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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지난 1997년 브라질의 ‘로베르토 카를로스(Roberto Carlos)’가 프레월드컵 개막전에서 찬 환상의 프리킥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카를로스는 4명의 프랑스 수비수를 피해 오른쪽으로 직진하다 골문 앞에서 갑자기 방향이 바뀌는 기가 막힌 골로 득점을 기록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카를로스의 프리킥을 바나나킥의 하나로 분류했지만, 공의 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적인 바나나킥과는 달랐다. 너무나 각도가 예리했기 때문에 축구 팬들은 이 환상적인 프리킥에 ‘UFO 슛’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축구 팬들에게는 마냥 신기한 슛으로 보였겠지만, 해당 장면을 본 과학자들은 카를로스의 프리킥에는 흥미로운 물리학적 법칙이 숨어 있음을 간파했다. 축구공이 엄청나게 휘어지며 날아가는 이유가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구기 종목 대부분에서 목격할 수 있는 마그누스 효과

마그누스 효과란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流體) 속에서 물체가 회전하면서 특정 방향으로 운동하게 될 때, 물체가 그 이동속도의 수직 방향으로 힘을 받아 경로가 휘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마그누스 효과라는 명칭은 19세기 독일의 물리학자였던 ‘하인리히 마그누스(Heinrich Magnus)’가 발견했다 해서 붙여졌다. 그는 포탄이나 총알이 한쪽으로 휘는 이유에 대해 연구를 하다가 그 원인이 공기의 압력 차이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낸 뒤 마그누스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마그누스 효과는 스포츠 시합을 할 때 볼 수 있는 놀라운 공의 궤적을 해석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축구 경기의 바나나킥이나 야구 경기에서 볼 수 있는 투수의 변화구 등이 마그누스 효과의 좋은 예이다. 가령 축구 경기에서 오른발잡이 선수가 발의 안쪽으로 공을 찼을 때, 오른쪽은 공기의 압력이 커지고 왼쪽은 작아지게 된다. 따라서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작용하며 공이 휘어지게 되는 것이다.

마그누스 효과는 유체의 속도가 증가하는 곳의 압력이 감소한다는 ‘베르누이 법칙(Bernoulli’s theorem)’의 한 예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공이 유체 내를 회전할 경우 공이 회전하면서 주위의 일부 공기를 끌고 가게 된다. 이때 공의 내부에서 공기의 흐름을 본다면 공기 입자가 사방에서 움직여 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공의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면의 저항력은 공기 흐름을 방해한다. 반면에 반대쪽에서는 공기의 유속을 증가시킨다. 스위스의 과학자인 ‘대니얼 베르누이(Daniel Bernoulli)’가 발견한 이 법칙은 액체 혹은 기체 상태에서 물체의 속도가 증가하면 그 물체가 유체로 받는 압력이 낮아지고, 반대로 물체의 속도가 감소하면 압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규명한 것이다.

만약에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마그누스 효과를 이해하는 제대로 체험해 보고 싶다면 최근 개막한 2021 프로야구를 관전해 보자. 앞에서 언급한 축구의 바나나킥만큼이나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도 마그누스 효과로 인해 생기는 현상들을 목격할 수 있다. 축구나 야구 모두 스포츠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야구는 손으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발로하는 축구보다 훨씬 정교하다. 따라서 야구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마그누스 효과가 반영된 투구를 볼 수 있다.

마그누스 효과가 반영된 투구라면 투수가 공을 던졌을 때 위로 살짝 떠 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이나 아래로 뚝 떨어지는 커브, 또는 좌우로 휘는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를 들 수 있다. 라이징 패스트볼의 경우 투수가 일반적으로 직구를 던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강한 힘을 주어 공을 던지면 백스핀(back-spin)이 걸리면서 직선으로 오던 야구공이 타자 앞에서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서 살짝 위로 뜨게 된다.

반면에 백스핀이 아닌 톱스핀(top-spin)을 걸어 던지는 투구는 공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회전을 주기 때문에 직선으로 나아가다가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여기에 중력의 힘까지 더해져 공은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진다. 슬라이더처럼 좌우로 회전하는 공은 사이드스핀(side-spin)이 걸렸을 때 나온다. 사이드스핀이 걸린 공은 회전축이 지면과 수직을 이루기 때문에 축구의 바나나킥과 비슷한 원리로 공이 회전하면서 휘어지게 된다.


마그누스 효과를 활용한 선박 ‘로터 세일 쉽’

마그누스 효과가 비단 스포츠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산업계에서도 이 물리학 법칙을 이용하여 선박을 운항하고 에너지 발전 설비를 만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한 선박은 지난 1920년 독일에서 건조된 ‘바덴바덴(Baden-Baden)’이다. 이 선박은 풍력의 도움을 받도록 설계되었지만, 돛이 아니라 원기둥 형태의 회전자인 로터(rotor)가 장착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굴뚝처럼 생긴 원기둥이 선박 위에 세워져 있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런 형태의 선박을 ‘로터 세일 쉽(rotor sail ship)’이라고 한다.

선박이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면 로터가 바람을 맞으며 회전하게 되는데, 이때 마그누스 효과로 인해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휘어지면서 앞으로 직진하는 힘이 발생한다. 선박은 이 힘을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돛만을 사용했던 과거의 범선처럼 100% 풍력으로만 선박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선박이니만큼, 주요 동력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일부 에너지를 풍력으로 보전한다는 의미다.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방식이었던 이 로터 세일 쉽은 배의 선미와 후미 부분에 하나씩의 로터 세일을 장착한 채 남아메리카에서부터 뉴욕까지 장거리 항해를 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했지만, 안타깝게도 1931년에 폭풍을 만나 좌초되었다.

▲ 마그누스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초창기 로터 세일 쉽 (출처: 위키피디아)

바덴바덴호가 사라진 이후에도 3개의 로터가 달린 ‘벅커(Buckau)’호가 건조되면서 로터 세일 쉽이 다시 등장했지만, 화석연료가 선박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뒤떨어지게 되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처럼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마그누스 효과를 활용한 선박이 최근 들어 업계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환경 문제 때문이다. 풍력을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화석 연료를 그만큼 줄일 수 있어서 에너지 비용 절감은 물론 환경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돛의 경우는 부피가 크고 관리가 어려운 반면에, 로터 세일은 굴뚝 모양의 기둥 형태다. 그만큼 관리가 쉽고 크기도 작기 때문에 현대적 선박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풍력에 시선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한편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한 풍력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프로젝트도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다. 태풍까지도 풍력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원으로 삼는 해당 풍력발전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풍기처럼 생긴 풍력발전기와는 매우 다르게 생겼다. 날개가 아닌 수직으로 3개의 원통형 블레이드가 달려 있는데, 이 원통형 블레이드는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회전을 하면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태풍까지도 풍력발전으로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이제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을 보니 앞으로 지구촌 에너지 전환에 새롭게 불어올 바람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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