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자란 세대들에게는 ‘기계 인간’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철이는 몸을 기계로 바꾸기 위해 은하철도에 탑승한다. 기계처럼 부속품을 갈아 끼우면서 영원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머나먼 미래, 아니 그저 공상 과학가의 상상력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4D 프린팅 기술은 인간의 뼈를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4D 프린팅 기술은 뼈대에 붙은 신경조직과 골격근, 인대 등도 함께 변화시킨다. 이제 프린터로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생명력을 구현하게 된 것이다. 4D 프린터 기술은 기존의 3D 프린팅보다 한층 발전된 기술로 생명과학, 나노과학, 항공우주산업 등과 융합돼 미래 SF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애니메이션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첨단기술을 선보일 전망이다.


3D 프린팅? 이제는 4D 프린팅의 시대!

3D 프린팅은 가히 혁명적인 기술이다. 3D 프린팅은 한 층씩 재료를 쌓아 올려 입체를 구현해내는 적층 가공 기술을 뜻한다. 이러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최근 의수, 의족 등 신체의 일부와 인공 심장 등 인공장기를 만들고 있다. 3D 프린터(3D Printer)를 이용하면 옷을 사지 않아도 매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수도 있다. 3D 프린터는 종이에 잉크가 출력되듯 원단에 프린팅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3D 프린팅에서 한 단계 진보한 획기적인 프린팅 기술이 바로 4D 프린팅이다. 여기서 핵심은 ‘소재’에 있다. 4D 프린터(4D Printer)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자가변형이 가능한 스마트 소재를 출력하는 프린터다. 기존의 3D 프린터는 3차원의 공간에서 원하는 형상을 제작한다. 반면 4D 프린터는 시간 개념이 더해진다. 즉 처음 만든 제작물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온도, 습도, 진동 등에 따라 자극을 받으면 새로운 형태로 바뀐다는 개념이다.

이와 같이 획기적인 4D 프린팅 개념은 스카일러 티비츠(Skylar Tibbits)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교수가 만들어 지난 2013년에 온라인 강연 ‘TED’에 처음 공개했다. 그가 말하는 4D 프린팅 기술의 핵심은 ‘자가조립(Self-assembly) 기술’ 혹은 ‘자가 변형(Self-Transformation) 기술’이다. 이는 인간의 몸속 혹은 외부에 만들어진 4D 가공물이 자극과 환경에 따라 생물처럼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은하철도 999’에 탑승한 철이가 원했던 기계 인간, 즉 기계가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다.

▲스카일러 티비츠 교수의 4D 프린터에 관한 개념 강연 (출처: TED)


4D 프린팅, 근육과 뼈 조직을 재생시키다

3D 프린팅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는 의학이나 헬스케어 분야다. 맞춤형으로 출력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 3D 프린팅 기술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의료용 3D 프린팅 기술은 임플란트, 인공 뼈, 인공장기, 의료용 보조기 등으로 확장 발전되고 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은 프린터의 출력과 소재 부분에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4D 프린팅 기술은 이러한 3D 프린팅 기술의 약점을 보완해 최근 의학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연구팀이 4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동물의 근육과 뼈를 재생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콜라겐과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로 만든 지지대를 4D 프린터로 제작했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는 치아와 뼈의 주성분으로 인공 뼈나 치아 임플란트, 화장품, 광촉매 재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연구팀이 만든 혼합 지지대를 뼈가 어긋난 생쥐에게 적용한 결과 골조직 형성이 증가했고 이식 부위 주변 조직에서 신생혈관도 효율적으로 생성되는 성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와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뼈와 인대, 신경조직, 골격근 등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용화를 위한 연구는 이제 시작이겠지만 앞으로 미래 인간의 몸을 기계로 만드는 데 있어 커다란 청신호가 터진 셈이다.


그림만 그리면 실체가 된다? 국내 연구팀 세계 최초로 개발!

간단하게 펜으로 그림을 그려서 물건을 만들 수는 없을까? 국내 대학 연구진이 펜으로 그린 그림을 3차원 구조물로 변환시키는 4D 프린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펜과 용액만 있으면 3차원 구조물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기술의 핵심은 보드마카 잉크가 물에 섞이지 않고 뜨는 원리에 있었다.

제작 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먼저 두 종류의 보드마카 잉크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잉크 중 하나는 보통 잉크고 또 다른 하나에는 계면활성제가 포함됐다. 계면활성제를 뺀 보통의 잉크는 물을 부어도 유리와 같은 판에 그대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계면활성제가 포함된 잉크로 그림을 그린 후 물을 부으면 그림이 물에 뜨면서 서로 다른 형상을 만들어간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잉크로 그림을 그리고 물을 붓고 잉크가 물에 섞이지 않아 그림이 물에 분리되는 것을 보고 이와 같은 기술을 착안했다고 밝혔다. 거대한 과학의 발견은 이렇듯 사소한 일상의 작은 발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구조물을 펜으로 만들 수 있게 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기존의 3D 프린터에서 만들어지던 시간을 수십~수백 배 절감할 수 있다. 연구진은 “3D 프린터 구조물 1개를 제작하는 데 1시간이 소요된다면 이 방식은 1시간에 120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기존 3D 프린터의 제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어디서든 쉽게 3차원 구조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운송의 혁명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4D 프린팅을 이용해 ‘맞춤형 옷’을 만들어볼까

3D 프린터로 옷을 만들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 4D 프린터를 사용하면 3D 프린터로 만든 옷과는 어떻게 다른 옷이 나올까.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출신이 창립한 미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너버스 시스템(Nervous Systems)은 4D 프린팅을 이용한 독특한 드레스를 만들었다. 이들이 만든 옷은 2,000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키네메틱스 드레스(Kinematics Dress)’다. 무려 3,316개의 힌지(hinge)로 상호 연결된 2,279개의 독특한 삼각형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옷은 4D 프린팅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드레스라고 평가된다.

▲4D 프린팅 기술로 만들어진 키네메틱스 드레스 (출처 : Nervous System 공식 홈페이지)

너버스 시스템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팔찌를 만드는 것을 보고 드레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팔찌보다 더 큰 구조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 조각’으로 만든다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이들이 만든 드레스는 덩어리 형태로 프린터에서 나온다. 그런데 펼쳐 들면 놀랍게도 시원해 보이는 여성 원피스로 변신한다.

이들이 4D 프린터로 구현한 이 드레스가 일반 3D 프린터로 만들어지는 옷과 다른 점은 사람의 몸에 꼭 맞게 드레스가 변화한다는 점이다. 조각의 패턴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 사람의 체형에 맞춰 변형된다. 지금은 그물 원피스의 모양이지만 앞으로 이 기술이 더욱 발전된다면 미래에는 공장에서 나오는 기성복 치수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맞춤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동차에 4D 프린팅을 더하면? 상상했던 드림카 구현

4D 프린팅 기술은 자동차 분야에 획기적인 혁명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힘을 가해서 변형을 시켜도 본래의 형상으로 복원하는 형상 기억 합금으로 자동차를 만든 열이나 진동 등 자극을 주어 쉽게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4D 프린팅 기술은 도로의 환경에 따라 바퀴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다. 일반 도로와 산악지대 등을 구분해 바퀴가 이에 맞는 바퀴로 변형되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독일의 BMW는 ‘비전 넥스트 100(Vision Next 100)’을 통해 ‘상상의 드림카’를 현실 속에 구현해냈다. 바로 4D 프린팅 기술을 통해서 말이다.

▲4D 프린팅 기술이 활용된 자동차 (출처 : BMW 공식 홈페이지)

비전 넥스트 100은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구성됐다. 4D 프린팅 기술은 차를 ‘트랜스포머’처럼 변신시켰다. 변신 로봇이라고 해야할 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해야할 지 알 수 없는 기능이 가득하다. 비전 넥스트 100이 꿈꾸는 자동차의 외형은 바퀴까지 일체형이다. 도로 상황에 따라 자동차 자체가 변형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내부도 4D 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4D 프린팅의 자가 변형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좌석은 쉽게 눕거나 쉴 수 있도록 변형된다.


4D 프린팅 기술은 인류에게 어떤 미래를 선사할까

4D 프린팅(4D Printing) 기술의 핵심은 자가 변형과 자가 조립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형상 기억 합금과 같이 변형이 가능한 스마트 소재가 재료로 사용돼야 한다. 과학의 발달로 더욱 다양한 스마트 소재 개발이 이뤄지면 4D 프린팅(4D Printing) 기술은 인류의 생명 연장에 가장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체에 들어가 암세포를 잘라내거나 약물을 전달하는 나노로봇 등에 접목하여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의 자동차는 물론 건축물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3D 프린터로는 출력하기 어려운 대형 구조물도 4D 프린터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목적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위장술을 해야 하는 군인들에게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위장복은 기본이다. 전쟁이나 비상상황이 발생 시 임시 건축물을 짓는 것도 쉽게 해낼 수 있다. 이외에도 4D 프린팅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항공 및 우주산업에도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4D 프린팅(4D Printing) 기술이 가져올 미래가 궁금해진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