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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정말 신비로운 존재다. 가장 신기한 성질 중에 하나는 빛이 파동일 수도 있고, 입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빛은 이중성을 갖는다. 영국의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프리즘 실험의 결과를 통해 빛을 입자라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뉴턴의 주장이 영 석연치 않았던 토머스 영은 아주 얇은 틈을 이용한 이중 슬릿 실험을 설계했고, 배치된 슬릿을 지나 스크린에 도달한 빛이 만들어낸 간섭무늬를 확인한 그는 빛을 입자가 아닌 파동이라고 확신했다. 드디어 빛과 관련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그저 파동이라고 했을 때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남아있었다.

▲ 토머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 개념


파동설로는 설명되지 않는 빛의 현상 ‘광전효과’

1887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는 진공 상태에 놓인 금속판에 빛을 비추면 무언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발견했고,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후 영국의 물리학자 조지프 톰슨은 금속판에서 튀어나오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전자라는 입자인 것을 밝혀냈다. 금속판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에 전자기파인 빛을 쬐면, 전자가 탈출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받아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빛은 특정한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는 입자이기 때문에, 기본 단위인 광자는 전자와 부딪혀서 마치 당구대 위의 흰 공으로 노란 공을 치는 것처럼 전자를 튀어 나가게 만들 수 있다. 명확한 입자의 특성을 보여준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광전 효과’라 불리는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규명한 덕분에 192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과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으로부터 확인한 입자성을 빛이 갖고 있던 기존의 성질인 파동성과 종합하여 빛의 이중성이라고 부른다.

▲ 광전효과 개념도. 금속판에 일정한 진동수 이상의 빛을 비추면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광전 효과는 금속판에 일정한 진동수 이상의 빛을 비추면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으로, 빛이 보유한 입자의 성질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주제인 ‘콤프턴 효과’는 과연 무엇일까? 광전 효과와 마찬가지로 콤프턴 효과 역시 빛의 입자성을 뒷받침하는 훌륭한 증거다. 원자에 χ(엑스)선이나 γ(감마)선의 파장을 갖고 있는 광자를 쬐면, 집어넣었던 광자와 함께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인데, 이때 튀어나온 χ선이나 γ선은 처음 들어갈 때보다 파장이 길어져서 나온다.

사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처음 광전 효과를 통해 기존에 지배적이던 학설을 반박하고 빛이 입자라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대다수의 물리학자는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일축했다. 그로부터 18년이 흐른 뒤, 미국의 물리학자 아서 콤프턴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콤프턴 효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했고, 실험을 통해 빛이 입자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자신이 발견한 효과를 검증했다. 당시 과학자들도 빛이 입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한 방이었다.


빛의 입자설을 지지하며 단호하게 결정타를 날린 콤프턴

아서 콤프턴은 1892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철학과 교수이자 우스터대학 학장이었고, 그를 포함한 세 명의 형제는 모두 프린스턴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모두 학업적인 성취가 뛰어났다. 물리학자였던 큰 형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총장이 되었고, 작은형도 외교관의 길을 걷다가 워싱턴 주립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아서 콤프턴 역시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총장을 지냈기 때문에, 누구 하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없이 셋 모두 대단했다. 아서 콤프턴은 우스터 대학을 졸업한 이후 프린스턴으로 자리를 옮겨 대학원 생활을 이어나갔다.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구로 접근하는 단주기 혜성인 핼리 혜성의 사진을 직접 찍기도 했고, 원형 튜브에서 물이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관찰하는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서 지구의 공전을 입증하기도 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거쳐, 워싱턴 대학교의 물리학과 학과장이 되었다.

▲ 1936년 1월 13일 타임지 표지의 아서 콤프턴

χ선 산란에 대해서 연구하던 그는 드디어 1922년 전자기 복사가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갖는 것을 확증하는 데 도움을 준 콤프턴 효과의 증거를 최초로 발견했다. 광학적으로 똑같은 파장으로 이루어진 광원이 입사한 이후에 두 개의 산란 복사가 나타났던 것이다. 이들 중에서 하나는 원래 빛과 동일한 파장이었지만, 하지만 다른 하나은 더 긴 파장이 되었다. 즉, 파장이 길어졌다는 뜻인데, 원래 빛보다 에너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콤프턴 산란 개념도. 입사하는 광자와 산란하는 광자의 파장 길이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빛이 파동의 성질만을 갖고 있다면, 산란하기 전과 후에 파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입사한 파장보다 더 긴 파장으로 산란하여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통해 빛이 입자라는 것을 확인했고, 이러한 과정을 콤프턴 효과 혹은 콤프턴 산란이라고 불렀다. 콤프턴 효과는 들어가는 광양자의 에너지가 작을수록 크며, 산란하는 물질의 원자번호가 작을수록 잘 보인다. 이 효과는 빛의 입자라는 특성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매우 좋은 예시였다.

콤프턴 효과의 발견 외에도 그는 현대 물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원자에 존재하는 전자의 수도 정확하게 측정했고, 최초로 χ선 스펙트럼을 관측하기도 했다. 이후 아서 콤프턴은 우주선(cosmic ray)의 세기가 지구 자기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고, 1941년에는 엔리코 페르미, 로버트 오펜하이머, 유진 위그너 등과 함께 핵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 1945년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던 원자 폭탄 팻 맨(fat man)의 모형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원자로를 실제로 만드는 일이었는데, 그는 원자로를 만들 연구소의 위치를 결정하고, 조직체계를 관리하는 총 책임자를 맡았다. 워싱턴주 핸퍼드에 대형 플루토늄 원자로를 구축한 이후, 원자폭탄을 사용하기로 결정할 때도 큰 역할을 했는데, 여기서 제조된 플루토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팻 맨(fat man)이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다. 역사에 남을 만한 발견들 외에도 아서 콤프턴은 일상생활에 유용한 기술에도 흥미를 갖고 있었다. 자동차의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에 설치하는 굴곡이 진 범프(bump)라는 과속방지턱을 처음 만들어내기도 했다.


광전 효과와 콤프턴 효과의 이론적 차이

▲ 원자의 구조.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자는 원자핵과 함께 물질의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다. 원자핵은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로 나눌 수 있는데, 음전하를 띠는 전자와 양성자는 마치 커플끼리 모여서 여행을 떠날 때처럼 균형을 이룬다. 원자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전자들은 약간의 에너지만으로도 바로 궤도를 이탈해버리는데, 이렇게 의리가 없는 녀석들을 자유전자라고 부른다. 전기가 통한다는 말은 이런 자유전자가 많다는 뜻이며, 금속판 위의 자유전자들이 광자로부터 충분한 에너지를 얻고 자신들을 속박하던 에너지를 끊어내고 탈출한다. 전자에게 자신이 보유한 에너지를 모두 전달한 광자는 무대 뒤편으로 퇴장한다. 이게 바로 광전 효과다.

광전 효과와 콤프턴 효과는 모두 광자와 원자가 보유한 전자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두 효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다. 광전 효과는 광자가 원자에 완전히 흡수되지만, 콤프턴 효과는 광자가 에너지를 잃고 방향이 바뀐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광전 효과는 χ선이 원자의 전자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모든 에너지를 잃어버리며, χ선이 갖고 있던 에너지는 전부 전자에게 전달되고 전자는 원자 밖으로 방출된다. 이때 원자로부터 탈출한 전자를 광전자(photoelectron)라고 부른다. 콤프턴 효과는 χ선의 에너지가 전부 흡수되지 않고, 일부 전자에만 전달된다. 전달된 에너지만큼 원래 χ선의 에너지는 줄어들기 때문에, χ선의 파장은 길어진다.

콤프턴 효과에 따르면 입사하는 χ선의 파장보다 산란하는 χ선의 파장이 항상 길고, 이러한 파장의 변화는 광양자와 전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비탄성 산란 과정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콤프턴 효과는 빛의 입자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여기서 광양자와 충돌한 이후 튕겨 나오는 전자를 콤프턴 전자라고 하는데,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교수였던 찰스 톰슨 리스 윌슨은 자신만의 비법으로 ‘안개상자 실험’을 설계하여 그 존재를 명확하게 확인했다.

▲ 찰스 톰슨 리스 윌슨이 개발한 안개상자 (출처: 위키피디아, Rolf Kickuth)

기상대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먼지가 없는 공기 속에서 수증기가 응결되는 실험 장치를 최초로 만들었는데, 이걸 안개상자라고 부른다. 안개상자를 이용하면 작은 물방울들의 모습을 통해 대전입자가 움직이는 경로를 관측할 수 있었는데, 당시 뢴트겐이 발견한 χ선을 안개상자에 투사해보기도 했다. 이후 안개상자의 중요성은 점점 커졌고, 아서 콤프턴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면서 1927년 윌슨과 콤프턴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콤프턴 효과를 바탕으로 개발된 활용 사례

콤프턴 효과의 발생 확률은 γ선의 에너지가 커질수록 감소하며, 일어나기 가장 좋은 에너지 범위는 핵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대부분의 γ선이 갖는 에너지와 유사하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γ선을 관측하는 콤프턴 카메라도 등장했다. 카메라가 촬영하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광자와 전자가 충돌하는 순간을 다시 가정해보자. 당구대 위에 놓은 흰 공은 광자이고, 빨간 공은 전자다. 누군가 친 흰 공이 빨간 공을 치면 흰 공은 빨간 공에 에너지를 전달하며, 빨간 공은 그 운동에너지를 갖고 튕겨 나간다. 당구공으로 비유를 하긴 했지만, 실제로 전자는 가만히 있지 않고 원자핵 주변으로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산란이 일어난 후, 움직이던 전자의 운동에너지는 일종의 퍼짐 현상이 발생한다. 산란하여 나오는 광자 역시 각도에 의존하며, 이렇게 작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바탕으로 3차원 γ선 영상 장치인 콤프턴 카메라가 개발되었다.

콤프턴 카메라는 보통 두 개의 방사선 검출기를 사용하는데, 검출 효율이 높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 내부의 핵물질을 모니터링하기에 유리하며, 인체에 방사선 의약품을 투여한 후 방출되는 γ선을 통해 영상을 얻는 의료장비에도 활용된다. 3차원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종양처럼 몸속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들을 손쉽게 감지할 수 있다. 콤프턴 카메라를 우주 공간에 올리면 γ선 우주 망원경이 된다. γ선을 방출하는 별을 관측하여 우주 지도를 만들 수 있으며, 우주에서 핵실험이 벌어지는 지구상 위치를 추적하거나 방사능 물질을 탐지할 수도 있다.

▲ EMP 시뮬레이터(HAGII-C)가 보잉 E-4 항공기를 테스트하는 장면.

아서 콤프턴이 사망한 이후 수소폭탄 실험을 하다가 통신망과 관측장비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수소폭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γ선이 대기에 풍부한 산소나 질소와 같은 분자와 충돌하면서 전자기 펄스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했는데, 그 영향으로 과전류가 흘러 전자제품의 회로가 전부 손상되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는 EMP(electromagnetic pulse)탄이 개발되었다. 현대전에서 상당히 위협적인 무기가 콤프턴 효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모든 제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유기박막 두께 측정 기술도 콤프턴 효과를 이용한다. 방사성 동위 원소로부터 발생하는 χ선을 유기박막에 조사한 뒤에, 산란되는 χ선을 검출하면 유기박막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간단하게 두께 측정이 가능하다.

백여 년간 과학자들은 빛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안하고 검증해 왔고 그 과정에서 인류의 삶은 보다 윤택해졌다. 빛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지만, 콤프턴 효과처럼 빛의 성질을 좀 더 이해하게 될수록 빛의 소중함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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