제품의 구조, 재료, 공정 등 모든 기술을 검증하고 안정화시켜야 하기에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중압감을 견디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준 팀원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9) 최근 세번째 폴더블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뜨겁습니다. 가장 최신의 혁신적인 기술을 이번 제품에 쏟아 부은 느낌인데 성과 측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 폴더블 제품에 대한 시장의 불만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무겁고, 비싸고, 내구성이 의심된다"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우리가 정한 개발 모토(Motto)는 폴더블 패널을 "가볍고, 튼튼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자”였습니다. 이전 폴더블 구조에서 불필요한 부품을 과감히 제거해 원가를 낮추고 무게도 줄이고 구조 개선을 통해 외부 충격에 강한 제품 만들기에 집중했고 그 부분이 지금의 인기에 기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10) 앞으로의 폴더블 개발, 어떤 부분에 무게를 두실 건가요?
- 폴더블 제품에 신기술을 접목시켜 미래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편의성과 사용성,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 되겠죠. 예를 들자면 롤러블(Rollerable)이나 슬라이더블(Slidable)과 같은 차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1) 폴더블 OLED 분야에서 우리 회사의 최대 강점은 무엇인가요?
- 단연코, 완성도 높은 품질입니다. 실제로 상품화 과제 개발은 여러 단계를 거쳐 제품 품질을 보증 받게 됩니다. 특히 폴더블 OLED의 경우 화질을 최우선으로 하던 기존 디스플레이의 목표에서 더 나아가 접었다 펴는 움직이는 화면이라는 실제 사용 환경을 반영해 제품 설계 및 신뢰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엄격한 품질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개발 전반에 걸쳐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고 유관 부서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높은 기술 완성도가 안정적인 대량 양산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자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2) OLED 분야에서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데 우리는 앞으로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경쟁력을 키워야 할까요?
- 이미 경험한 대로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완성도 높은 기술 개발을 통해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뿐입니다. 화질, 소비전력 개선뿐 아니라 롤러블이나 슬라이더블 같은 소비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미래 제품들은 고난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에 전폭적인 투자와 함께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13) 전시회를 통해 S-폴더블, 플렉스 노트 등의 미래형 기술들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언제쯤 실물을 볼 수 있을까요?
- 미래형 기술 개발은 언제나 설레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정확한 출시 시기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들이 지금 제품에 질리기 전에, 시장이 폴더블 제품에 더 많은 혁신을 원하는 그 시점에 완성도 높은 미래형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