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9세 기혼 여성의 반 이상이 출산과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내놓은 '2016 일 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자녀가 어릴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는데 특히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43.9%로 남성 고용률 96.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연구 개발에서부터 제조, 영업, 구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여성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16년 3분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전체 직원의 30%를 넘어섰습니다.

13살, 8살, 4살 세명의 아들을 키우며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업무를 해내고 있는 워킹맘이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LCD Fab2팀 최선정 대리는 '여자는 강하고 엄마는 위대하다'는 걸 증명한 워킹맘 입니다.

최선정 대리는 1995년 LCD사업부로 입사해 어느덧 입사 22년차를 맞은 고참 사우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의 산 증인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LCD 생산라인의 환경안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최선정 대리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일에 열정적이고 헌신적입니다. 그러나 그녀에겐 비밀이 아닌 비밀이 있습니다. 엄마를 전사(戰士)로 만든다는 아들을 무려 셋이나 둔 엄마입니다. 22년차 현장 전문가, 15년차 주부이자 13년차 육아 베테랑. 화려한 프로필의 최선정 대리는 밝고 건강한 에너자이저의 모습이었습니다.

"대단하지도 않은데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건낸 그녀는 매일 아침 3명의 아이들과 전쟁을 치루는 지친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최선정 대리의 육아스토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첫 아이를 출산한 그해 회사는 적극적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독려했습니다. 불과 10년전 그녀가 입사하던 시기 여직원의 임신과 출산이 곧 퇴직이라고 여겨지던 시대와 비교했을 때 실로 놀라운 발전이었습니다. 당시 교대근무로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해야 했던 그녀에게 1년의 육아휴직은 그야말로 동앗줄 같은 존재였습니다.

1년의 육아 휴직 후 첫째는 삼성 어린이집 1회 입학생이 되었습니다. 당시 회사는 여성인력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회사 어린이집을 설립, 확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아침 일찍 등원이 가능하고 오랫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전무한 상황이었고 주기적으로 휴일근무도 해야했던 최선정 대리에게 토요일에도 아이를 돌봐주는 회사 어린이집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전쟁과도 같은 육아를 이어가고 있을 즈음 바라고 바라던 둘째가 찾아왔습니다. 부부는 당시 양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오롯이 두 사람이 맞벌이를 하며 육아를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임신의 기쁜소식에도 최선정 대리가 고민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갓난아기를 키우며 10년이 넘게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아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남편은 육아를 전담하기 위해 잠시 본인의 일을 접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태권도 사범으로 중학교 이후 하루도 운동을 쉰 적이 없던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말했을때 그녀는 눈물을 쏟았습니다.

"육아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하는 남편이 한없이 존경스럽고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또 한번의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최선정 대리의 몸에 이상에 왔습니다. 스트레스와 누적된 피로로 체중이 급격히 불면서 고지혈증과 초기당뇨가 찾아온 것입니다. 당시 의사는 그녀에게 반평생 아픈채로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할수도 있다고 경고 했습니다. 최선정 대리는 그 길로 회사 내 피트니스 시설을 찾았습니다. 다양한 유산소 근력 운동법을 코칭하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따라 그녀는 매일 새벽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퇴근후 아이들을 두고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매일 새벽 첫차를 타고 회사 체력 단련실에서 한시간씩 운동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채 반년이 되기도 전에 20킬로그램 가량 몸무게를 감량하며 건강 수치가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건강을 되찾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선물처럼 셋째가 찾아와 주었습니다. 최선정 대리는 다시 한번 임신과 출산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회사는 자율출퇴근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자율출퇴근제도는 직원 스스로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으로 하루 최소 4시간 이상 근무하되 여유 있는 날은 근무시간을 늘려 일주일에 총 40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우는 제도입니다.

최선정 대리는 자율출퇴근제도가 회사의 그 어떤 제도보다도 육아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의 업무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아침이나 오후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 등하원이나 병원에 데리고 갈때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할수 있어요"

내년이면 중학교에 진학하는 첫째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이제 제법 말귀를 알아듣는 4살 막둥이를 키우고 있는 최선정 대리는 아직도 퇴근후 또 다른 전쟁을 치루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든든한 배우자를 만났고 회사의 여러 제도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어 지금까지 경력 단절 없이 워킹맘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긴 시간 육아 히스토리를 들으며 굳이 묻지 않아도 그녀의 육아비결을 알수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확신 그리고 배우자에 대한 믿음이 그녀로 하여금 가정과 일 두마리의 토끼를 잡게한 비결이었습니다.

선정대리에게 후배 워킹맘들에게 남기고 싶은 당부의 말을 부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3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전쟁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서 깨달은 것은 아기를 돌보지 못하는 미안함 그리고 조급함은 조금 내려놓아야 겠더라고요. 또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은 편하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엄마와 아이가 모두 행복할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