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어린이들은 멋진 가발을 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낸다고 합니다. 저소득층 암 환자 아이들을 위한 모발 기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길러온 머리를 잘라내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법. 이번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에서는 암 환자 어린이들을 위해 딸과 함께 긴 머리를 잘라 기증한 ‘모발 기부천사’ 중소형 제조기술센터에 김희애 프로를 만나보았습니다.


암 환자 어린이를 위한 머리카락 기부 캠페인, ‘어.머.나 모발 기부’

어른조차 견디기 힘든 항암 치료를 이겨내는 어린 암 환자들. 특히 백혈병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삭발까지 하게 되면 주의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가발은 암 환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라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지난해부터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어’린 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봉사활동인 ‘어머나’ 모발기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임직원들에게 기부 받은 머리카락은 저소득 가정 환아의 가발 지원에 활용됩니다.

▲ 딸과 함께 ‘어.머.나 모발 기부’에 참여한 김희애 프로

‘어머나’ 모발 기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25cm 이상의 자르거나 빠진 모발을 모아서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딸과 함께 모발 기부를 해온 임직원이 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중소형제조기술센터의 김희애 프로. 오랫동안 길러온 머리카락이었지만 암 병동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냈고, 6살인 딸 이환희 양까지 모발 기부에 동참하며 모녀는 나란히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김희애 프로가 모발 기부 활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어머나’ 활동을 시작한 직후였습니다.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던 끝에 얼마 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

“막상 자르고 보니 머리 감을 때 시간이 단축되어서 좋더라고요. 주변의 반응도 좋은 편이에요. 동료들이 ‘지적인 이미지로 보인다’고 칭찬해 주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모발 기부를 다들 어렵게 생각하시는데, 꼭 잘라서 보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서 보내도 되거든요. 저도 이 사실을 알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꼭 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관심을 갖는 동료들도 많더라고요.”

사실 김희애 프로가 모발 기부를 선택한 사연에는 8년 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의 존재가 있었습니다. 트레이드마크처럼 항상 긴 생머리를 유지해온 김희애 프로가 단발머리를 한 것은 지금이 두 번째입니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단발머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어머니께 보여드리기 위해 머리를 잘랐던 것이 생애 첫 단발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입원해 계실 때 소아암 병동과 복도를 같이 썼어요. 그래서 3개월 정도 어린 암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죠. 아이들은 ‘우리 얼른 나아서 멋진 가발 사러 가자’라는 말에 기운을 내서 힘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곤 하더라고요. ‘어머나’ 모발 기부를 보고는 그때 봤던 어린 암 환자들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모발 기부를 결심한 김희애 프로. 그런데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딸 이환희 양 또한 선뜻 모발 기부에 함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외할머니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에게 가발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는 이유에서 참여를 결심한 것입니다. 평소 ‘공주’나 ‘요정’을 좋아해서 긴 머리를 고수하는 딸이었기에 김희애 프로의 감동은 더 컸다고 합니다. 그렇게 딸과 엄마는 암 환자 어린이들을 위해 소중한 머리카락을 자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아서 머리카락은 건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거든요. 길기도 꽤 길어서 30cm 정도 잘라냈는데 짧은 단발은 아니죠? 아이들이 건강한 머리카락으로 만든 예쁜 가발을 쓰는 모습을 생각하며 힘내서 치료받았으면 하고, 빨리 나아서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일상을 즐기는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가족과 함께 참여해 뿌듯함과 행복은 두 배로!

지난해 결혼기념일, 김희애 프로는 남편과 함께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도 신청했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들어하는 혈액암 환자들을 위한 결심이었습니다. 김희애 프로는 이 활동을 ‘봉사’보다는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표현합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이나 모발 기부 모두 어머니가 투병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심하게 된 활동이에요. 마음을 먹은 지는 오래 전인데, 이제 차츰차츰 행동으로 옮기고 있네요. 더 기쁜 것은 조혈모세포 기증에는 남편이, 모발 기증에는 딸아이가 흔쾌히 함께해 주었다는 거예요. 가족들이 어머니를 생각해 준다는 마음에 더 기뻤어요.”

김희애 프로 부부는 사내 사회공헌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외계층 청소년들과 체험활동을 함께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기억은 오랫동안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사내 사회공헌 활동 중 미혼모 시설에서 합동 돌잔치를 열어주는 활동이 있었는데 남편이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줬어요. 좋아하는 노래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뜻 깊은 것 같더라고요. 사실 남편과 사내 부부인데, 뮤지컬 동호회를 통해서 만났거든요. 나중에는 꼭 남편과 같이 노래 봉사에 참여해 보고 싶어요.”

조혈모세포 기증을 ‘봉사’가 아닌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표현한 김희애 프로. 그는 가족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며 따뜻함으로 마음을 채워나가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딸과 함께 기부한 머리카락도, 부부가 함께 기증한 조혈모세포도 병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