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양자역학 이야기-디랙의 양자역학 정리

전자는 음전하를 가지고 있으며원자핵 주변을 돌면서 중성 상태의 원자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만든다전자가 음의 전하를 지니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양전하를 지닌 전자도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를 것이다.

전하물체가 띠고 있는 정전기의 양

 

양의 전하를 지닌 전자양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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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전자는 포지트론(positron)이라고 부르며방사성 감소 중의 한 가지인 베타 붕괴(beta decay) 과정에서 방출되는 베타 입자(전자양전자)에 해당한다베타 붕괴 시 양전자 방출이 일어나며양성자는 중성자로 변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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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타 붕괴를 통한 양전자 방출 (출처위키미디어)

아무 물질이나 양전자를 방출하는 것은 아니며특정한 방사성 동위원소에 강한 에너지를 공급하면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면서 양전자를 방출하게 된다그런데 왜 갑자기 양전자를 얘기하나 싶을 것이다이 양전자의 존재를 예견하게 되는 과정에서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같은 의미와 가치 즉등가를 이룬다는 사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두 물리학자의 화해의 장을 마련한 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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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디랙의 모습 (출처위키미디어)

폴 디랙(Paul Dirac)은 영국의 물리학자이며남의 이목을 끄는 것을 싫어했던 은둔형 고수에 해당한다낯을 가리는 그의 성격으로 인한 일화가 아직까지 알려져 있다슈뢰딩거와 함께 공동으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도 노벨상 수상을 거부했으나거부 사실이 더 이슈가 될까 두려워 마지못해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그만큼 디랙은 과묵하고 조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는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을 앞장세워 빛과 전자에 관한 양자적 해석의 우위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의 역학에서는 어떠한 시각적 논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했었고하이젠베르크는 그런 슈뢰딩거를 고양이의 죽음이나 논하는 이상한 물리학자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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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행렬역학보다 파동역학이 우리에게 익숙한 미분적분으로 표현되어 물리학자들에게 좀 더 친숙했다또한 슈뢰딩거의 관점에서는 전자를 파동의 결과물로 보았고하이젠베르크는 전자를 입자라고 간주하며 보어의 원자모델을 붕괴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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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량 연산자 P와 위치량 연산자 Q를 이용한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의 등가성 증명

디랙은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 사이에서 양쪽의 말을 다 들어본다그러다 둘이 코끼리 장님 이야기하듯이 같은 대상을 서로 다르게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직감한다이에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을 연결해줄 연산자(operator)만 찾으면 두 역학은 서로 등가를 이룰 것으로 생각했다그래서 디랙은 디랙방정식을 통해 역학이 변환된다는 것을 증명했다단순히 두 역학의 일치성만을 보인 것은 아니며맥스웰의 전자기학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을 통합하여 현대 양자역학을 완성한 것이다.

 

반물질 존재에 대한 예측

기존의 파동방정식은 광자와 같은 광속 운동을 하는 입자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이에 디랙은 상대성 이론을 이용한 전자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방정식을 이끌어 냈고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상대성 이론과 접목되어 디랙방정식으로 거듭났다디랙방정식을 통해 입자이면서 파동이 동시에 설명되니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의 주장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됐으며이것은 양자역학에서 큰 의미를 가진 사건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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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랙방정식과 4가지 파동함수 해

그런데 디랙은 자신이 제안한 디랙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4개의 해를 찾았지만기존의 물리학 관념으로는 2개는 부정되어야 했다그러나 디랙은 자신의 신념에 대해 고지식한 인물이었기에 자신이 찾은 해가 분명 어떤 물리적 의미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했다그의 고집 덕분에 그 해에 대해서 물질이 아닌 다른 것의 존재라고 생각하고이를 반물질(anti-matter)라고 이름을 붙여주게 되었다반물질의 대표가 바로 양전자이다.

 

반물질의 존재, 실험으로 확인하다

디랙은 반물질을 빈 공간을 채우는 유령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공간도 음의 에너지로 가득 찬 반물질이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디랙이 수식으로 예측한 반물질은 칼 앤더슨(Carl Anderson)의 우주선(cosmic ray) 관찰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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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물질을 찾기 위한 안개상자 실험 결과 (출처: COSMOS)

칼 앤더슨은 자기장을 걸어준 안개상자에 전하를 띄는 입자가 지나갈 때 자기장에 의해 휘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근거해 물질과 반물질을 구분하고자 했다우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우주선을 관찰하던 과정에서 일부는 자기장의 오른쪽으로 휘고일부는 왼쪽으로 휘는 것을 직접 관찰하게 되었다.

하지만 앤더슨은 그때까지 디랙의 반물질의 개념을 모르고 있었기에자신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몰랐다고 한다추후에 자신이 양전자를 관찰했음을 알게 되었고추가적인 안개상자 실험을 통해 반양성자반중성자를 추가적으로 발견했다.

 

현실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양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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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전자 방출을 통한 PET 촬영 과정

반물질인 양전자를 현실에서 가깝게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바로 양전자방출촬영기인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이다기존 MRI, CT 보다 훨씬 선명한 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신 단층 촬영 장비이다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를 통해 방출된 양전자는 신체의 전자와 결합하게 되고다시 붕괴하는 과정에서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된다이를 검출하는 것이 바로 PET이다디랙방정식으로 시작한 양자역학의 정리는현재의 PET 개발까지 이어져 왔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가 화해했고 우리는 물질과 반물질의 상호작용을 알게 되었다.