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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부피에 대한 질량값 ‘밀도'” 과학에서 말하는 밀도의 정의다. 일상 생활 속 대화에서 ‘밀도’라는 말을 쓰는 일이 흔치는 않지만, 실제 우리의 삶과 가까이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밀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늘은 생활 속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밀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나무는 물보다 ‘가볍다’가 아니라 ‘밀도가 작다’

뭔가가 물에 뜨면 보통은 그냥 물보다 가볍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볍다 혹은 무겁다는 것은 단순히 질량 혹은 무게만 비교하는 것이므로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나무의 양이 많고 물의 양이 적은 경우라면, 가볍다고 표현했던 나무가 오히려 무게가 더 많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부피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같은 부피일 때의 질량, 즉 단위 부피에 대한 질량 값이 바로 ‘밀도’다. 그러므로 나무가 물보다 ‘가벼워서’가 아니라, 나무가 물보다 ‘밀도가 작아서’ 물에 뜬다고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이다.

밀도는 용해도, 녹는점(=어는점), 끓는점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물질의 특성 중 하나다. 물질마다 고유한 값을 지니기에 물질의 특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물질들은 기체 상태에서 입자들이 가장 멀리멀리 떨어져 있고, 액체와 고체가 되면 아주 가까워진다. 그러다 보니 밀도는 일반적으로 기체 상태에서 가장 작고, 액체, 고체 순으로 커지게 된다.


밀도가 작은 빈 페트병이 구명 튜브가 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종종 안타까운 물놀이 사고 소식이 전해지는데, 구명 튜브 같은 것도 준비되지 않은 급박한 상황이다 보면, 직접 헤엄쳐 구하려다가 자칫 구하러 간 사람까지 위험해지기도 한다. 소방방재청에서는 물놀이 사고를 목격했을 때 주변에 마땅한 구조장비가 없을 때에는 뚜껑을 막은 빈 페트병이 유용한 장비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공기가 들어 있는 빈 페트병은 물보다 밀도가 작기 때문에 물 위에 뜰 수 있어 물에 빠진 사람에게 일종의 작은 구명 튜브의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빈 페트병을 구명 튜브로 사용하는데도 요령이 있다. 물놀이 사고가 났을 때 뚜껑을 막아 공기로만 가득 차 있는 빈 페트병을 던져주면 바람의 영향을 받아 물에 빠진 사람에게 닿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물을 1/3 정도만 채워서 던져주면 바람의 영향을 훨씬 덜 받게 된다. 밀도가 너무 작은 공기 대신 밀도가 훨씬 더 큰 물을 어느 정도 채워서 페트병 전체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 빈 페트병을 잘 이용하면 밀도가 작기 때문에 물 위에 뜨는 구명 튜브가 될 수 있다.


어머니의 맛있는 김치는 밀도를 정확히 측정한 덕분!

음식을 만들 때도 밀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필자의 어머니께서 정말 맛있는 김치를 담근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이 딱 맞는 김치를 담그는 비법이 있는데, 배추를 절이기 위한 소금물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달걀을 이용하시는 것이다. 따뜻한 물에 신선한 달걀을 넣고, 달걀이 살짝 뜨는 정도까지 소금을 넣으면 배추를 절이기에 알맞은 농도의 소금물을 만들 수 있다.

달걀이 뜨는 것과 김치 맛이 무슨 상관? 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달걀이 떠 있는 정도를 통해 소금물의 농도를 측정하는 과학적인 방법이다. 이때 달걀은 바로 비중계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갑자기 밀도계가 아니라 비중계가 왜 튀어나와?” 라고 생각하지는 독자가 계실지도 모르겠다. 과학 교과서에서는 항상 ‘밀도’를 얘기하지만, 사회에서는 ‘비중’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비중’은 같은 부피를 가진 표준물질과 비교한 질량을 말한다. 표준물질로 고체나 액체의 경우 1기압 상태에서 4℃의 ‘물‘을 기준값 1로 하는데, 물의 밀도가 1이니까 결국 비중은 소수점 이하 다섯째 자리까지 밀도와 같은 값을 가지므로 일상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물론, 과학 분야에서는 항상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그 정의는 차이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자.

▲ 간이 딱 맞는 김치의 비법은 비중계의 역할을 하는 달걀!!! 신선한 달걀이 살짝 뜨는 정도까지 소금을 넣으면 염도가 딱 맞다.


농도가 높을수록, 즉 더욱 진할수록 밀도도 커진다.

소금과 물을 섞으면 질량은 이 둘을 더한 것만큼 증가하지만, 부피는 오히려 살짝 줄어든다. 소금이 이온화하여 생긴 염화이온과 나트륨이온이 물 분자 사이사이로 끼여 들어가기 때문에 부피가 줄어드는 것이다. 밀도는 부피와 반비례하므로 소금물의 밀도는 물의 밀도보다 크다. 소금을 많이 녹이면 녹일수록 질량과 부피의 상대적 차이가 점점 벌어지므로, 결국 소금물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즉, 염도가 높을수록 밀도가 더욱 커진다.

소금물에 달걀을 넣고 실험을 하면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금 즉, 염화나트륨의 용해도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달걀이 중간 정도 떠오르게는 할 수 있지만, 완전히 떠오르게 하기는 어렵다. 달걀을 완전히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더 용해도가 큰 물질인 염화칼슘을 이용하면 된다. 아무리 더 저어주어도 더 이상 소금이 녹아 들어 가지 않는 상태에서도 염화칼슘은 물에 아주 잘 녹아 들어가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다.

▲ 비중계 : 아랫부분에 고체 알갱이를 넣어 액체에 넣었을 때 적절히 떠 있게 한다.

이 때 액체의 비중을 직접 눈금으로 표시해주는 진짜 비중계를 이용하면 그 수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달걀이 완전히 떠오른 상태인 [염화나트륨 + 염화칼슘] 수용액의 비중은 약 ‘1.1’ 정도 되는 것을 비중계를 이용한 측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비중계를 이용하면, 농도가 진해질수록 용액의 밀도가 커지고, 비중계 자체가 점점 떠오르면서 비중계에 나타나는 수치가 점점 커지게 되는 것 또한 관찰 할 수 있다.

▲ 신선한 달걀은 밀도가 1g/㎤인 물보다 커서 아래로 가라앉는다. (순수한 물의 비중은 딱 ‘1.0’이다 .)

▲ 소금에 염화칼슘을 더하여 용해시키면 밀도가 커지면서 왼쪽 비커와 같이 달걀이 완전히 떠오르게 된다. (용액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비중계가 더욱 떠오르게 되고, 값이 1.11로 증가하였다.)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얼음물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 이때 우리는 항상 물 위에 얼음이 떠 있는 것을 본다.  늘 보는 익숙한 현상이다 보니,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고체가 액체 위에 떠 있는 현상이 사실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물질은 액체 상태에서 고체일 때에 비해 입자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입자 간 거리가 약간 더 멀기 때문에, 같은 질량의 액체 상태가 부피가 약간 더 크다. 밀도는 부피와 반비례하므로, 밀도는 고체 상태일 때가 더 크다. 즉 고체가 액체 속에 가라앉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물은 고체 상태가 될 때 물 분자들 사이에 수소결합을 형성하면서 육각형의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부피가 약 10% 정도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밀도는 더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밀도가 큰 물 위에 얼음이 뜨게 되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에 벤젠(C6H6)의 일부가 얼어서 고체 상태의 벤젠이 액체 벤젠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 벤젠의 어는점이 5.5℃밖에 안 되기 때문에 물에 비해서는 더 쉽게 얼게 되는데, 고체 상태의 벤젠이 더 밀도가 크기 때문에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물질은 고체가 되면서 밀도가 커지기 때문에 벤젠처럼 고체가 액체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액체가 물이고, 또 늘 얼음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보다 보니 고체가 가라앉아 있는 것이 오히려 생소하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 밀도가 큰 고체 상태인 벤젠이 상대적으로 밀도가 작은 액체 벤젠 속에 가라앉아 있다.


얼음이 물보다 밀도가 작기에 물고기는 겨울에도 살 수 있다.

액체 상태인 물보다 고체 상태인 얼음이 밀도가 더 작다는 특성은 자연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물이 벤젠처럼 고체 상태의 밀도가 액체보다 더 크다면 겨울철에 찬 대기와 접촉하는 호수 표면의 물이 얼어서 가라앉게 될 것이다. 그러면 호수의 물은 바닥부터 얼음이 쌓여, 결국은 표면까지 호수 전체가 얼어버리게 된다. 호수의 물속 물고기도 모두 얼어 죽을 수밖에 없는 참담한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작기 덕분에 호수의 물은 표면부터 얼어, 추운 겨울철에도 호수 아래에서는 물고기들이 물 속에서 지내며 겨울을 날 수 있는 것이다.

▲ 액체 상태인 물보다 고체 상태인 얼음이 밀도가 더 작기에 추운 겨울철에도 호수의 물속 물고기는 얼어 죽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다.


밀도가 다르고 서로 섞이지 않는 액체들로 만든 멋진 장식품들!

물은 극성, 벤젠은 무극성 물질이므로, 성질이 완전히 달라 서로 섞이지 않는 화합물이다. 둘을 한 비커에 따르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고 밀도가 작은 벤젠이 위층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서로 섞이지 않는 액체들을 이용해 만든 멋진 장식품들도 있다. 뒤집으면 마치 모래시계처럼 좁은 구멍을 통해 밀도가 큰 액체가 빠져나오면서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또한 필자가 가진 이런 종류의 장식품 중에는 역시 두 가지 액체가 들어 있고, 그 사이에 플라스틱 오리가 떠 있는 모양의 것도 있다. 플라스틱 오리가 이 두 가지 액체의 밀도 값의 중간쯤 되도록 조절된 장식품인 것이다.

▲ 밀도가 다르고 서로 섞이지 않는 액체로 만든 장식품

이 밖에도 밀도가 다른 에탄올을 사용해 여러 층으로 구성된 예쁜 칵테일을 만들거나, 혼합물을 분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도 차이를 활용한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물고기가 물 위로 떠오르거나 내려가는 기능을 수행하게 해 주는 몸 속 주머니인 ‘부레’도 물과 공기의 밀도 차이를 이용한 자연계의 유명한 방식이다. 오늘은 다소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밀도’라는 개념을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제는 아이스 커피 위의 얼음을 보거나, 북극의 빙하 사진을 볼 때, 얼음과 물의 특이한 밀도 역전 현상을 떠올리며, 밀도의 개념과 현상을 보다 친숙하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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