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도놀이동산에서도 과학의 원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세상은 온통 과학우리가 과학 그 자체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다는 사실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생활 밀착형 과학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집밥을 직접 해 드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 수 있다하지만 적어도 라면 정도는 직접 끓여 보셨을 것이다그런데 라면을 끓이다가 국물이 넘치게 되면 파란색을 나타내던 가스 불꽃이 갑자기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왜 그럴까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금속의 불꽃 반응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각종 금속들의 다양한 불꽃 반응색

과학이야기 - 나트륨 불꽃 반응

과학시간에 익히 들어봤던 다양한 금속원소의 불꽃 반응 실험을 직접 해보자왠 뜬금없는 실험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일단 해보자염화나트륨염화구리염화리튬염화칼륨을 각각 페트리 접시에 조금씩 넣고 스포이트를 이용해 메탄올 혹은 에탄올과 같은 알코올을 위에 뿌려준다.

과학이야기 - 나트륨 불꽃 반응▲ 금속원소별 불꽃 반응

각각의 원소들에 불을 붙이면 각각 노랑청록빨강보라 불꽃의 화려하고 멋진 컬러 불 쇼를 감상할 수 있다.

 

비금속 원소는 나타나지 않는 불꽃 반응색

실험에 사용한 염화나트륨염화구리염화리튬염화칼륨은 모두 염소를 포함하고 있는 화합물들이다불꽃 반응 실험을 했을 때 이 모든 화합물이 동일한 불꽃 색상을 보였다면 이것은 염소의 불꽃 반응색깔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하지만 각각 다르기 때문에염소의 불꽃 반응이 아니라 각각 다르게 포함되어있는 나트륨구리리튬그리고 칼륨이 원인이 된 색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트륨구리리튬과 칼륨은 금속원소이다불꽃 반응 색상은 이러한 금속 원소만의 화학적인 특성이다염소와 같은 비금속 원소는 특별한 불꽃 반응 색이 나타나지 않는다따라서 금속 원소들과 접시에 함께 담아둔 메탄올(CH3OH)이나 에탄올 (C2H5OH)은 탄소수소산소와 같은 비금속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기에 당연하게도 별도의 불꽃 반응색을 나타내지 않는다.

 

국물이 넘칠 때 변하는 불꽃의 색상은 바로 나트륨의 불꽃 반응 때문!!

과학이야기 - 나트륨 불꽃 반응

라면 국물이 넘쳐 가스불을 만날 때 나타나는 현상 속에 숨어 있는 과학원리는 바로 금속의 불꽃 반응이다라면 스프에는 나트륨(Na)’이 많이 들어있다일단 짭조름한 국물이 라면 풍미의 핵심이라 소금 즉 염화나트륨이 당연히 들어간다그 외 글루탐산나트륨(MSG)과 같은 조미료도 왕왕 포함되는데, MSG와 같은 각종 식품 첨가물들은 물에 잘 녹아야 하므로 나트륨이 들어간 염이 많다.

염화나트륨과 염화칼륨 등 나트륨 혹은 칼륨과 결합한 화합물은 물에 모두 잘 녹는다나트륨과 칼륨은 절대로 앙금’ 즉 물에 녹지 않는 화합물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식품 속에는 수분이 많이 들어 있고물에 잘 녹아야 식품 속에 어우러져 들어갈 수 있다이렇게 물에 잘 녹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식품첨가물들이 대부분 나트륨염 혹은 칼륨염인 것이다햄이나 소시지에 첨가되는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이나 어묵에 보존제로 많이 들어가는 소르빈산칼륨이 그 예다.

글루탐산나트륨(MSG)에 대한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요새는 이를 뺀 라면이 많다하지만 라면 봉지 뒷면의 각종 첨가물 목록을 자세히 보면 풍미 개량제의 일종인 호박산이나트륨 등이 들어간다결국은 라면스프 속에 염화나트륨 외에 또 다른 나트륨염이 첨가되는 것이다집에서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된장찌개를 끓인다고 해도 된장 속에 염화나트륨은 기본으로 들어가다 보니 라면을 끓일 때와 마찬가지로 국물이 넘칠 때 나트륨의 불꽃 반응색을 관찰할 수 있다금속 원소인 나트륨의 불꽃 반응색인노란색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원자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과학이야기 - 나트륨 불꽃 반응

실험에 사용한 금속원소들과 달리 라면 국물에 담긴 화합물 속의 나트륨 성분은 이온 상태로 들어 있다즉 염화나트륨(NaCl)의 경우 염소(Cl)와 나트륨(Na)은 염화이온(Cl-)과 나트륨이온(Na+)의 상태로 들어 있다금속원소인 나트륨(Na)은 전자를 잃고 양이온인 나트륨이온(Na+)비금속원소인 염소(Cl)는 전자를 얻어서 음이온인 염화이온(Cl-)이 된 상태에서 정전기적인 인력으로 결합한 이온결합 화합물이 된 것이다그러나 원소 형태가 아니라 이온이 되어도 원자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금속원소인 나트륨 상태이든 화합물 속의 나트륨이온 상태이든 불꽃 반응색은 동일하게 노란색이 나타난다원자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그럼 각종 화합물을 다 하나의 페트리 접시에 모아서 불을 붙이면 어떤 색상을 관찰할 수 있을까학생들에게 질문해보면 노랑청록빨강보라색이 다 섞이니까 물감색을 섞은 것처럼 검은색이 된다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고나름 불꽃 반응으로 색이 나타났으니 빛을 합성해서 나타나는 색인 흰색이 될 거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막상 실제로 실험해보면 노랑청록빨강보라색을 섞어 둬도 각각의 색이 모두 나타난다필자가 앞에서도 서술했지만다시 한번 강조하면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이온 상태가 되거나 각종 화학반응을 해도 변하지 않는데단지 혼합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변화로는 기본 성질이 절대 변하지 않으므로같이 섞은 상태로 불을 붙이면 고유의 색상들이 하나의 페트리 접시 위에서 각각 모두 멋진 불꽃으로 나타나게 된다.

 

금속원소 특유의 불꽃 반응색을 활용한 불꽃놀이

과학이야기 - 나트륨 불꽃 반응

한강을 비롯해 전국 유명 관광지에서는 매년 대규모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곤 한다정말 아름다운 갖가지 색상의 불꽃이 화려하게 터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불꽃놀이에서 보이는 노란색 불꽃은 나트륨이청록색의 환상적인 불꽃은 구리가 나타내는 색상이다각각의 금속원소가 포함된 화합물을 화약과 함께 터트리기 때문에 다채로운 색상을 뽐내는 불꽃놀이가 가능한 것이다.

불꽃놀이를 볼 때도 단순히 예쁘다” 하고 보는 것과 노란색으로 터지는 건 나트륨이 포함된 화합물을 화약과 함께 터트렸군” 생각하면서 보는 것은 다르다자칫 우스워 보일지 몰라도 이렇게 과학적 원리를 알고 볼 때 우리의 삶이 더 재미있고 풍부해진다세상은 온통 과학그리고 과학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은 내가 아는 것만큼 더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