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뉴턴(Newton)과 라이프니츠(Leibniz)는 물체의 위치나 물리량의 시간에 대한 변화나 위치에 대한 변화를 기술하기 위하여 순간변화율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운동 법칙과 질량 보존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 등의 물리 법칙이 정립되었다. 그 이후 야코프 베르누이(Jacob Bernoulli),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 달랑베르(d’Alembert), 오일러(Euler), 라그랑지(Langrange), 푸리에(Fourier) 등이 이들 물리 법칙들을 결합하여 물리적 현상을 기술하였다. 이는 미지의 함수와 그 도함수, 그리고 이 함수들에 관계된 여러 변수들에 대한 방정식으로서 '미분방정식'이라 불린다. 미분방정식은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표현하려는 도구로서 활용되어 왔으나, 현대에는 컴퓨터 그래픽, 기상 예측, 감염병 확산 예측 등에도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미분방정식이란?

일반적인 방정식은 위와 같은 형태이며, 미지수 x에 들어갈 해를 구한다. 하지만 미분방정식은 아래와 같이 형태가 다소 다르다.

 * y''은 y라는 함수를 두 번 미분했다는 것이고, y'은 한 번 미분했다는 뜻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수식에 x 대신 y가 들어가 있고 미분을 뜻하는 프라임(') 표시가 있다. 일단 변수로 y가 들어간 것은 y가 '미지수'가 아니라 '미지함수'라는 의미다. 즉, 미지의 함수를 구하는 것이 미분방정식의 목적임을 알 수 있다.

미분방정식은 미적분 계산이 되는 함수를 변수로 간주하는 방정식 즉, 함수 그 자체를 미분하여 결과를 도출한다. 함수를 미분한다는 것은 물체의 가속도(그래프에서 기울기) 등과 같은 특정 지점에서의 물리량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미분방정식을 사용하면 자연 현상에 대한 분석과 예측에 매우 유용하다.


미분방정식의 종류

미분방정식은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기본적으로는 미분과 관련된 변수가 하나이면 '상미분방정식', 두 개 이상이면 '편미분 방정식'이라 부른다. 이후 컴퓨터의 발전에 따라 '수치적 근사 풀이법'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이 되었고, 이어서 확률적 현상을 기술하는 확률 미분방정식과 생물학적 현상을 기술하는 연립 미분방정식이 개발되었으며, 최근에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의 일종인 심층학습(Deep learning)을 이용한 미분방정식 풀이법의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분방정식으로 파동방정식, 나비에(Navier)-스토크스(Stokes) 방정식, 맥스웰(Maxwell) 방정식, 슈뢰딩거(Schrödinger) 방정식을 들 수 있다. 파동방정식은 현악기에서 현의 떨림을 표현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음향학, 전자기학, 유체역학 등에서 나타나는 음파와 전자기파, 수면파 등을 기술할 수 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우리가 흔히 보는 물, 공기와 같은 유체의 흐름을 나타낼 수 있는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은 2000년에 클레이 수학 연구소에서 제시한 7개의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로 3차원에서 해의 존재성과 해가 있다면 얼마나 매끈한지에 대한 문제이나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 클레이 연구소는 문제 하나당 푸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를 수여하겠다고 발표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전자기학에는 전기와 자기를 함께 기술하는 4개의 방정식이 있는데 이를 통틀어서 맥스웰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원자 내에서 움직이는 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파동 방정식으로, 전자의 운동이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나타낸다.


영화 CG에서 활용되는 미분방정식

미분방정식은 영화에서도 활용된다. 해일이 도시를 덮친다든가, 커다란 화염과 같이 실제 장면을 촬영을 할 수 없는 가상적인 상황이나 매우 위험한 장면에서는 실제 촬영보다는 미분방정식을 풀어서 나온 해를 시각화 시켜 실감 나는 영상을 만들어 낸다. 특히 유체를 보다 정교하게 표현하기 위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과 같은 미분방정식은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이 방정식은 기본적으로 유체의 운동을 기술하지만, 영화에서는 '레벨 셋(Level Set)'이라는 개념을 추가적으로 결합해 더욱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레벨 셋이란 유체가 움직일 때 공기와 맞닿은 부분의 변화, 유체에 뜬 물체의 이동과 같은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공기와 물, 물과 물체 사이의 경계를 표현하는 개념이다. 영화의 특수 효과에서 이런 계산을 이용하며, 그중에서 아주 흥미진진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구현된 유체의 계산을 「해리포터와 불의 잔」, 「캐리비안의 해적」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레벨 셋 예시, 상단의 2차원 영역은 하단의 3차원의 함수의 단면이다.

레벨 셋은 수학적으로 경계의 형태를 묘사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서 연속에서 불연속으로 진행되는 현상을 다루는 문제를 그 영역의 차원을 높여서 접근한다. 쉽게 말해서 2차원 현상을 3차원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뜻이다. 이 방법은 2차원 곡선의 형태가 어떤 3차원 물체의 수평 단면의 경계와 일치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즉, 위 그림의 상단처럼 점점 연속성이 줄어드는 2차원 영역을 하단처럼 3차원 함수의 단면으로 본다. 그렇다면 3차원 함수가 아래로 연속적으로 가라앉지만 2차원에서 보면 두 영역이 서로 분리되는, 불연속 영역이 된다. 따라서 불연속적으로 보이는 변화도 차원을 높여서 접근하면 연속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차원을 하나 높여서 연속적인 함수의 움직임을 계산하면, 그 결과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단면만 잘라내어 서로 연속되지 않은 여러 부분들의 값을 각각 구할 수 있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혁신적인 발상이다.

이 함수를 이용하면 불이 타오르는 모습까지도 실감 나게 계산해 낼 수 있다. 불도 기체(유체)이기 때문에 압력 차이에 따라 상승하는 모양과 불길이 서로 나뉘는 경계까지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전에 육안으로 봤던 불길을 단순히 묘사할 때보다 훨씬 정교한 움직임의 불길을 재현할 수 있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용이 뿜어내는 화염이 실제로 우리가 보는 것만큼 실감 나게 보이는 것은 유체를 다루는 미분방정식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 '방정식'으로 만든 파도…CG 기술에 숨은 수학 (출처: YTN 사이언스)

그러니까 영화 CG란 단순히 그림을 그리듯이 임의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미분방정식의 해를 시각화시킨 결과물인 것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는 영화의 제목답게 물이 핵심적인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 볼 수 있는 물의 다양한 움직임들 역시 실제 물의 모습을 찍은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 필요한 물의 움직임을 계산해 내서 만든 CG이다. 얼마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던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겨울 왕국」에서는 탄성(elasticity)과 소성(plasticity)을 다루는 방정식을 이용하여 휘날리는 눈보라를 컴퓨터로 계산하고 이를 시각화하였다.


실생활 속에서 활용되는 미분방정식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미분방정식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는 기상 예측에서는 현재의 기상 관측 데이터를 갖고서, 과거의 유사했던 상황을 비교해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것이 주를 이루기는 하나,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열 방정식, 부시네스크(Boussinesq)방정식 등을 사용하여 대기의 흐름을 계산하고 복사전달 방정식을 만들어 구름의 두께를 측정한다. 구름의 두께를 알게 되면 특정한 지역의 강우 여부, 강우량, 일조량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 2009년 8월, 미 항공 우주국(NASA)이 전 세계 구름의 광학적 두께를 측정한 것으로, 상단이 컴퓨터로 실시한 모의 실험이고, 하단은 실제 관측 결과인데 두 자료가 상당히 비슷하다. (출처 : NASA)

미분방정식은 TV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의 눈은 일반적으로 초당 24프레임 이상의 영상을 볼 때 이를 연속적인 장면으로 느낀다. 기본적으로 TV 방송은 30프레임 수준으로 데이터를 송출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보는 LCD TV들은 1초당 120 또는 240프레임까지도 보여 준다. 이렇게 프레임을 늘리면 보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1초당 30프레임을 받아서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는 여러 기술들이 있는데 가장 발전된 방식은 '광학흐름 추정'이라는 것이다. 일단은 30프레임을 가지고 60프레임을 만드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 30프레임의 중간중간에 추가 프레임을 삽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슈퍼맨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재빠르게 날아가는 영상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화면에서는 슈퍼맨이 왼쪽에 있고, 다음 화면에서는 오른쪽에 있는데 그 중간의 영상은 무엇이냐는 문제가 주어진 것이다. 우리가 수학적으로 접근을 하면 함수 F1과 F2가 있고 그 중간은 이 둘을 더해서 2로 나누면 가장 알기 쉽게 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슈퍼맨 영상의 두 프레임을 단순히 더한 다음에 반으로 나누면 어떻게 될까? 정작 가운데에 있는 슈퍼맨은 없고 왼쪽과 오른쪽에 희미하게 두 슈퍼맨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중간 영상은 말 그대로 슈퍼맨이 왼쪽과 오른쪽 사이의 가운데 부분에서 날아가는 영상이다.

실제로 많은 동영상에서 이런 중간 단계를 삽입한다는 것은 즉, 그 동영상 속 물체의 움직임을 잘 분석해서 만들어 내야 한다는 뜻이다. 광학흐름 추정 미분방정식을 사용하면 1초당 30프레임의 데이터를 60프레임까지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고, 같은 방법으로 다시 120프레임 더 나아가서 240프레임까지 늘리기도 한다. 광학흐름 추정 미분방정식은 자연현상을 기술하기 위한 미분방정식이 아니고 인간이 만든 기계를 위해 개발된 미분방정식인 것이다.

편미분 방정식은 안경의 누진 렌즈 설계에도 사용된다. 나이가 들수록 노안이 와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데, 누진 렌즈를 사용하면 서로 다른 배율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동하여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한 렌즈에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구면을 결합해야 하는 설계자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구면의 곡률 차이 때문에 시야가 왜곡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러한 현상은 옆으로 혹은 위아래로 구면을 압축하는 방법으로 줄일 수 있다. 렌즈 구면상에서의 곡률 반경에 관한 미분방정식을 만들고 이를 풀어서 렌즈의 최적 형태를 찾아 누진 렌즈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 예측 및 방역 정책 효과 분석에 수리 모델링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감염성 질병의 역학을 분석하는 기본 모형은 접촉자, 밀접접촉자, 확진자, 격리자, 격리 해제자 그룹 사이의 연립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된다. 이 미분방정식은 감염전파율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감염 전파 변화율을 미분방정식의 계수로 가지고 있어서 이를 변화 시켜 가며 다양한 경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확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현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건국대, 부산대, UNIST 등에서 수리생물학 연구자들이 수리모델을 만들어 연구를 수행 중이며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미분방정식의 응용으로 놀랍도록 발전하고 윤택해지고 있다. 미분방정식의 무한한 잠재력이 또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지 기대된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