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개인위생을 잘 지켜 호흡기 건강을 잘 지켜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의 파괴적인 전파력 때문에 마스크 사용은 필수로 자리 잡았다. 바이러스 감염 차단을 위해 사용하는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마스크의 제조과정과 구조를 관찰해 보았기에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이번 칼럼을 통해 마스크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제대로 알고,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의 호흡기를 건강하게 지켜서 코로나 사태를 잘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미세한 입자를 차단할 수 있는 보건용 마스크
보건용 마스크는 추위를 막기 위한 방한용과 달리, 입자 차단 능력이 있는 마스크이다.
KF 80, 94, 99 마스크를 말하는데, 여기서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로 숫자가 높을수록 더 작은 입자를 잘 차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KF', 미국은 'N', 중국은 'KN' 등을 쓰는데 국산이 아닌 중국산 마스크 KN95를 마치 국산 KF 94인 것처럼 표기해서 파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잘 구별해야 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 ㎛(마이크로미터) 단위는 백만 분의 1미터를 의미한다. 머리카락 굵기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평균 100㎛라고 했을 때 0.4㎛, 0.6㎛의 미세입자라면 머리카락 굵기의 약 200분의 1에 해당하는 정말 작은 것까지 다 걸러 줄 수 있다.
KF94와 KF80 마스크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
▲겉감, 정전기 필터, 안감으로 이루어져 있는 KF94 보건용 마스크
▲현미경으로 관찰한 KF 94 마스크의 겉감(왼쪽)과 내부의 정전기 필터(오른쪽)
KF 94 마스크를 하나 잘라서 해부해보니 3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끼여 있는 정전기 필터는 정말 가느다란 섬유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또 조밀하면서도 치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막상 끼고 있으면 장시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마스크를 통해 유입되는 공기 양도 너무 적고, 우리가 내뿜는 날숨에는 수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금세 코밑 인중에 송골송골 땀처럼 물방울이 맺히게 된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 호흡기가 약한 분들이 KF94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이 어려울 수 있다.
▲겉감, 정전기 필터, 안감으로 이루어져 있는 KF 80 보건용 마스크
▲현미경으로 관찰한 KF 80 마스크의 겉감(왼쪽)과 내부의 정전기 필터(오른쪽)
KF 80 마스크의 해부 결과 역시 KF 94와 마찬가지로 3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겉감과 안감 사이에 끼여 있는 정전기 필터는 현미경 상으로는 KF94와 거의 비슷하게 관찰되었다. 현미경 상으로는 표면을 관찰했기 때문에 둘 사이의 구조적인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은 환경에서 같은 시간 동안 착용해보면 KF80이 좀 더 견딜만하다. 숨 쉴 틈이 조금 더 있기 때문이다.
KF 80 마스크도 코로나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그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크기는 약 0.1㎛이다. 그런데 'KF94’가 평균 0.4㎛ 크기의 입자, ‘KF80’은 평균 0.6㎛ 크기의 입자를 거른다. 바이러스 크기만 고려하면 KF 94나 80 마스크도 틈 사이로 바이러스가 통과해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로 비말 입자 안에 들어 있다가 감염시킨다. 이 비말 입자가 주변 다른 사람의 호흡기나 눈 점막 등에 붙게 되면 감염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말 입자는 사전적 의미로는 ‘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다. 따라서 코로나 감염자가 기침하거나 말할 때 나온 크고 작은 침방울이나 감염자의 날숨을 가까이에서 직접 흡입하는 것을 1차적으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다행히 비말 입자는 약 5㎛ 정도의 크기라 KF80 마스크로도 막아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에어로졸이라고 비말보다 더 작은 입자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엘리베이터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로졸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로졸과 비말의 차이는 입자의 크기인데, 에어로졸은 미세한 고체나 액체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으로 입자 크기가 0.001㎛에서 100㎛ 정도로 다양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1㎛보다는 더 크기 때문에 KF 80 마스크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멜트블로운(Melt-Blown, MB)필터란?
마스크가 부족하다 보니 연일 마스크 관련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내용을 보다 보면 ‘멜트블로운(MB) 필터’가 부족해서 마스크를 더 생산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종종 보인다. 멜트블로운(MB) 필터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마스크 내부 부직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사용하는 보건용 마스크인 KF 80, 94, 99는 거의 대부분 원료가 폴리프로필렌(PP)이다. 우리가 가정에서 전자레인지용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는 거의 다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조된 것이다.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부직포 필터도 되고, 플라스틱 그릇도 될 수 있다.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
마스크로 제조하기 위해 폴리프로필렌 원료를 저장통에 넣고 열을 가하여 녹인 다음에 노즐( 분사구, 아주 작은 구멍들 )을 통해 뿜어내면서 실 형태로 나오게 한다. 이때 녹여서 뿜어내는 것을 바로 멜트블로운(Melt-Blown, 용융 방사)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뿜어져 나온 실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려서 운반되는데, 이후에 두 개의 롤러(원통) 사이를 통과하면서 눌려져, 부직포 필터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플라스틱을 녹여서 구멍 많은 통에 넣은 후 찍하고 실이 뿜어져 나오게 한 것을 눌러서 천처럼 만든 것이 바로 마스크 필터인 것이다.
이렇게 제조된 부직포인 멜트블로운 필터를 전극 사이에 끼워서 정전기를 띨 수 있도록 하면, 보건용 마스크 KF 80, 94의 중간에 끼여 있는 정전기 필터가 된다.
▲멜트 블로운 방식으로 제조된 정전기 필터 - 부직포를 이루고 있는 실
보건용 마스크 품절 사태!! 건강한 사람은 안 써도 된다는데 정말일까?
인류에게 면역이 없는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다. 보건용 마스크 사용 여부에 대한 논란도 그렇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말을 한다. 새로 등장한 바이러스 관련 연구가 많이 부족한 탓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일반 대중’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권고했었다. 하지만 국내와 미국과 같은 외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인구밀도가 우리보다 훨씬 낮은 곳이 많고, 또한 마스크를 ‘페이스 커버’(face cover)로 주로 부르며, 테러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범인들이 쓰는 것으로 생각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인구밀도가 높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건강한 사람도 코로나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비말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다.
자몽 껍질 마스크라도 써야 하나? - 자몽 껍질 마스크 속 과학원리
▲자몽껍질로 만든 마스크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에, 중국에서 올라온 자몽 껍질로 만든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자몽 껍질을 마스크로 사용할 만큼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자몽껍질의 단면 - 오일샘과 섬유소 조직
사실 자몽 마스크도 나름 과학적인 원리가 있다. 자몽 껍질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안쪽은 그물같이 치밀한 구조의 섬유소가 풍부하고, 바깥쪽에는 작은 구멍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은 구멍들이 천연 오일샘이라 오일 성분이 있기 때문에 자몽 껍질의 바깥쪽은 오일로 코팅이 된 셈이다.
그러므로 마스크를 끼지 않는 것보다는 자몽 마스크라도 쓰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자몽의 껍질을 벗겨서 양쪽에 구멍을 낸 후 고무줄을 끼워 만들어 보니 예상보다도 더 훌륭한 마스크가 만들어졌다. 물론 자몽껍질 마스크를 만들어 쓰라는 뜻은 아니다.
면 마스크,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는 어떨까?
▲현미경으로 관찰한 면 마스크의 표면
자몽 껍질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면 마스크도 안 끼는 것에 비해서는 낫다. 하지만 면은 소재상 수분을 잘 흡수하게 되어 비말 입자가 면 마스크 표면에 접촉하면 쉽게 흡수될 수 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 입자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현미경으로 면 마스크의 표면을 관찰하면 사이에 틈이 많은 것이 확인된다. 그렇다해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면 마스크라도 착용하는 것이 더 낫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코나 입을 덜 만진다는 의미에서도 면 마스크는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
▲보건용 마스크와 달리 겉감과 안감 2겹으로 이루어져 있는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
▲왼쪽부터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의 겉감과 안쪽 필터의 현미경 사진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KF 94, 80 마스크와는 달리 일회용 마스크 필터 내부의 실이 얽혀있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 치밀하고, 또한 안쪽 필터에도 중간에 구멍이 보이거나 하는 등 허술하다.
그래도 수분과 친한 면 마스크에 비해,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는 플라스틱의 일종이라 물과 친하지 않다. 그래서 둘 중에서 비말을 막는 데에는 그래도 면 마스크보다는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낫다.
허술한 면 마스크와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의 차단력을 높여보자!
1회용 부직포와 면 마스크를 둘 다 구할 수 있다면 면 마스크 위에 1회용 부직포 마스크를 쓰는 것이 조금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정전기 필터 원단을 잘라서 판매하는 것을 사서, 면 마스크 사이에 끼워서 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스크 필터 원단’, ‘정전기 필터 원단’ 등으로 검색하면 구입할 수 있다. 1회용 부직포 마스크 두 개 사이에 정전기 필터를 끼워서 사용하는 것 또한 마스크의 차단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전기 필터원단
▲1회용 부직포 마스크 사이에 정전기 필터를 끼운 모습
▲면 마스크 중간에 정전기 필터를 삽입하는 모습
일회용 행주와 키친타월로도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일회용 행주를 이용해 만든 마스크의 표면
워낙에 마스크가 부족하다 보니 일회용 행주나 키친타월로도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회용 행주는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부직포 실 틈 사이로 너무나 많은 공간이 보인다. 행주 또한 부직포라 플라스틱의 일종인데 원래 흡습성이 없지만 행주로 사용하기 위해 물을 잘 품었다가 배출할 수 있도록 사이에 틈을 많이 만든 것이다.
펄프가 주원료인 키친타월 역시 마찬가지로 사이에 틈이 많다. 보건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할 수 없이 대용으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대용 마스크의 소재로 전혀 적합하지 않다. 치밀한 구조의 섬유소와 천연 오일로 코팅된 자몽 껍질보다 오히려 못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봄철 반갑지 않은 손님인 1군 발암물질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두 잊어버렸다. 황사현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높아지는 3월, 4월이 왔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미세먼지 차단 목적을 위해서 사용하는 KF 94, 80 등의 보건용 마스크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서로 힘든 시기이지만, 개인위생을 잘 관리하는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우리 모두 다 같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