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 북쪽으로 가면 헨리 코안다 국제공항이 있다. 원래 도시의 이름을 따서 오토페니 국제공항으로 불렸으나 유체역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헨리 코안다(Henri Coandă)'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변경했다. 보통 사람의 이름을 주요 시설에 활용하는 경우는 생전에 남긴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인데, 헨리 코안다는 유체역학 분야에서 활용도가 굉장히 높은 코안다 효과(Coandă effect)를 발견했기에 충분히 자격이 있다. 유체역학은 액체와 기체 등 유체의 운동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데, 항공기나 선박과 같은 운송수단뿐만 아니라 펌프나 팬, 배관 등 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기계나 장비들에 응용되는 중요한 분야다.

이미 인류는 비행기의 날개라든지 잠수함에 유체역학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만, 워낙 해석하기 어려워 유체역학은 여전히 가장 난해한 학문으로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쉽지 않은 유체역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을 통해 인류를 한 차례 도약시킨 코안다 효과란 무엇일까?

코안다 효과는 간단하게 말해서, 유체가 곡면과 접촉한 상태로 흐를 때, 직선으로 흐르는 대신 곡면의 곡률을 따라서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 효과는 다른 과학적 실험과 달리 매우 간단하게 시연을 해볼 수가 있는데, 우선 싱크대로 가보자. 빠르게 흘러내리는 싱크대의 물줄기에 가느다란 실이 달린 둥근 공을 가져다 대면, 당초 공을 물줄기가 밀어내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물줄기가 공을 당겨서 공은 물줄기 쪽으로 달라붙게 된다.

이 경우는 액체에 의한 코안다 효과인데, 기체도 역시 비슷한 형태로 작용한다. 이번엔 화장실 변기 쪽으로 가보자. 얇은 화장지를 몇 장 뜯어서 끝부분을 양손으로 가볍게 들고, 매우 강하게 화장지의 위쪽을 입김으로 불면 신기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중력 혹은 입김의 압력으로 화장지는 아래쪽으로 꺾인 채로 가만히 있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입김을 부는 위쪽으로 화장지가 딸려가며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갈 것처럼 펄럭거린다. 신기하게도 유체 흐름이 곡면을 따라서 매우 강하게 당겨진다는 것이다.

▲ 화장지의 위쪽을 입김으로 불면 코안다 효과로 인해 떠 오르게 된다.

코안다 효과를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헤어드라이어를 켜고 바람이 나오는 곳에 탁구공을 올려놓으면, 탁구공이 공중에 그대로 떠서 떨어지지 않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헤어드라이어를 좌우로 기울여도 어떠한 보조 장치가 없이 탁구공은 꽤 안정적으로 버틴다.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이유가 전부 코안다 효과 덕분이다.


유체의 속력이 빠를수록 강하게 달라붙는 현상

▲ 유체의 속도가 증가하면 압력이 감소한다는 원리를 발견한 다니엘 베르누이의 초상화

코안다 효과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 300년 전에 발견된 베르누이의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네덜란드 출신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는 유체의 속도가 증가하면 압력이 감소한다는 베르누이의 원리를 발견했다. 공기와 같은 유체는 베르누이의 원리가 적용되는데, 바람이 불 때처럼 움직이는 공기의 압력은 공기가 가만히 있을 때보다 낮아진다. 만약 공기가 특정한 표면의 한 면에서 다른 면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면, 그 표면의 압력은 다른 면보다 낮을 것이다.

▲ 베르누이의 원리와 유체역학 (출처: YTN 사이언스)

이러한 베르누이의 원리가 가장 빈번하게 적용되는 곳은 당연하게도 비행기의 날개다. 날개의 형태를 자세히 보면 윗면은 곡면처럼 휘어 있고, 아랫면은 상대적으로 평평하게 만들어졌다. 비행기가 움직이면 날개의 앞쪽을 지나 공기의 일부는 날개 위로, 나머지 일부는 날개 아래로 이동한다. 날개의 윗면이 휘어져 있다 보니 날개 위의 공기는 날개 주위의 곡면을 따라 이동하는데, 날개 아래의 공기가 그대로 이동하는 것과 비교하면 위쪽 공기는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날개 뒤쪽에 도달하는 공기만 보면, 결국 날개 아래에서 이동하는 공기에 비해 위쪽 공기는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날개 상단 기압이 하단의 기압보다 낮아진다는 말이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기압이 높은 하단의 공기는 기압이 낮은 상단 공기보다 더 큰 힘으로 날개를 밀어내게 된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상단과 하단의 날개가 대칭이거나 날개의 곡률이 거의 0인 초기 비행기들도 하늘을 날았기 때문에 베르누이의 원리만으로 비행에 대한 모든 과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수차례 실험을 통해 공기가 흘러가는 방향에 대한 날개의 각도라든지 날개의 형태가 양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유체역학은 해석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래서 여기엔 비행기가 양력을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코안다 효과가 필요하다.

▲ 비행기 날개에 적용되는 베르누이의 원리, 베르누이의 원리로 인해 비행기는 하늘을 날 수 있다.

베르누이의 원리는 비행기가 날기 위해 필요한 양력의 중요한 근본이지만, 사실 코안다 효과가 훨씬 많은 역할을 한다. 공기라는 유체의 흐름은 날개와 공기가 흘러가는 방향 사이의 각도인 받음각(angle of attack)을 따라 달라지는데, 이로 인해 유체는 휘어지며 흐르게 된다. 즉, 날개를 따라 아래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받는 것이다.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내려보내는 힘이 만들어지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기는 날개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을 발생시킨다. 이게 양력을 만든다.


유체역학의 선구자가 발견한 추가적인 양력

코안다 효과의 기반이 되는 현상에 대한 언급은 1800년 영국왕립학회에서에서 진행된 토마스 영의 강의에서 등장했다. 당시 그는 양초의 불꽃과 송풍 관을 통해 만들어지는 압력을 설명했는데, 송풍 관으로부터 나오는 공기의 흐름 방향으로 밀어내는 측면 압력과 장애물 근처에서 기류를 완화하는 압력이 비슷하리라 추측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서야 루마니아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헨리 코안다는 이러한 특별한 현상이 적용된 항공기를 실험하면서 모터로 구동되는 터빈은 뜨거운 공기를 뒤로 밀어냈고, 그 과정에서 공기의 흐름이 근처 표면에서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코안다 효과를 발견한 헨리 코안다가 세계 최초의 제트기를 발명했다는 업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확실한 건 수많은 새로운 장치를 발명하고, 무엇보다 유체역학에 획을 긋는 코안다 효과를 발견했다는 건 결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유체역학의 위대한 성과다.

부쿠레슈티의 풍요로운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난 헨리 코안다의 아버지는 장군이자 정치인이었고, 어머니는 프랑스 의사의 딸이었다. 그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군인이 되기를 원하던 아버지 때문에 군사 고등학교를 거쳐 공과대학에서 포병 장교로 졸업했다. 하지만 헨리 코안다는 늘 새로운 것을 만들고 기존의 절차와 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발명가 정신이 강했고, 이런 성격은 엄격한 군사 규율과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군사적인 전략보다 비행 자체가 갖는 기술적인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결국 벨기에의 몬테피오레연구소에서 관련된 공부를 지속하다가 파리로 자리를 옮겼다.

유럽 최고의 연구소이자 세계 최초의 항공우주 분야 교육기관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국립고등항공우주학교를 1년 만에 수석으로 졸업했고, 항공 엔지니어가 되어 1910년 '코안다-1910(Coandă-1910)'이라는 항공기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이 항공기는 기존처럼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대신 전방에서 공기를 흡입하고 후방으로 내보내며 추진하는 최초의 제트기였다.

▲ 1910년 코안다가 제작한 제트기 Coandă-1910

실제 제트기의 비행은 1938년 독일에서 이루어지긴 했지만, 세계 최초의 제트기를 언급할 때마다 '코안다-1910'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1911년부터는 영국의 브리스톨 비행기 회사에서 기술자로 일하며 여러 대의 항공기를 설계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영국 전쟁 사무소(British War Office)가 주관하는 군용 비행기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후에는 '코안다-1916(Coandă-1916)'을 포함하여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몇 가지 비행기 모델을 개발했다.

헨리 코안다는 꾸준한 항공기 개발을 통해 비행에 대한 자신의 이론과 기술을 검증했으며, 마침내 1934년 코안다 효과가 적용된 '유체를 다른 유체로 이탈시키는 방법 및 장치(method and apparatus for deviation of a fluid into another fluid)'에 대한 프랑스 특허를 받았다. 유체역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으로 손꼽히는 코안다 효과는 이후에도 주변 다른 유체와 명백하게 구분되는 좁고 빠른 유체에서 추가적인 양력을 얻거나 공기의 흐름으로 발생하는 힘을 다루기 위한 여러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실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코안다 효과의 사례

헨리 코안다가 코안다 효과를 발견했을 당시에는 오직 비행기를 효율적으로 띄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헤어 스타일러부터 공기청정기나 에어컨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1993년 영국의 발명가이자 산업 디자이너인 제임스 다이슨이 설립한 영국의 유명한 전자제품 기업은 2018년 10월에 기존과 다른 방식의 헤어 스트레이트너(hair straightener)를 출시했다.

흔히 이런 전자제품은 고데기라고 불리며 머리에 모양을 낼 때 사용되는데, 문제는 머리카락을 뜨겁게 달군 인두로 직접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모발이 손상되거나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새로 나온 제품은 과도한 열 대신 바람으로 머리를 감아주기 때문에 손상을 최소화하며, 강력한 공기의 흐름은 머리카락이 저절로 장치에 감기도록 도와준다. 여기에도 코안다 효과가 활용된다. 최근에는 항공기 제트 엔진에 적용된 코안다 효과로 긴 모발을 위로 들어 올리며 짧은 잔머리를 안쪽으로 밀어내는 방식을 헤어드라이어에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셀프 헤어스타일링이 가능한 독특한 형태의 신개념 헤어드라이어용 노즐을 개발한 것이다.

▲ 코안다 효과를 활용한 헤어드라이어용 노즐 (출처: 다이슨 유튜브)

더운 여름철에 사용되는 에어컨의 경우, 발생하는 찬 바람이 사용자의 얼굴이나 몸에 직접 닿는 것을 다들 꺼려하는 것이 문제였다. 우선 이렇게 되면 코의 점막이 건조해져서 쉽게 상처가 날 수 있고, 온도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지며 냉방병에 걸리기도 한다. 찬 바람이 나오는 곳에 가림막을 설치하여 직접적인 바람의 접촉을 막기도 하지만, 에어컨이 작동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그리 효율적인 방식이 아닐 수 있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관련 업계 연구자들은 지속해서 고민을 했고, 마침내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무풍 에어컨을 개발했다. 물론 실제로 무풍은 아니다. 바람이 전혀 없다면 차가운 공기가 우리에게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직경이 1mm인 매우 작은 미세구멍에서 차가운 공기 입자가 초당 0.15m의 느린 속도로 흘러나온다. 이렇게 느린 바람은 미국냉동공조학회(ASHRAE)에서 정체된 공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풍 에어컨이라는 표현을 써도 문제는 없다.

이걸 켠다면 가까운 거리에서도 차가운 바람을 직접 느끼지는 못하지만, 마치 한여름 밤에 시원한 동굴 속에 들어간 것과 유사한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여기엔 핵심 기술인 메탈 쿨링 패널이 들어가는데, 이 역시 코안다 효과를 응용했다. 메탈 쿨링 패널은 말 그대로 금속 소재의 차가운 판인데, 공기가 흐르며 차가운 금속판에 부딪히면서 온도가 낮아지고 동시에 코안다 효과로 인해 흐름에 가속이 붙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마치 날개 없는 선풍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 코안다 효과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무풍 에어컨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유체역학은 여전히 인류에게 풀리지 않은 난제다. 수학계에서 가장 증명이 어려운 문제들을 선정한 밀레니엄 7대 난제에도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이라는 유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식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유체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매우 정확도가 높은 일기예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항공기나 잠수함의 구조도 혁신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물론 여전히 가장 어려운 분야이며, 인류 역사에서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조차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기대해보는 이유는 누군가 고민 끝에 찾아낸 해결방법이 수많은 곳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헨리 코안다가 해낸 것처럼 말이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용되는 코안다 효과의 또다른 적용이 기대된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