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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는 어머니나 기대감에 부푼 아버지가 초기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태아는 엄마의 몸 안에서 5개월만 지나도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태교에 좋은 음악이 하나의 장르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음악이 정말 아이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만약 실제로 도움이 된다면,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음악이 태아에게, 특히 사고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는 아마 음악적 재능을 갖춘 수많은 천재들로부터 나왔을 것이다. 양자역학이 세상에 나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평소에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거나 작곡을 하며 연구 외 시간을 보냈다.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5살 무렵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아무리 바쁜 시기라 해도 음악은 언제나 곁에 있었다. 그는 스스로 음악과 함께 생각하고, 공상하며, 음악적 형식으로 삶을 본다고 말했다. 복잡한 문제를 만날 때마다 바이올린을 즉흥적으로 연주했으며, 음악을 통해 얻은 영감으로 지식의 지평을 넓혔다고 한다.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영국의 작가 코난 도일이 쓴 추리소설의 주인공 셜록 홈즈 역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할 만큼 상당한 바이올린 실력을 갖고 있다. 아마 그가 얼마나 완벽한 사고력의 소유자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미국의 수학자이자 하버드대학교에 역대 최연소 정교수로 임용되었던 노암 엘키스는 성악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였고, 바흐와 감히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음악성을 갖추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쯤 되면, 수학이나 과학을 잘하는 사람일 경우, 음악에 충분한 재능을 보여야 하며 반대로 음악을 먼저 열심히 배운다면 이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소망도 고개를 든다. 사실 여부 검증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바인대학교 연구팀은 어린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만 피아노를 가르쳤다. 4개월 뒤 수학 문제를 풀도록 했는데, 놀랍게도 피아노를 배웠던 아이들이 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었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악보 위 음표와 쉼표를 보던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시공간의 수학적 사고력을 기른 건 아닐까 하는 분석이 이어졌다.


수를 사랑하던 피타고라스의 음악적 발견

존재하는 숫자 하나하나마저 소중히 여기며 의미를 부여했던 남자가 있었다. 바로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였다. 모두가 그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만든 사람으로만 알고 있겠지만, 그의 위대함은 그보다 수학적 사고 과정의 발견에 있다. 그는 자연에 숨어있는 수의 패턴을 발견할 때마다 깊이 감동하며, 숫자야말로 진정한 만물의 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피타고라스에게 보이는 세상은 온통 수로 가득했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수로 이루어졌다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오직 수밖에 모르던 피타고라스에 대한 한 가지 일화가 있다. 그가 어느 날 어떤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따라 대장간 근처를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분명 평범한 망치질 소리였을 텐데, 그의 귀에는 경이로운 수학적 질서가 느껴졌다. 단단한 금속이 부딪히는 소음들이 각기 다른 음을 내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일종의 음악이었다.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망치 무게의 비율이 2:1인 망치를 함께 두드리면 높이만 다른 동일한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마치 우리가 현재 옥타브라고 부르는, 주파수가 두 배 차이가 나는 두 음 사이의 음정을 말하는 것 같았다. 무게 사이의 특정한 정수비에 따라 소리들이 어울리는 정도가 달라졌다. 듣기 좋은 소리가 있고, 귀를 막고 싶은 소음이 존재했다.

물론 이러한 일화가 사실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질량으로 음정의 차이를 정확하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피타고라스가 망치질 소리에 영감을 얻어, 적당히 떨리는 끈으로 다시 실험을 해보았다면 그럴싸하다. 베트남의 전통악기 중에 하나인 단 버우(Đàn bầu)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바로 줄이 하나뿐인 것이다. 별도의 복잡한 조작 장치가 없음에도 다양한 음으로 연주가 가능하며, 기본음보다 높은 진동수를 갖는 배음도 낼 수 있다. 아마 피타고라스는 이런 하나의 현을 갖고 있는 악기와 비슷한 장치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게 뭐든지 간에 현의 길이를 바꾸면, 그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게 되는데, 만약 이 길이가 정수비를 이룬다면 매우 조화롭고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이때 우리의 귀에 편안하게 들리는 소리는 협화음, 불편하게 들린다면 불협화음이라고 하며, 이건 일종의 수학적 질서라고 볼 수 있다.

▲ 악기 속에 숨어있는 수학 (출처: YTN 사이언스 유튜브 채널)

그는 협화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진동하는 현의 길이를 2:1, 3:2, 4:3의 비로 맞추었는데, 마침 여기 사용되는 숫자들의 합이 10이다 보니 무언가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비율이 3:2이면 완전5도라는 음정으로, 같은 비율로 계속 쌓아놓은 것을 ‘피타고라스 음률’이라고 부른다.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기타에서도 비슷한 원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 기타 줄의 양 끝을 기준으로 대략 1/2, 2/3, 3/4 지점에 프렛(Fret)이라는 주변보다 높게 돌출된 금속 부분이 있다. 여기에 기타의 줄이 닿도록 하여 건드려주면, 그냥 칠 때보다 일정한 비율로 높은 소리가 난다. 수학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만들어지는 옥타브다.


피타고라스의 순정률부터 메르센의 평균율까지

당시 수학은 자연이 만들어진 원리나 조화로운 우주를 담고 있는 상징이었다. 이를 활용해서 만들어낸 협화음 역시 천상의 하모니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멀리 우주에서 보이는 천체들의 움직임도 당연히 수학이었으며, 동시에 음악이었다.

과거 지동설 대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천체나 행성들의 원운동은 각각의 독립된 형태가 아니었다.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 대신 구 형태의 하늘에 식빵 속 건포도처럼 별이 박혀 있다고 믿어졌다. 그리고 이 천구가 회전하면서 거기 놓인 별들이 함께 도는 것이었다. 일종의 레코드판처럼 보였다. 실제 평평한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넣고 돌리면 소리가 나듯이, 천체들의 유기적인 운동도 소리가 날 것으로 여겨졌고, 만약 실제로 잘 어울리는 하모니가 우주에서 만들어진다면 수학적으로도 우아하게 맞아떨어질 것 같았다.

즉, 지구를 중심으로 원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성들의 속도와 간격은 음악적으로도 동일한 패턴으로 소리를 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지구에서 정한 순서대로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에 상응하는 소리를 찾아낼 차례였다. 천체 각각의 고유한 운동에 따라 도, 레, 미, 파, 솔, 라, 시라는 고유한 음을 만들었고, 여기서 수학적 사고와 천문학을 기반으로 한 서양 음악 이론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7세기 독일 천문학의 혁명을 이끌었던 요하네스 케플러는 음악과 수학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그는 실제 천체가 움직이는 운동이나 내는 소리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운동의 근본이 되는 원리라고 주장했다.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그는, 천구로부터 오는 음악을 너무 사랑하면서도, 지구 중심을 넘어 코페르니쿠스의 견해였던 태양 중심적 사고를 이해했다. 여기서는 태양계 모든 행성들이 오직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행성 간 배열이나 운동이 꽤 많이 달라졌다. 태양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달도 빠져버리게 되니 7개의 음을 만들어내기엔 행성의 숫자도 모자랐다. 기존과 다른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수학자 ‘마랭 메르센’ (출처: 위키피디아)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는 마랭 메르센이라는 수학자가 있었다. 그는 파스칼의 정리나 파스칼 삼각형으로 유명한 블레즈 파스칼의 스승으로, ‘우주의 조화’라는 음향학 책을 썼다. 최초로 소리의 속력을 측정하거나, 현의 진동에 대한 실험으로 피타고라스의 주장을 입증한 장본인도 그였다. 사실 피타고라스가 만든 음률은 음정의 진동수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피아노 건반을 보면 음의 배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반음 간격으로 배열하면 12개의 음이 나열된다. 각 음 사이의 비율을 유리수로 설정해서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 음률을 순정률이라고 하며, 최초로 순정률을 이론적으로 접근한 것이 바로 피타고라스 음률이었다. 하지만 이 음률에서는 각각 음들이 동일한 간격으로 놓여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 겹쳤을 때 완전한 옥타브가 만들어지지 않아 불협화음이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고자 나선 이가 바로 위대한 메르센이었다.

한 옥타브를 12개의 똑같은 반음으로 나누어, 진동수가 거의 무리수의 배가 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어느 조성에서도 모든 음이 동일한 음정을 갖게 되며, 변조가 매우 자유롭게 된다. 평균율은 이렇게 탄생했다. 독일의 작곡가 바흐도 음과 음을 조합할 때 이걸 사용했다. 철저히 수학적 구조와 패턴을 기반으로 수많은 명곡들을 작곡한 것이다. 물론 평균율도 아쉬운 점은 있다. 사실상 일부를 제외하면 완전한 협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정률만큼 아름다운 하모니가 나오지는 않는다. 순정률에는 꽤 좋은 완전5도와 함께 조금 아쉬운 완전5도가 공존하는데, 평균율에서는 모든 완전5도가 동일하다.

쉽게 비유하자면, 수제 크로켓를 만드는 작은 가게의 크로켓 맛은 제빵사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정말 맛있을 때가 있고,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는 늘 안정적으로 일정한 맛의 크로켓을 제공하는 격이다. 보통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에, 요즘엔 대부분 평균율 조율로 작곡되며, 가끔 소규모 악단에서만 순정률을 쓴다. 메르센은 그 외에도 음높이를 진동하는 현의 길이, 질량, 장력과 연결 짓는 이론을 그의 저서 ‘일반 화성론’에서 제시했는데, 이들 간의 상호 관계를 나타낸 것을 ‘메르센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우주의 조화로운 수학적 하모니를 만들어낸 음악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들의 운동에서 음악의 원리를 적용하려고 했던 케플러는 이미 행성들을 관측하는 과정에서 원이 아닌 타원 궤도를 돈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기에 더불어 천구라는 하늘의 구체가 도는 대신, 행성이나 별 자체가 운동하고 있다는 것도 확신하게 되었다. 원 궤도가 아니라면, 이제 태양과 행성 사이의 거리는 가장 가까운 근일점과 멀어지는 원일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행성들의 속력은 가까워지면 빨라졌고, 멀어지면 느려졌다. 태양을 기준으로 행성들이 움직임을 비교해보니, 근일점과 원일점에서 나타나는 행성들의 속도가 달랐다.

즉, 같은 시간 동안 태양과 행성을 연결하는 선이 지나가는 면적이 늘 일정했던 것이다. 또한, 케플러는 이러한 천체의 관계 사이에서 음악적 비율을 발견하고자 애썼다. 행성들의 회전속도를 각각 구해서 순정률의 비율로 환산하면 태양계 전체의 운동에 대한 조화로운 음정이 나올 것이라고 믿었다. 아쉽게도 경이로운 천체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진 못했지만, 음악과 수학을 접목한 새로운 발상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행성 운동에 대한 법칙들은 현재까지도 역사적인 성과로 손꼽힌다. 특히,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이 그 행성의 타원 궤도 긴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그의 세 번째 법칙에는, 조화의 법칙이라는 지극히 음악적인 이름을 붙게 되었다. 향후 그의 업적은 만유인력의 법칙까지 이어지니 음악이 수학과 과학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이 막대하다고 볼 수 있겠다.

꽤 오래전부터 수학의 핵심 키워드는 음악이었다. 불새’와 ‘봄의 제전’이라는 독창적인 음악으로 음악계를 완전히 뒤집었던 현대음악의 거장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음악 속에 수학적인 연결고리가 있다고 믿었다.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기존의 음악과 접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은 마치 참신한 법칙을 발견하기 위해 셀 수 없는 모험을 벌이는 수학자들과 비슷했다.

오페라를 싫어하던 뉴턴조차도 따로 음악을 연구했으며, 색상의 스펙트럼을 정의하기 위해서 음계를 사용했다. 수학자 오일러는 휴식 시간을 항상 음악과 함께 보냈으며, 음정과 화음에 대한 고민은 ‘오일러의 수 이론’으로 이어졌다. 물론 세계적인 과학자나 수학자들이 악기 연주를 즐긴다고 해도, 음악과 수학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음악이 수학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수학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음악과 수학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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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lsueo@gmail.com says:

    아쉽게도 피타고라스 음율을 만드는 과정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네요. 제가 좀 보완해서 설명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주파수를 반으로 줄이거나 두 배로 높이더리고 그것은 같은 음이라는 가정을 합니다. 주파수가 1.5배(3/2)인 5도 음으로 계속 올라가면 주파수가 계속 커지므로 1/2로 낮출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음에서 출발하여 주파수를 1.5배 하면 솔음이 됩니다. (도 -1.5-> 솔)
    솔음을 1.5배하면 레음이 됩니다. (솔 -1.5-> 레)
    레음을 1.5배하면 라음이 됩니다. (레 -1.5-> 라)
    라음을 1.5배하면 미음이 됩니다.
    미음을 1.5배하면 시음이 됩니다.
    시음을 1.5배하면 파#가 되는데 이것을 12회 계속 한 것의 결과를 처음부터 나열하면
    도 솔 레 라 미 시 파# 도# 솔# 레# 라# 파 도
    즉, 12개의 음을 거쳐서 다시 도로 돌아 온다.
    이것을 음의 높이 순으로 나열하면
    도 도# 레 레# 미 파 파# 솔 솔# 라 라# 시 도
    가 된다.
    이것이 피타고라스 음율을 만드는 방법이다. 물론 제일 마지막 도는 처음 출발할 때의 도에 비해 1.5의 12승, 즉 129.75배가 되었는데 실제로는 7옥타브 위에 있으므로 2의 7승과 일치해야 하지만 2의 7승은 128로서 129.75와는 약간 다르다. 그래도 얼추 비슷하다. 그러나 1.36% 만큼 다르다. 이 차이를 파타고라스 콤마라 부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음을 위와 같이 만들지 않고 도음의 4도가 파이므로 도음의 4/3배를 해서 직접 구해버린다. 그리고 역시 높은 도는 낮은 도의 2배로 해서 구한다. 이렇게 미봉책으로 처리한 것 때문에 피타고라스 음율은 결함을 가지는데 3도화음이 잘 안 맞고 전조도 매끄럽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