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란 말을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이라도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는 과학자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의 이야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뉴턴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매일 경험하는 힘과 운동에 대해 설명하는 ‘관성, 힘과 가속도, 작용ㆍ반작용의 법칙’을 확립하였다. ‘관성의 법칙’은 뉴턴의 운동법칙 중에서도 ‘제1법칙’이다. 외력이 없을 경우 물체는 항상 등속직선운동 상태, 즉 일직선을 따라 같은 속력으로 움직이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법칙이다. 즉,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힘을 받지 않으면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운동하는 물체는 같은 방향과 속력으로 계속 운동한다.


버스가 움직이고 멈출 때 느껴지는 관성의 종류는?

▲ 버스가 급출발 할 경우, 탑승객들은 버스의 진행 반대 방향으로 ‘정지 관성’의 영향을 받는다.

버스에 탑승할 때, 우리는 온몸으로 정지 관성과 운동 관성을 경험할 수 있다. 일단 버스를 타고나면 정차상태에서 ‘부웅~’하고 출발하게 된다.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 승객들의 몸은 일제히 출발하는 방향의 뒤쪽으로 몸이 쏠리게 된다. 바로 버스의 진행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관성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누가 잡아당기는 것도 아닌데 버스에 탄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은 버스가 정지 상태 일 때 탑승객 역시 정지하고 있기에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성질인 ‘정지 관성’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 버스가 급정거할 경우, 탑승객들은 버스의 진행 방향으로 ‘운동 관성’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한편, 버스가 갑자기 멈출 때 우리는 모두 버스 앞쪽으로 몸이 쏠리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버스의 진행 방향으로 작용하는 ‘관성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즉, 버스가 운동하는 동안 버스에 탑승한 우리도 같이 운동하고 있었기에 버스가 멈추더라도 계속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운동 관성’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생활 속 관성력이 적용되는 순간은?

관성은 버스를 탔을 때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는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달리기 시합을 하다가 결승선에서 바로 멈추지 못하는 것도 바로 관성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서도 관성력을 느낄 수 있다. 버스가 수평방향으로 출발해서 등속으로 가다가 멈추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엘리베이터는 수직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차이만 있을 뿐 역시나 출발해서 등속으로 움직이다가 멈추게 되는 것을 반복한다.

▲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때 속력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위와 같이 나타나게 된다.

엘리베이터가 정지 상태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또는 움직이다가 정지할 때 살짝 울렁거리는 느낌이 날 때가 있는데, 우리의 몸무게가 관성 때문에 변한 것을 느낀 순간인 것이다.


중력=무게!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면 몸무게가 변한다고?

우리는 지구상에 살기 때문에 무조건 중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중력’이 바로 ‘무게’이다. “몸무게가 얼마나 되십니까?”라는 질문을 “지구가 얼마의 힘으로 당신을 당기고 있나요?”라고 바꾸어도 똑같이 실례되는 질문이 된다. 예를 들어, 필자의 몸무게가 40kg이라고 치자. 그럼 질량은 40kg, 몸무게는 40kgf가 된다. 질량은 달에 가도 변하지 않는 고유한 값이지만, 무게는 달에 가면 1/6로 줄어들게 된다. 즉, 지구에서는 1kgf=9.8N이므로 392N (40kg X 9.8m/s2)의 힘으로 지구가 필자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때 몸무게가 어떻게 변한다는 것일까?

① 엘리베이터가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할 때에는 버스가 급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진행 방향과 반대로 관성력을 받게 된다.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속에서는 진행 방향이 당연히 위쪽이니까, 아래쪽으로 관성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중력은 항상 지구중심 방향인 아래쪽이므로 관성력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어, 두 힘이 더해져서 몸무게가 평소보다 증가하게 된다.

② 반대로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할 때에는 진행 방향이 아래가 되고, 반대쪽인 위쪽으로 관성력을 받게 된다. 이때, 아래 방향으로 작용하는 중력에서 관성력 값을 빼면 두 힘의 차이만큼 몸무게가 가벼워지게 된다. ③ 만약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진다면 관성력이 중력만큼이나 커져 우리 몸에 작용하는 힘은 ‘0’인 상태 이른바 ‘무중력’ 상태가 된다.

이렇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몸무게가 변한다는 것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눈금 저울만 있으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5층 정도 되는 낮은 건물의 엘리베이터에서 실험을 해도 몸무게는 3kgf 정도 늘었다 줄었다 한다. 요즘은 고층 아파트도 많으니 고층을 오가는 고속 엘리베이터에서 실험한다면, 엘리베이터의 속력 변화가 크기 때문에 관성력이 더욱 커져서 몸무게가 더 많이 변한다. 63빌딩 정도의 고층건물의 엘리베이터에서 실험하면, 실험자의 질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성인이라면 대체로 10kgf 정도는 몸무게가 변할 것이다.

▲ 엘리베이터 정지상태 58kgf(좌), 상승상태 61kgf(중간), 하강상태 55kgf(우)의 체중계

위 사진은 필자가 5층 건물의 엘리베이터에서 몸무게의 변화 순간을 기록한 사진이다. 저울에 올랐을 때의 눈금 58kgf인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출발해서 올라갈 땐 약 61kgf로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확실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5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에는 55kgf로 몸무게가 감소한다. 바로 관성력에 의해 다이어트 없이 몸무게가 훅 줄어드는 순간이다.


관성이 작용되는 순간들 그리고 응용 기술들은?

우리는 관성이 작용하는 순간을 간단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동전과 카드 한 장만 있으면 관성 실험이 가능하다. 컵 위에 카드를 놓고, 그 위에 동전을 놓은 다음 카드를 손으로 튕겨내면 카드는 날아가도 동전은 정지 관성 때문에 잔 속으로 쏙 들어간다. 만약, 이 실험을 따라 하는데 동전과 카드가 같이 날아간다면 동전의 가격을 좀 더 올려 진행해보자. 동전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질량도 커지는데, 관성도 질량에 비례해 커지기 때문이다. 즉, 질량이 크면 작용하는 관성도 크다.

관성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IT기술에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각종 동작 센서들이다. 이 중 하나가 '중력 센서(Gravity sensor)'로, 중력의 방향과 강도를 감지하고, 측정한다. X, Y, Z 3축 즉 앞뒤 좌우 위아래 축을 기준으로 중력 가속도를 측정하는데, 우리가 핸드폰을 기울이면 각축에 측정되는 중력가속도가 변하기에 이를 감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이 가로나 세로 중 어느 방향인지, 또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기에, 우리가 스마트폰을 움직일 때 화면이 자동으로 가로 혹은 세로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 '중력 센서(Gravity sensor)'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기울이면 각 축에 대한 중력의 변화를 감지한다.

또 다른 동작 센서 중 하나인 '가속도 센서(Accelerometer sensor)'는 중력을 제외한 가속도를 측정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X, Y, Z 3축을 기준으로 측정된 가속도를 통해 스마트폰의 이동 속도 변화와 가해지는 힘의 세기를 감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걸음수를 측정하는 만보계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 자이로센서(Gyro sensor)는 시간당 회전속도를 감지하고, 측정한다.

이에 더해 '자이로 센서(Gyro sensor)'는 X, Y, Z 3축에 대해 각 방향을 기준으로 회전 속도를 측정하며, 이를 통해 스마트폰의 기울임 정도나 회전 등을 더욱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센서들 덕분에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GPS와 연동해 원활히 작동될 수 있고, 터널에서도 GPS에만 의존하지 않고 차량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관성의 법칙은 중력만큼이나 너무나 잘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리 법칙에서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버스와 엘리베이터 그리고 매일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 등 온 세상의 물건들이 움직일 때에는 늘 관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오늘은 우리가 이 물리 법칙을 활용함으로써 삶이 더욱 편리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