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바이러스가 옮을지 모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악수나 하이파이브 같은 인사, 승강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여는 일, 밥 먹고 이야기하는 일이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 돼버렸다. 그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지만, 커지는 불안감을 다 막지는 못한다. 사람이 살면서 아예 타인을 만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이런 세상에서 호출된 기술이 ‘비접촉-터치리스(Touchless) 기술’이다. 물건이나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공유 표면을 직접 만지지 않음으로써, 감염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크게는 NUI(Natural User Interface)를 위한 몸짓 및 음성 등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과 열 또는 이미지 등을 인식해 비접촉으로 작동하는 보안 기술, 로봇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동화 기술로 나눠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삼성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나 사람이 대행하는 서비스를 합해서 말하기도 한다.
비접촉-터치리스(Touchless) 기술은 코로나19 때문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화상회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그런 기술들을 안전한 생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데 엮었다.
제스처 및 음성인식 기술
컴퓨터를 사용할 땐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한다. 만약 우리가 쓰는 모든 가전제품이나 가구에 인공지능이 내장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명령해야 할까? 무언가를 만지지 않고 작동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제시된 방법이 바로 NUI다. 키보드나 마우스가 없어도, 무언가를 쓰기 위해 배우지 않아도 되는 인터페이스, 음성이나 몸짓을 이용해 쓸 수 있는 아주 쉬운 인터페이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한 AI 집사 자비스나, 맨손으로 홀로그램 화면을 움직이며 연구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스마트폰 터치 조작은 대표적 접촉식 NUI다. 코로나19 유행 속에 주목을 받는 제스처 인식과 음성인식 기술은 비접촉식 NUI로 분류된다. 목소리로 인공지능 빅스비를 통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면 굳이 손이 필요없다. 동작을 인식해 문을 열 수 있다면, 굳이 문에 손을 댈 필요가 없다. 맞다. 우리가 아는 자동문이 바로 동작 인식 기반 터치리스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울트라리프의 터치리스 엘리베이터 (출처: Ultraleap 유튜브 채널)
이미지 분석을 통해 손가락 움직임을 추적하고, 초음파를 발사해 손에 가상 감각을 전하는 기술을 가진 울트라리프(Ultraleap)는 몸짓만으로 조작 가능한 키오스크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개발했다. 가상 현실에서 손을 인식하고, 의료 현장에서 터치리스로 의료 영상을 제어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을 활용했다. 일본 후지테크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간단한 방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원하는 층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맥셀의 터치리스 디스플레이 (출처: Maxell 보도자료)
미국 심플 휴먼에서 판매하는 터치리스 자동 비누 디스펜서와 휴지통도 코로나19로 인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음성과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이 제품들은 개당 60달러, 휴지통은 개당 200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모두 품절 됐다. 더 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미 콜러에서 판매하는 터치리스 주방용 수도꼭지와 비데도 판매량이 전년 대비 8배 늘었다고 한다. 일본 맥셀에서는 공중에 떠 있는 터치리스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가상 홀로그램을 사용한 이 디스플레이는, 실제로는 화면을 만지지 않으면서도 화면을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생체 인식 보안 기술은 어떻게 터치리스 기술이 되었을까?
안면인식 기술은 점점 널리고 쓰이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문제도 야기했다. 주로 개인 정보 보호와 부족한 보안에 대한 문제다. 반면 환영받는 분야도 있다. 안면인식을 비롯한 생체 인식 보안 기술은 코로나19 시대에 안전을 지키는 기술로 쓰인다. 다양한 생체 인식 방법 가운데 지문이나 홍채가 아닌 안면인식이 더 많이 쓰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방법이 가지고 있는 인증 오류 문제도 있지만, 자신을 인증하기 위해 어딘가에 신체를 갖다 대는 일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BOON EDAM의 터치리스 게이트 솔루션 (출처: RoyalBoonEdam 유튜브 채널)
그렇게 만들어진 비접촉성이, 코로나19 시대에 강점이 됐다. ADT캡스에서 출시한 ADT 스마트패스는 인공지능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해, 출입자가 걸어서 지나가기만 해도 안면 인식 및 발열 측정, 마스크 착용 여부 까지 확인한다. 김포시 버스/지하철에 탑재된 아하 정보통신의 스마트패스는 발열 측정, 얼굴인식을 통한 마스크 착용 여부 확인 기능을 제공한다.
과거 자동문이 단순하게 움직임을 감지해 문을 여닫았다면, 최근 도입되는 자동문은 보안과 안전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솔루션이다. 미국 BOON EDAM에서 제공하는 터치리스 게이트 솔루션은, 한 사람이 들어갈 때마다 동작 인식, 안면 인식, 블루투스, 음성인식 기능을 모두 사용해, 불편한 절차나 기다림 없이 건물에 들어갈 수 있게 한다.
몇몇 국제공항도 이런 방법으로 운영된다. 항공 관련 정보기술회사 SITA 에서 개발 중인 생체인식기반 승객 탑승 솔루션에서는 안면 인식을 이용해 여권과 탑승권을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패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UAE 국영 항공사 에티하드 항공은 스스로 탑승수속을 하면서 건강상태도 체크할 수 있는 무인 단말기를 시범 운영 중이다.
미국 애플은 동작 인식을 통해 PC를 제어하는 기술과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정맥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떨어져 있어도 스마트 기기를 제어하고, 마스크를 써도 정맥 인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이런 기술은 계속 공중 보건을 위해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컴퓨터 모니터나 노트북 화면에 안면 인식 및 체온 측정 카메라가 내장되어서, 이용자 건강을 확인하고 보안을 지켜 줄지도 모른다.
로봇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동화 기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과 만나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하면 된다. 배달을 드론이 하고, 요리를 로봇이 하고, 신원 확인 및 물건 판매는 키오스크가 하는 식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같은 개인 기기는 필수다. 원격으로, 터치리스로 떨어져서 무언가를 조작하기 위해선 위생적이고 믿을 수 있는 개인용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8월, 미 아마존은 미 연방항공청(FAA)로부터 배송용 드론에 대한 운항 허가를 받았다. 중국 광저우에 오픈한 천새로봇식당은 접객, 음식 제조, 배송까지 모두 로봇이 전담하고 있는 식당이다. 뉴플로이에서 만든 출퇴근 관리 솔루션 알밤은, 사무실에 설치된 근거리 무선통신 기기 비컨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출퇴근을 체크한다. 본사 대신 근처 거점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아예 스마트폰을 터치리스 환경의 중심으로 놓으려는 시도도 있다. 이스라엘 소나렉스가 초음파 데이터 전송 기술을 이용해 만들고 있는 솔루션은 조금 흥미롭다. 엘리베이터나 자판기에 송·수신기를 장착하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버튼을 누르거나, 물건을 사는 일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을 모든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리모컨으로 쓰는 셈이다.
코로나19가 끝난 다음 터치리스 기술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보면 이미 있던 기술을 안전한 환경을 위해 엮은 것에 불과하다. 대유행이 지나고 나면 인기가 사그라지는지도 모르겠다. 달리 보면,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자동화를 조금 앞당겼다고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계속 쓰일까 말까를 판단하지 말고, 앞으로도 이 기술을 어떻게 안전하게 써야 할까- 그걸 고민하는 일이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