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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에 시달리다 보니 더위에 지쳐 뭔가 자꾸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아주 심하게, 지나치게 시원한 극저온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하도록 하겠다. 오늘의 주인공은 액체 질소! 보글보글 끓고 있는 데다 주변에 김까지 서리는 액체 질소를 보고 있으면 뜨거울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액체는 바로 ‘물’이고, 물이 끓는 온도는 100℃이므로, 역시나 투명한 액체인 질소가 끓는 것을 보면서 이것도 역시 뜨거울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질소가 액체에서 기체 상태로 변하는 온도인 끓는점은 -195.79°C!!! 그러니 액체 질소는 약 -196℃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사물이 액체 질소와 만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상상할 수 없는 극저온의 액체 질소 세상이 지금부터 펼쳐지게 될 테니 기대하시라~


강력한 흡열반응으로 생기는 -196℃의 극저온

▲ -78.5℃에서 승화하는 드라이아이스, 드라이아이스 속에 온도계를 넣으면 -75℃ 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칼럼을 통해 [얼음+소금], 그리고 [드라이아이스+에탄올]의 조합으로 냉장고 없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반응에 대해서 소개한 적이 있다. 얼음이나 드라이아이스가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흡열반응’을 이용해 각각 약 -10℃, 약 -75℃ 이하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이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실험해야 하는 상황이 필요하다면 [액체 질소]를 활용하면 된다. 액체 질소는 끓는점이 무척 낮으므로 기화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주위의 열에너지를 순식간에 흡수하기 때문이다.

▲ 보글보글 끓고 있는 액체질소, 하지만 고온에서 끓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려 -196℃의 극저온에서 끓고 있는 것이다.


액체 질소 속에 무언가를 넣으면 어떤 일이?

이렇게 차갑게 끓고 있는 액체 질소에 사물을 넣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싱싱한 바나나를 넣어 보았다. 액체 질소에 담근 바나나는 초 급속 냉동되어 거의 돌처럼 단단해졌다. 너무 단단하게 얼어버려서 이 바나나로 망치 대신 못을 박을 수도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약 -196℃ 이하의 액체 질소 속에 내 손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해도 무서울 수 있다. 손이 바로 얼어붙어서 엄청난 동상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머선 129?? 막상 액체 질소 속에 손을 잠깐 넣으면 그냥 시원하다. 좀 많이 시원함을 느낄 뿐이다.

▲ 액체질소에 손을 넣은 상태, 3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이라면 손을 넣어도 문제가 없다. 피부와 접촉한 액체질소가 바로 기화하기 때문이다.

물론 액체 질소에 손을 3초 이상 넣어두고 있으면 정말 큰 일이 난다. 하지만 3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은 손을 담가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이유는 약 36.5℃를 항상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체온 때문이다. 물론 손의 표면 온도는 이보다 1~2℃ 정도는 낮기는 하지만, 우리 손의 체열 때문에 손을 액체 질소에 넣는 순간 피부와 접촉한 액체 질소는 바로 기화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액체 질소에 손을 넣어도 물에 손을 넣었을 때의 젖는 느낌, 즉 액체와 접촉할 때의 축축함을 느끼지 못한다. 막 기화한 기체 상태의 질소와 접촉하기 때문에 마치 아주 차가운 냉장고 속의 공기에 노출된 것과 같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고무 풍선이 액체 질소와 만나면?

온도가 낮아지면 기체의 부피는 당연히 줄어든다. 약 -196℃의 액체질소와 접촉한 고무풍선은 거의 납작해져 버리게 되는데, 이는 온도가 낮아지면서 기체 분자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고, 그 결과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 온도 변화에 따른 기체의 부피 변화를 설명하는 ‘샤를 법칙’

기체의 부피는 온도에 비례한다는 법칙이 바로 ‘샤를 법칙’인데, 1℃가 낮아질 때마다 0℃에서의 부피에 비해 1/273씩 줄어들게 된다.

▲ 액체 질소와 접촉한 풍선 내부의 공기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통통하던 풍선이 바로 납작해져 가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약 -196℃가 되면 0℃에 비해 0℃ 때 부피의 196/273만큼 줄어들게 되므로 부피가 매우 매우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통하던 고무 풍선이 눈앞에서 바로 납작하게 쪼그라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액체 질소에 세제를 푼 뜨거운 물을 붓는다면?

마무리 실험!! 액체 질소에 세제를 푼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또 이번에는 어떤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까? 뜨거운 물에 의해 수증기가 많이 공급돼, 아주 멋진 구름의 생성 모습을 볼 수 있다.

▲ 액체 질소에 세제 푼 뜨거운 물을 붓게 되면 어마어마한 구름이 생성된다.

수증기의 응결로 의해 생성된 무수히 많은, 작은 물방울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때 세제 속 계면활성제에 의해 더욱 많은 거품이 발생하게 되는데, 워낙 극저온의 액체 질소와 접촉하기에 이 거품조차도 바로 얼게 되는 현상 또한 관찰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흡열반응, 터트리면 시원해지는 쿨 아이스 팩

액체 질소는 너무나 온도가 낮기 때문에 전문가 없이 다루면 위험하다. 또한 액체 질소의 가격이 비싸고, 특수 보관 용기 등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실험을 하기는 녹록치 않다. 이런 극저온의 물질과 접촉하지 않아도, 기온이 30℃가 넘는 더운 여름에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워낙 더운 열기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기온보다 10℃~15℃ 정도만 낮은 물체와 접촉하더라도 정말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펀치 쿨 아이스 팩. 내부에는 요소와 물 주머니가 들어 있다. 요소가 물에 녹는 용해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낮은 온도를 유지한다.

필자는 더운 여름에 가족들과 배드민턴을 치다가, 터트려 사용하는 펀치 쿨 아이스 팩 하나를 목 뒤에 올려놓은 적이 있었다. 주먹으로 퍽퍽 쳐서 내부의 물 주머니를 터트리면 팩이 차가워지는데 약 20분 정도는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럼 펀치 쿨 아이스 팩 속에 얼음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떤 원리로 우리에게 이런 시원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쿨 아이스 팩을 해부해보면 내부에는 하얀 알갱이와 물 주머니가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하얀 알갱이는 ‘요소(CO(NH₂)₂)’라는 물질이고, 물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은 글자 그대로 그냥 ‘물’이다. 팩 내부에 들어있는 물 주머니를 터트릴 때 요소가 물에 용해되는데, 이 또한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흡열 반응’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선선하고 살기 좋은 봄,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견디기 힘든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라 화면으로 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액체 질소의 기화, 그리고 아이스 팩의 흡열 반응을 소개해보았다. 이 더운 여름, 쿨 아이스 팩을 하나 장만해서 퍽퍽 쳐서 물 주머니를 터뜨려 잠깐의 시원함을 즐기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 너무 지치지 않게 컨디션 잘 조절하면서 이 더운 여름을 잘 견뎌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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