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우리 곁을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제 외출하면 갑자기 올라간 기온으로 인해 열기가 확 느껴지면서, 눈이 부실만큼 강하게 햇볕이 내리쬐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낮에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태양의 ‘빛’ 덕분이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는 태양뿐 아니라 핸드폰과 TV, 모니터 등과 같은 수많은 디스플레이들도 ‘빛’을 내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은 무엇일까?
우리가 실제로 물체를 보고,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빛 즉, 광선 중에서도 ‘가시광선’이 우리 눈에 들어와서 망막의 시각세포를 흥분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시광선(可視光線, visible ray)’은 용어 그대로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으로, 가시광선의 파장은 380nm(나노미터, 10억 분의 1미터)에서 780nm의 범위이다. 가시광선의 파장이 짧은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보남파초노주빨’이 되는데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더 짧거나 길면 우리는 보지 못한다.
가시광선 중 보라색보다 더 파장이 짧은 광선을 자외선(紫外線, Ultraviolet ray, UV)이라고 부른다. 단어 그대로 보라색 바깥쪽이란 의미이다. 그리고 빨간색 가시광선 (610∼590nm)보다 파장이 더 긴 광선을 적외선(赤外線, infrared ray)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빨간색 바깥쪽을 말한다.
즉 자외선, 적외선이란 용어 자체가 파장의 범위를 설명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광선들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데, 햇빛을 받으면서 뜨겁다고 느끼는 건 바로 열작용을 주로 하는 적외선 때문이다.
햇빛에 의한 살균작용이 가능하고, 또 피부가 검게 타는 것은 화학작용을 하는 자외선 때문이다.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세포가 자외선에 의해 자극을 받아 정상보다 과도한 멜라닌 색소를 만들게 되면서 피부가 검게 타는 것이다.
자외선에도 A, B, C가 있다!
▲파장의 길이에 따라 나누는 자외선 A, B, C
파장에 따라 전자기파를 구분한 것처럼 자외선도 파장의 길이에 따라 자외선 A, B, C로 나누게 된다. 자외선 A보다는 B, 그리고 B보다는 C가 파장이 더 짧다. 가장 파장이 짧은 자외선 C는 거의 오존층에서 흡수되어 차단되기 때문에 지상에 도달하지 못하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외선 A와 B는 오존층을 투과해서 우리 피부에 영향을 주게 된다. 게다가 요즘은 오존층이 더욱 얇아지면서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는 자외선 양도 증가하는 추세라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자외선이 얼마나 센지 알려주는 ‘자외선 지수’
자외선 지수는 태양고도가 최대인 남중 시각 때 즉, 하루 중 해가 제일 높이 떠있을 때이다. 필자가 글을 쓰는 당일 기준으로는 낮 12시 29분이 되는데, 이때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 B(UV-B)의 복사량을 등급으로 구분해서 나타내게 된다.
피부의 표피까지 침투해서 피부를 까맣게 태우는 건 바로 자외선 B이다. 자외선 지수 2 이하는 자외선 복사로 인한 위험이 낮지만 9 이상은 태양에 노출 시 매우 위험해질 수 있고, 11 이상은 극도로 위험한 상태이다.
점점 자외선 지수가 높아지고 있으니 야외로 나갈 일이 있는 경우에는 자외선 지수를 꼭 확인하고, 피부 색소질환(기미, 잡티, 주근깨)과 피부암 및 백내장 등 관련 질환들의 원인이 되는 자외선으로부터 우리의 피부와 눈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자외선 지수가 10일 때는 햇볕에 노출 시 수십 분 이내에도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되도록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외출을 피하고 실내나 그늘에 머무르는 걸 권고하고 있고, 외출 시에는 긴 소매 옷, 모자,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외선 차단제를 정기적으로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 비타민D 생성을 방해한다? 답은 NO!
지금까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가 햇볕과 닿지 않아 비타민D 생성이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9 영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차단제가 피부의 비타민D 생성을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의 연구팀이 밝힌 바에 따르면 비타민D 생성을 억제하려면 얼굴이 하얘질 정도의 양을 수시로 계속 발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고 햇볕에 노출되면 화상, 노화, 피부암 등 위험이 따르지만 잘 바르면 안전하게 일광욕으로 비타민D를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얼굴은 우리 전체 신체 표면적의 약 9%밖에 안 되기 때문에 얼굴에 적정량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고 해서 비타민D 생성량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긴팔 옷을 입어도 일부 자외선은 섬유 올 사이사이로 투과가 되면서 비타민D가 생성될 수 있다고 했다.
창문 유리에서 햇빛을 쐬면 비타민D가 합성되지 않을까?
실내에서 햇볕을 쬐는 경우에도 비타민D가 충분히 합성이 될까? 외출을 못할 경우 이렇게 창문가에서 햇빛을 쐬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창문을 열고 햇빛을 쐬어야 의미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자외선 A, B, C 중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하는 것은 자외선 B이다. 자외선 B는 자외선 A에 비해 파장이 짧은데, 특성상 아파트나 건물 등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창문 유리를 투과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간다. 따라서 비타민 D합성을 위해서는 창문을 활짝 열거나 혹은 밖에 나가서 직접 햇빛을 쐬어야 한다.
유리를 투과하면 줄어드는 자외선의 세기
▲ 창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자외선A, B의 세기를 측정기를 사용하여 실험해보았다.
유리를 투과하면 자외선의 세기가 정말 줄어드는지 290~370nm 범위의 자외선 A, B를 감지하는 측정기를 사용해서 직접 실험해 보았다. 측정 실험을 통해 창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자외선 A, B의 세기는 차이가 확연히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밑에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빛이 창문 유리를 통과하게 되면 자외선A, B의 세기가 1063µW/cm2에서 257µW/cm2로 24.18%, 거의 1/4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창문을 열었을 때 자외선 세기(왼쪽), 창문을 닫았을 때 자외선 세기 (오른쪽)
자외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외선의 차단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수정체의 노화까지도 촉진되면서 백내장의 발병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백내장 발병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피부에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것이 아니라 햇빛에 노출될 때에는 우리 눈도 자외선 차단을 확실히 해주어야 한다.
▲자외선 측정기 센서를 각각 선글라스와 안경 렌즈로 막을 때 자외선의 세기가 1063µW/cm2에서 5 µW/cm2(선글라스 렌즈), 6 µW/cm2(안경 렌즈)으로 줄어들어 자외선 차단 효과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자외선 측정기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안경점에서 맞춘 안경의 경우 저렴한 렌즈를 사용했더라도 대부분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다. 오존층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점점 자외선의 강도가 세어지고 있으므로, 햇빛 노출 시에는 안경 혹은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꼭 필요하다.
피부암도 유발하지만 비타민 D도 생성시키는 자외선. 그야말로 병도 주고 약도 주는 두 얼굴의 광선이다. 자외선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알고 점점 강해지는 자외선에 현명하게 대처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