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사회가 많은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그중 하나는, 아직도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우리는 세계 최고의 IT 강국 중 하나다. 다른 많은 나라와는 다르게,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늘어난 인터넷 사용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전면적으로 시작된 원격교육과 재택근무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런 고민은 사라진다. 5G 네트워크가 가지는 초저지연, 초고속, 초연결성이란 특징은 ‘랜선 라이프’를 살기 위한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5G 시대를 열기 위해선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밀리미터파, 매시브 MIMO, 스몰셀, 빔포밍 등과 같은 통신기술에 있다. 밀리미터파는 초고속 통신을 위해 필요하고, 스몰셀은 밀리미터파의 단점인 짧은 커버리지를 보완하기 위해 설치하는 소형 기지국이다. 매시브 MIMO(Massive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는 기지국과 단말기에서 수십 개 이상의 안테나를 사용해, 데이터 전송량을 늘리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이 MIMO를 이용해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전파를 특정 방향으로 집중적으로 쏘는 기술이, 오늘 이야기할 빔포밍이다.
빔포밍이란 무엇인가?
왜 빔포밍이 핵심 기술일까? 먼저 뜻을 살펴보자. 빔포밍(Beamforming)은 단어 그대로 Beam과 Forming이 합쳐진 말이다. 레이저빔처럼 뭔가가 직선으로 길게 뻗어나간 모습을 빔이라 부른다. 포밍은 특정한 모습으로 뭔가의 형태를 잡아주는 일이다. 따라서 빔포밍이란 말은, 통신 주파수를 빔 모양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으로 이 기술을 시연한 사람은 190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브라운관을 만든 독일 물리학자, 칼 페르디난트 브라운이다. 1905년, 3개의 안테나를 이용한 위상 배열 안테나를 만들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전파를 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후 빔포밍 기술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위상 배열 레이더를 만드는 과정에서 쓰이며, 이론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빔포밍 기술은 레이더와 음파 탐지, 의료 이미지, 음향 등의 분야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다. 널리 쓰였지만, 일반인에게 익숙한 기술은 아니었다. 우리 곁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90년대에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동통신망의 통화/데이터 품질 개선을 위해 다중 안테나 기술(MIMO)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그와 짝을 이뤄 빔포밍 기술이 함께 퍼졌다. 다시 말해 빔포밍이 5G만을 위해 태어난 기술은 아니다. 이미 LTE와 와이파이에서 쓰이고 있다.
빔포밍의 간단한 원리
빔포밍이 가지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이렇다. 안테나에서 발사되는 전파는 360도 모든 방향으로, 원형으로 퍼진다. 그걸 한쪽으로 모아서, 필요한 기기 쪽으로 쏴준다. 사방으로 퍼질 전파를 한쪽으로 모으니, 힘도 세고 데이터도 잘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누군가는 이걸 원형 풍선을 양옆에서 힘줘서 눌러 타원형으로 만드는 형태로 설명하기도 한다.
다른 이미지는, 전파를 받을 기기가 있는 곳을 찍어서 전파를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낭비가 없다. 애당초 전파를 보낼 방향을 지정하려면, 수신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이더가 작동하는 원리를 거꾸로 사용하는 셈이다.
▲빔포밍 기술 원리 (출처: AstronNL)
실제 원리는 조금 다르지만 빔포밍이 필요한 이유는 같다. 우리는 전파 자원을 여럿이 나눠 쓰기 때문에, 360도로 퍼지는 전파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낭비가 심하다. 전파를 나누어 쓰는 방식은 보통 시분할(TDM)과 주파수분할(FDM) 방식을 이용한다.
많이 쓰이는 시분할 방식은 A가 한번 쓰고, B가 한번 쓰고 하는 식으로 전파 자원을 시간상으로 구분해 돌려쓰는 방식이다. 여기서 A와 B는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360도로 전파를 쏘면 A 한 명, B 한 명에만 가면 될 전파가 다른 방향으로도 아깝게 다 새 버린다.
이런 낭비를 막으려면, 먼저 수신자/수신기기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찾은 다음, 그쪽으로 전파를 집중해서 보내야 한다. 레이저빔처럼 특정 지역으로 쏴주는 이미지는 그래서 생겼다. 실제로는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생기는 파문과 더 비슷하다. 전파가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해서, 특정 방향으로 그와 같은 모양 전파를 추가하면 신호가 강해진다. 반대로 전파를 보낼 필요가 없는 곳은, 정반대로 생긴 전파를 추가하면 모양이 상쇄되어 신호가 사라진다.
빔포밍을 위해 안테나를 여럿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안테나에 서로 다르게 수신되는 전파를 상호비교 분석해, 수신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고, 특정 전파를 추가하기 위해서다. 이걸 계산하고, 안테나를 그것에 맞게 조정하는 방법이 상당히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20세기에는 많이 쓰이지 않았다.
빔포밍, 밀리미터파 5G 필요
▲갤럭시 버즈 플러스 착용 모습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갤럭시 버즈 플러스 같은 최신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많이 쓰이는 노이즈 캔슬링도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통화 품질 향상을 위해 사용되는 빔포밍 마이크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도 정확한 음성 인식을 위해, 여러 개의 마이크를 장착해서 빔포밍 기술을 쓴다. 목소리도 주파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유기도 빔포밍이 지원되는 경우가 많다.
IEEE802.11ac 나 IEEE802.11ax 규격을 지원하는 공유기가 그렇다. 안테나도 최소 2개 이상 붙어 있을 것이다. 단, 이런 공유기가 지원하는 성능을 제대로 쓰려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PC도 안테나가 2개 이상 달려 있어야 한다.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지만, 빔포밍은 결국 5G 네트워크를 지원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 초고속 데이터통신에 쓰이는 밀리미터파 5G(28GHz 대역), 흔히 말하는 진짜 5G를 경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스몰셀, 매시브 MIMO와 함께, 빔포밍 기술은 밀리미터파를 음영 지역 없이 쓰게 해준다. 금방 사라지는 전파 신호를 강하게 해주며, 필요한 곳으로만 보내 기지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움직이는 이용자를 추적해 끊김 없이 쓸 수 있도록 하며, 기지국 사이에도 정보를 주고받아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든다.
여러 개의 안테나를 탑재한 5G 스마트폰들이 확대되고 초고속 28GHz 기지국 설치가 확대된다면 보다 빠른 5G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